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줄 알았는데...이 도시는 '제비 특별시'입니다
[김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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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기상 곡우인 20일 오전 제주시 이호동의 한 청보리밭에서 제비가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2026.4.20 |
| ⓒ 연합뉴스 |
'아'
제비였다. 몇 번을 봤다. 딸에게 큰소리를 쳤다.
"딸아, 저게 제비야. 너 제비 본 적 있어?"
"응, 난 매일 봐."
딸은 모든 걸 다 안다고 한다. 양자이론도 물어보면 안다고 할 아이다. 그 뒤부터 딸이 등교할 때마다 제비를 찾았다. 제비는 자주 보였다. 한쪽에선 참새가, 한쪽에선 제비가 날았다. 1980년대 초등학교 졸업 이후 처음 본 듯싶다.
이 동네에 살기 시작한 게 2020년 12월부터. 그 당시엔 제비가 없었다. 줄곧 없었기 때문에 '없었다'는 인식도 없었다. 어느 순간 이 땅에선 제비가 사라졌고, 제비는 이제 없는 새였다.
혹시나 싶어 서울에서 태어나 줄곧 서울에서 살고 있는 지인에게 물어봤다. 혹시 최근 서울에서 제비를 본 적 있느냐고.
"아니요. 전혀 본 적 없어요. 초등학교 때 봤나. 기억이 없네요."
서울중부공원녹지소 조사 자료에 따르면 제비는 1980, 90년대 남산에서 계속 발견됐다. 다시 조사를 시작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남산에선 제비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 넓은 산에서 제비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다른 도심에선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민관협치 프로그램인 남산의새 시민모니터링단이 2016년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5년이 지난 2021년 6월이 돼서야 남산에서 어린 제비 4마리를 발견한다.
동아일보 2022년 10월 14일 기사에 따르면 국내 제비 개체수는 18년 동안 100분의 1로 줄었다. 그야말로 추락과 같은 수준의 급감이다. 다음은 해당 기사 내용이다.
서울대 산림과학부 최창용 교수는 "1987년 (국내) 10ha당 2289마리씩 발견되던 제비가 2005년 들어 같은 단위 면적에 22마리밖에 보이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하니 제비가 발견되면 다들 시끌벅적해진다. 포항 기북면 소재지 여러 곳에 제비 둥지가 발견되자 '제비 마을'이란 별명이 붙었다. 고양시 장항동 철거 임박 건물에서 10여 개 둥지가 발견되자 작업이 중단됐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2022년 4월부터 7월까지 대전 전역을 대상으로 모니터링했다. 그 결과 145만이 사는 대전에서 제비집 106개를 발견했다. 신탄진시장에서만 40여 개 둥지가 발견됐다. 신탄진시장을 빼면 대전 전역에서 발견된 건 66개 정도다. 다른 도시 또한 비슷할 것이다. 그보다 살짝 높거나 낮은 수준일 것으로 추측된다.
여기서 제비집 현황은 귀제비와 제비를 모두 포함한 수치다. 귀제비는 제비의 친척뻘 동물이다. 제비보다 살짝 더 크다. 평균 비행속도 또한 제비보다 더 빠르다. 집은 길쭉한 항아리 모양이다. 도자기를 굽는 가마를 떠올리면 된다. 제비보다 보기 더 어렵다. 제비는 흔히 우리가 말하는 제비다. 이 둘은 자세히 보면 다른데, 일단 이 둘을 묶어서 제비라고 지칭한다.
186mx316m 주택가에 제비집이 최소 17곳
문득 우리 동네에서 제비가 어느 정도 사는지 궁금해졌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 건너편이 호명초등학교다. 호명초등학교에서 큰 길을 건너면 딸이 그 전에 다니던 유치원이다. 유치원 일대가 주택가 구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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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측 위 분홍색으로 칠한 구역이 이번에 조사한 지역이다. 경북도청신도시 전체에서 아주 일부다.(경북도청신도시 팸플릿 촬영) |
| ⓒ 김대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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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아파트 근처 작은 주택가 구역에서 제비집 14곳을 발견했다. 철거된 흔적은 3곳이었다. 이 주택가는 경북도청신도시 전체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
| ⓒ 김대홍 |
내가 사는 경북도청신도시는 2만여 명 정도가 사는 작은 도시다. 살핀 곳은 경북도청신도시 전체의 100분의 1도 안되는 작은 면적이다. 이 곳에서만 17개, 철거된 곳을 빼면 14곳의 제비집이 발견됐다.
비율로 따지면 엄청난 제비 서식지다. 이 정도면 '제비 특별시'라 해야 하지 않을까.
제비집이 있는 곳의 공통점
제비집을 쭉 살피다 보니 몇 가지 특징이 발견됐다. 대로변에선 발견되지 않았다. 제비집이 있는 곳은 모두 이면도로였다.
제비는 주로 처마에 집을 지었다. 여닫는 처마, 움직이는 처마엔 집을 짓지 않는다. 철골로 고정된 처마를 만든 곳에만 집을 만들었다.
아래층을 비워서 필로티로 만든 곳엔 거의 집을 짓지 않았다. '거의'라고 한 건 절대가 아니라는 뜻이다. 필로티 천장, 처마가 아닌 곳에도 2곳 정도 집을 지은 것을 발견했다.
이런 곳 또한 특징을 찾았다. 햇빛이 들지 않아야 했다. 북향이거나 음지일 경우는 처마가 아니라도 집을 지었다. 조명이 있는 곳에도 집을 짓지 않았다.
이건 현재 드러난 것에 대한 발견일 뿐 전부라고 단정하긴 곤란하다. 이미 지은 집을 깨끗하게 철거해서 흔적이 안 남은 곳도 있을 것이다. 제비가 집을 지은 곳을 모두 다 파악했다고 보기 힘들다.
지금 파악한 곳은 경북도청신도시 전체에서 일부에 불과하다. 나머지 주택가를 모두 파악해보면 좀더 분명한 특징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제비는 진흙을 물어와 지푸라기와 섞어 둥지를 만든다. 진흙, 지푸라기가 모두 필요하다. 도시에선 구하기 어려운 재료다. 더불어 제비는 벌레를 먹는다. 벌레가 살기 좋은 환경이 필요하다.
경북도청신도시는 원래 논밭 가득한 지역을 '싹' 밀어서 아파트촌으로 만들었다. 내내 논밭만 보면서 예천이나 안동쪽으로 들어오던 사람들은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아파트촌을 보면서 눈이 동그래진다(사막 위에 세워진 라스베이거스나, LA 도심지를 볼 때 이런 기분이 아닐까 싶다).
경북도청신도시는 아파트와 각종 건물이 빽빽한 도시지만, 중심과 외곽에 넓은 녹지가 있다. 도심 쪽엔 큰 반원 모양으로 산이 도시를 감싼다. 도시 북쪽 또한 긴 산이 '쭉' 이어진다. 야생 생물이 살기 좋은 조건이다. 비록 아파트촌이지만 안과 밖으로 자연이 가득하기에 제비가 둥지를 지을 재료를 구하긴 어렵지 않다.
게다가 아파트만 있었다면 집을 짓기가 어렵다. 아파트엔 처마가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도시 곳곳에 주택촌이 자리를 잡았다. 혼자 사는 관공서 공무원이나 학교 교직원, 유치원 교직원들을 위해서다. 제비는 도심에서 가까운 자연에서 재료를 구하고 주택가에 집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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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리 집을 지어도 사람이 철거해버리면 제비는 살 수 없다. 제비를 우리 동네 일원으로 받아들여야 함께 살 수 있다. 제비집이 있는 곳 사람들은 오랫동안 건드리지 않으면서 공존하는 중이다. |
| ⓒ AI 이미지 생성 |
복을 물어다 주는 제비. 어쩌면 경북도청신도시에 복을 가져다주는 게 아닐까.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 우리 집에서 가까운 동네를 살펴보니 더 큰 주택가 상태가 궁금해졌다. 경북경찰청 앞 경북도청 옆 주택가는 380m * 180m 정도 크기다. 여기에도 제비집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급하게 잠깐 살펴봤다. 제비집 2개를 찾았다. 동네에선 제비들이 신나게 날았다. 다른 주택가를 포함해 경북도청신도시 전체의 제비집 현황은 다음 기회에 정리해서 알려드리겠다.
※ 앞으로 <훌륭한 자연박물관><대한민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색깔이 하나인 곳><심장이 없다><갈라진 일상><벌써 꺼진 성장>과 같은 주제를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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