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노조 “사측 제안, 중재안보다 퇴보...굴하지 않겠다”

김경미, 오현석, 김연주 2026. 5. 17.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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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삼성전자 노조원들이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투쟁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와 정부가 17일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시사하며 삼성전자 노사 양측에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을 당부했다. 18일 열릴 삼성전자 노사 2차 사후조정 회의가 국가 전략산업의 위기를 막을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판단에서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국민 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 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마지막 기회인 사후조정에서 노사가 반드시 성과를 내주기를 간절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은 단 하루만 정지되어도 최대 1조원에 달하는 직접적인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도 이날 질의응답에서 “정부는 삼성전자 노사가 파업에 이르지 않고 현명하게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앞서 김 총리가 언급한 긴급조정권 발동과 관련해 청와대와 조율이 있었느냐는 물음엔 “오늘 총리께서 말씀하신 것이 정부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전날 해외 출장 일정을 변경하고 귀국해 협상 진행 상황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2차 사후조정 회의에는 사측 대표교섭위원으로 기존 김형로 DS(반도체)부문 부사장 대신 여명구 피플팀장이 나선다. 노조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다.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박수근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도 직접 참관하기로 했다.


하지만 성과급 제도화를 놓고 양측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막판 타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이날 노사는 2차 사후조정에 앞서 비공식 미팅을 진행했다. 최승호 노조위원장에 따르면 사측은 ▶OPI(초과이익성과급)의 상한(연봉의 50%)을 유지한 채 ▶EVA(경제적부가가치) 20% 또는 영업이익 10%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이 200조원을 넘어서면 OPI와 별도로 영업이익의 9∼10% 재원을 전체 부문 60% 대 사업부별 40%로 나누자고 제안했다. 또 이를 3년 지속한 뒤 추후 협의하자고 했다.

노조는 이같은 제시안이 지난 12일 중노위 1차 사후조정에서 제시된 중재안보다 퇴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승호 노조위원장은 “사측이 (정부의) 긴급조정을 시사하며 조합을 압박하고 있다”며 “긴급조정 및 중재가 되면 피해가 클 것이라고 압박하지만 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사후조정에서도 동일한 자세를 보인다면 합의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재계에선 당장의 과실을 나누느라 내일의 먹거리를 심을 기회를 놓치는 ‘소탐대실’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반도체 산업의 경우 시장 상황에 따라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수적”이라며 “과도한 성과급 지출로 미래 성장 투자가 위축되고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이 위협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초과이익성과급(OPI)의 지급 기준이 사전에 정해진 임금처럼 굳어지게 되면 성과급이 임금인지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 배분할 경우, 성과급이 계약상 약정된 보수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짚었다.

긴급조정권은 파업이 국민 경제를 해치거나 국민 일상에 위험을 줄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제도다. 이날 담화엔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등과 함께 배석했다. 긴급 조정을 결정하면 파업은 30일간 중단되며, 중노위의 강제 조정 절차가 시작된다. 21년 전인 2005년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당시 두 차례 긴급조정권 발동이 마지막이다. 다만 1963년 제도 도입 이후 지금까지 네 차례 발동된 긴급조정권은 모두 파업 발생 후 행사됐다. 두 번은 노사 합의로 파업이 종료됐고, 나머지 두 번은 정부의 강제 중재로 마무리됐다. 노사가 정부의 조정 및 중재 절차를 따르지 않으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날 한국노총은 성명을 내고 “성과급 제도는 기업이 노동자 간 경쟁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활용됐으며, 지금의 갈등을 특정 집단의 과도한 요구 때문이라고 봐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단지 경제적 파급력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적용하려고 하면 대기업 노동자의 파업권을 제한하는 선례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오현석·김경미·김연주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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