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금리에 출렁인 코스피… 외인, 자산 재조정에 차익실현도
안전자산 국채금리 급등에 강달러
32조 팔았지만 ‘셀코리아’는 아냐
서학개미 美주식 보관액 다시 증가
연준 변수… 당분간 지수 조정 전망

원·달러 환율과 미국 국채 금리에 코스피가 출렁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최근 7거래일 연속 총 32조원 규모의 코스피 주식을 내다 팔았다. 미 국채 금리가 치솟은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는 환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다시 ‘팔자’ 흐름을 만든다. 코스피는 ‘8000피’를 터치했으나 환율과 금리가 빚는 악순환에 노출됐다. 코스피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리밸런싱(자산 재조정) 영향도 코스피 변동성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코스피는 지난 15일 오전 9시28분 역사상 최고치인 8046.78을 터치했다. 하지만 오후 3시3분 7371.68까지 밀리며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이날 하루 최고점과 최저점의 격차는 675.10 포인트에 이른다. 미국·이란 전쟁 여파가 본격 반영된 지난 3월 4일(698.37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다. 그러나 장 막판 저가매수세가 유입되며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88.23(6.12%) 내린 7493.18에 마감했다.

이 같은 변동성의 원인 중 하나로 미 국채 금리가 언급된다. 17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글로벌 채권의 벤치마크(기준) 역할을 하는 미 국채 10년 만기 금리가 지난 15일 4.595%에 마감했다. 미 국채 10년물은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꼽힌다. 10년물 금리가 오르면 위험자산인 주식의 매력도는 줄어든다. 과거에도 10년물 금리가 4.5%를 넘어서면 한국 증시도 흔들렸다. 이날 한국 증시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가 하루에만 5조6039억원어치 코스피 주식을 내다 팔았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 4.5%’는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측면이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반영된 수치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난다)를 결정할 때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4.5% 안팎으로 치솟았다. 미국·이란 전쟁이 국면 전환을 맞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진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투자자가 급등한 증시에 열중하고 있을 때 중동전쟁은 이렇다 할 변곡점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 사이 미 채권 금리는 조금씩 저점을 높여왔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3개월 전 4.042% 수준이었으나 점차 중동전쟁 영향을 반영해 왔다. 높아진 국제유가가 미국 물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사실은 4월 소비자물가지표(CPI) 등을 통해 확인됐다. 이로써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후퇴했고,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5일 오전 10시쯤 공개된 트럼프 대통령의 인터뷰가 이를 심화시켰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회담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원하며 이를 위해 도움을 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 언론은 이에 대해 “중국이 이전에도 했던 발언들이다. 이란 문제에서 특별한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전쟁 장기화 가능성에 국채 금리가 자극을 받았다는 해석이다.
미 국채 금리 상승은 달러 강세로 이어져 원·달러 환율에도 영향을 준다. 15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8원 오른 1500.8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약 한 달 만의 1500원 돌파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6거래일 연속 올랐는데, 이는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매일 조 단위로 팔아치우던 기간과 상당 부분 겹친다. ‘외국인 매도→원화 약세→환차손 우려→외국인 투자자 다시 매도’라는 흐름을 보이며 유독 코스피 하락폭이 컸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외국인의 최근 순매도에 대해 한국 증시를 완전히 팔고 떠나는 ‘셀 코리아’로 볼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외국인의 코스피 보유 비중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 지난 14일 기준 외국인 보유 비중은 39.31%로 2006년 이후 가장 높다. 권순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 규모는 전례 없는 수준이지만 주요 종목 상승으로 늘어난 외국인 보유 자산 가치를 함께 고려하면 리밸런싱과 차익실현으로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세에도 서학개미는 미장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서학개미 자금으로 해석되는 비금융기업 등의 해외주식 투자는 6억3720만 달러로, 1월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90%에 달했다. 3월 말 기준 서학개미가 보유하고 있는 미국 주식 규모는 1465억5821만 달러로 지난해 말(1635억8335만 달러)보다 줄어든 수준이었지만, 5월 14일 기준 2000억1375만 달러(약 300조원)로 강하게 반등했다.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코스피 장기 상승 흐름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당분간 지수 조정이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이 금리를 인하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 등으로 시장 금리가 더 오를 수도 있어서다. 김 연구원은 “기업 실적 발표 공백기이기도 하다”며 “다음 달 중순까지는 반도체 중심 쏠림 현상이 일부 완화돼 종목 장세가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광수 박세환 기자 g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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