“AI 시대, 인간적 경험과 소통의 가치는 더 커질 것”

차민주 2026. 5. 18.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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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초대석]
모리타 준
퍼플렉시티 APAC 대표
모리타 준 퍼플렉시티 아시아태평양(APAC)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퍼플렉시티 카페 ‘큐리어스’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AI를 통해 오히려 스크린타임이 줄어 가족이나 친구와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주 기자


인공지능(AI) 시대의 최전선에 서 있는 모리타 준(35) 퍼플렉시티 아시아태평양(APAC) 대표는 역설적이게도 그 누구보다 아날로그적 가치를 중시한다. AI가 일상의 많은 일을 대신할수록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마주하는 일이 오히려 더 각광받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기술이 아무리 고도화돼도 인간 사이에서만 오갈 수 있는 감각과 소통의 중요성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믿음이다.

이런 철학이 공간으로 구현된 서울 강남구 퍼플렉시티 카페 ‘큐리어스’에서 최근 모리타 준 대표를 만났다. 모리타 대표는 “AI 카페라고 하니 로봇이 운영하는 곳으로 생각하고 오는 분들도 있지만, 카페를 찾은 손님들은 예상보다 훨씬 인간적인 공간이라고 말한다”며 웃었다.

재일교포인 모리타 대표는 ‘준 AI’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2024년 11월 퍼플렉시티에 합류해 APAC 지역을 총괄하고 있는 그는 패션과 맛집, 취향처럼 AI가 대신하기 어려운 영역까지 두루 꿰고 있다. 직원들 사이에서 “직접 경험이 중요한 분야는 ‘준 AI’에게 물어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다음은 모리타 대표와의 일문일답.

-AI가 내놓는 ‘좋은 답변’은 무엇이라고 보나.

“단순히 이용자 질문에 맞는 답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답을 받은 사람이 다음 단계에서 어떤 행동을 할지까지 안내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사용자 만족도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AI 답변을 바탕으로 이용자가 더 좋은 행동,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AI가 인간을 게으르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사람들이 AI를 통해 답을 더 빠르고 많이 얻을수록 거기서 멈추는 게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궁금증이 생기고 더 깊이 탐구할 여지도 커진다고 생각한다. AI를 통해 정보를 찾고 비교하는 데 쓰던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그 시간을 다른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쓸 수 있게 된다.”

-AI는 이용자에게 어떤 존재가 돼야 한다고 보나.

“AI가 개인 맞춤형 최고경영자(CEO)나 최고재무책임자(CFO)처럼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일종의 ‘오케스트레이션’이라고 생각한다. 사용자가 지휘자가 돼 다양한 악기를 다루듯, AI를 활용해 여러 업무와 서비스를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AI의 정확도와 신뢰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AI의 ‘환각’ 문제도 꾸준히 지적된다.

“할루시네이션(환각)이 인간답고 중독성 있다는 이유에서 필요하다는 분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환각은 ‘버그’에 불과하다. 퍼플렉시티는 환각을 최대한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그게 회사 DNA라고 본다. 퍼플렉시티는 최대한 답변의 원문을 함께 표시해 이용자들이 직접 답변의 근거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환각은 결국 줄여야 할 위험 요소다.”

-AI 해킹과 악용 가능성 등 윤리·보안 문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AI 산업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앞으로 관련 법과 기준 협의체가 더 많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AI 관련 기업과 커뮤니티가 계속 의논해야 하는 부분이다. 한국에서 ‘AI 기본법’이 만들어진 것처럼 각 나라 정부와 업계가 협력해 제도적 틀을 구축해가야 한다고 본다.”

-한국 이용자는 여전히 기존 검색 플랫폼에 익숙하다. 퍼플렉시티가 한국 시장에서 내세우는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가.

“퍼플렉시티는 검색형 AI 서비스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단순한 검색 엔진을 넘어서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코멧 브라우저를 통해 네이버와 유튜브, 쿠팡 등 이용자가 평소 쓰는 여러 서비스 위에서 AI가 작동하게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정보를 찾을 때 네이버가 가장 정확하다면, 퍼플렉시티가 스스로 그곳을 찾아가 필요한 답을 가져오는 식이다. 기존 검색 서비스와 정면으로 경쟁하기보다, 이용자가 어떤 플랫폼을 쓰고 있는지 의식하지 않아도 필요한 일을 자연스럽게 대신 처리해주는 서비스가 되는 것이 목표다.”

-AI 산업을 둘러싼 ‘버블’ 논란도 꾸준하다.

“AI 관련 주식이나 기업 규모, 기업 가치만 보면 버블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를 열고 신기술이 자리 잡을 생태계와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열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에서도 6~7년 전 스타트업 투자 열풍이 있었고, 이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이 시장에 등장할 수 있었다. AI 역시 일정 부분 과열이 있을 수 있지만, 오히려 그것이 산업의 기반을 넓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런 과정이 없다면 새로운 산업이 태어나고 성장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10년 뒤 AI는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꿔 놓을 것으로 보나.

“AI를 통해 인간이 해야 할 일이 줄어들고, 오히려 스크린타임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 결국 사람은 기계와 조금 더 멀어지고, 가족이나 친구와 시간을 더 많이 보내거나 실제 공간에서 무언가를 경험하는 시간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AI가 발전할수록 오히려 인간적인 경험과 관계의 가치가 더 커질 수 있는 것이다.”

-기업과 일하는 방식은 어떻게 달라질까.

“앞으로 AI 에이전트가 일을 대신해주면서 적은 인력으로 운영되는 기업이 많아질 것 같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경우 조직의 외형은 커지더라도 실제 핵심 인력은 10~20명 안팎으로 유지되는 회사가 늘어날 수 있다. 사람들은 AI 에이전트를 지시하고 조율하는 매니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본다.”

-평소 가장 자주 품는 호기심은 무엇인가.

“AI가 발전할수록 오히려 가장 AI 같지 않은 게 무엇인지, 인간에게 무엇이 더 중요하고 가치 있게 남을지 생각하게 된다. 결국 더 중요해지는 것은 새로운 경험과 취향, 감각을 만들어내는 영역이다. K팝과 콘텐츠, 패션, 음식이 그렇다. ‘흑백요리사’가 큰 반응을 얻은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차민주 기자 lal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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