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로 전하는 도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서울여대 녹음봉사
[김민율, 정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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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리나눔실 서울여자대학교 도서관 내에 마련된 녹음 부스(2026. 04. 03) |
| ⓒ 김민율 |
최근 오디오북 시장은 2030 세대의 새로운 독서 트렌드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AI 음성 생성 기술의 발전으로 제작 기간과 비용이 크게 줄어들면서 오디오북 콘텐츠도 급증하는 추세다. 그랜드 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의 글로벌 산업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오디오북 시장은 2030년까지 350억 달러(약 44조 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밀리의 서재', '윌라' 등 구독형 플랫폼을 중심으로 오디오북 콘텐츠가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AI가 책을 읽어주는 시대에도 시각장애인들은 여전히 원하는 책을 자유롭게 선택하거나 접하기 어렵다.
녹음봉사는 이처럼 상대적으로 정보 접근성이 낮은 이들의 독서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책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이 도서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도록 돕는 것으로, 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는 녹음봉사자들을 '소리로 세상을 여는 이들'이라고 칭한다. 단순히 글을 읽는 행위를 넘어, 발음과 속도, 감정 표현까지 세심하게 조절해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완성된 음성 파일은 편집 과정을 거쳐 전용 서비스 앱 등을 통해 앱을 사용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배포된다.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읽기까지… 서울여대 녹음봉사 현장의 기록
녹음봉사는 대학생과 일반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는 재능 기부 활동이다. 실제로 녹음봉사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에게 봉사의 구체적인 과정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서울여대 재학생 문미소 씨는 지난 4월 28일 서면인터뷰를 통해 "도서관 안내물을 보고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신청했다"고 말했다. 비교적 가벼운 계기로 시작했지만, 봉사 활동을 이어가며 그 의미를 실감하게 됐다고 전했다.
봉사 활동은 사전에 녹음 부스 예약을 완료한 뒤 진행된다. 녹음 전 장비를 점검하고 음량을 조절하는 데 약 5분 정도가 소요된다. 이후 녹음을 진행하면서 소리가 잘 들어갔는지 점검하고, 잡음을 편집하는 데 추가시간이 들어간다. 한 권의 책을 완성하기까지는 약 2시간씩 여러 날에 걸쳐 작업해야 할 만큼 적지 않은 노력이 들어간다.
특히 봉사자들은 청취자의 입장에서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부분을 신경 쓴다. 문미소 씨는 "혹시라도 듣는 사람에게 짜증스럽거나 무미건조한 느낌을 주진 않을까 고민한다"며 "활기찬 표정을 하고 흥미로운 억양을 만들고자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정확하게 읽는 것을 넘어서, 듣는 이가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이 처음부터 쉽지만은 않다. 활동 초기에는 장비 사용이나 녹음 방법에 대한 설명이 미흡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는 문미소 씨의 말처럼, 신규 봉사자들에게는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 다행히 경험이 쌓이면서 점차 익숙해졌지만, 보다 체계적인 교육이나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문미소 씨는 "녹음봉사 사전교육을 받을 때 직접 녹음 부스에 가서 설명을 들었는데, 부스가 좁아서 한두 명의 인원만 안에서 보며 배웠고 나머지 10명 정도의 인원은 밖에서 소리만 들어야 했다"라고 이야기하며 교육 당시의 불편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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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특별시립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의 외관(2026. 05. 05) |
| ⓒ 김민율 |
녹음봉사 운영 현황의 어려움과 개선 방향
서울여자대학교 학생 봉사자들이 마이크 앞에서 겪는 진심 어린 마음과 고충 뒤에는, 이들의 목소리가 무사히 시각장애인에게 닿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봉사 담당자가 있다. 서울여자대학교 학술정보팀 녹음봉사 담당 실무사 A씨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녹음실 너머의 행정적 노력과 현실적 어려움을 들어보았다.
서울여대 녹음봉사는 단순한 활동을 넘어 엄격한 검증 과정을 요구한다. 매 학기 음원 테스트를 거쳐 인원을 선발하며, 복지관의 전문 교육을 이수해야만 비로소 마이크 앞에 설 수 있다. 운영방식 또한 철저하다. A 씨는 도서 완독률을 높이기 위해 2026학년도 1학기부터는 관리 기준을 강화했다라고 밝혔다. 기존 8주였던 활동 정지 기준을 4주로 단축해 긴장감을 유지하되, 개별 소통을 통해 유연함을 잃지 않는 것이 관리의 핵심이다.
실제로 학기당 약 50명의 학생이 참여하지만, 방학까지 이어지는 긴 호흡 끝에 한 권의 책을 완독해 내는 인원은 15명 내외다. A 씨는 "보기보다 많은 시간과 정성이 투입되는 작업이라 중도 포기자도 적지 않다"며 안타까움을 전하면서도, "사명감을 가지고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하는 학생들 덕분에 프로그램이 이어지고 있다"고 감사를 표했다.
기술의 발전으로 AI 음성 합성(TTS)이 보편화된 시대에, 왜 우리는 여전히 사람 목소리를 빌려야 할까. 이에 대해 A 씨는 시각장애인이 마주한 '선택권의 결여'를 짚었다.
"가끔 녹음 도서 목록을 보며 '이런 책까지 녹음할 필요가 있을까' 의문을 갖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비장애인은 서점에서 책표지만 보고도 읽을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는 반면, 시각장애인분들에게는 그런 '선택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녹음봉사 담당 실무자 A 씨)
특히 시중의 오디오북 플랫폼들이 시각장애인의 접근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학생들이 직접 낭독한 콘텐츠는 귀한 자원이 된다. 기계적인 음성이 채울 수 없는 사람의 진심과 전문적인 지원이 이 벽을 허무는 도구가 되는 셈이다.
"인공지능 같은 기술의 발전으로 음성 합성 서비스(TTS)가 보편화되었지만, 현장의 시각장애인분들에게는 여전히 '사람의 목소리'가 절실합니다. 무엇보다 시중에 나온 수많은 오디오북 플랫폼과 기기들은 설계 단계부터 시각장애인의 이용 편의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복지관에서 직접 운영하는 전용 지원 사이트 및 프로그램 맞춤형 음원 콘텐츠는 대체 불가능한 자원입니다." (녹음봉사 담당 실무자 A 씨)
장비 노후화 등 현실적인 예산 문제도 존재하나, 도서관 측은 학생들의 목소리를 보태어 더 넓은 세상을 만들 계획이다. A 씨는 "앞으로도 설문조사 등을 통해 봉사자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체계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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