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이 ‘희토류 목줄’로 美 조였다”...‘갈등 관리’ 그친 미·중정상회담 [전문가 평가]

김형구 2026. 5. 1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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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서 열린 환영식 행사에서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양국 간 긴장·갈등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가가 미국 내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 나오고 있다. 관세 및 첨단기술·희토류 수출통제 등 핵심 갈등 현안을 정면으로 다루기보다 뒤로 미루고 긴장 완화를 강조했다는 점에서다. 미·중 관계가 ‘충돌 직전의 긴장 국면’에서 ‘통제된 경쟁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이다.

화려한 의전 등 형식에 비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오는 9월로 예고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답방 때 ‘선물’로 주려고 아껴둔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갈등 구조적 해결 없는 한 일시적 안정”


미 싱크탱크 퀸시연구소의 마이클 스웨인 선임연구원은 16일(현지시간) 중앙일보 서면 인터뷰에서 “양국이 첨예한 공방 대신 ‘휴전 모드’를 당분간 더 유지하기로 했다는 점에 한해 성공적”이라며 “다만 무역 현안과 첨단기술, 대만, 인공지능(AI)에 이르기까지 양국 간 근본적인 갈등 요인을 해결하거나 완화하는 데 있어 실효성 있는 진전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 사이에 명시적이고 검증 가능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한 구조적으로 취약하고 ‘일시적 안정’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러시 도시 미국외교협회(CFR) 아시아 선임연구원도 15일 CFR 주최 온라인 세미나에서 “양국 정상이 직면한 구조적 난제들을 ‘해결’(Solving)하려 하기보다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관리’(Managing)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15일 중국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 정원에서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현실부정’→‘분노’ 지나 ‘협상’의 단계”


로버트 매닝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이날 스팀슨센터가 주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중국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은 금세기 초반까지 중국이 경제를 개혁하면 정치적으로도 자유화될 거라고 본 ‘현실 부정’의 단계, 그리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중국이 전혀 그렇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분노’의 단계를 지나, 마침내 ‘협상’의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 간 경쟁의 조건을 정의하고 어떤 분야에서 협력이 가능한지 모색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9년 전인 2017년 11월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시절 이뤄진 방중 때와 비교해 중국의 위상 강화가 눈에 띈다는 얘기도 나온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지역 안보 의장은 “이번 회담은 중국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이미지를 심어 줬다”며 “미·중이 함께 가거나, 따로 분리해 가는 것도 아닌 범위 내에서 안정화를 합의한 듯하다”고 평했다.


“성과 부실…9월 답방 선물 아낀 것일 수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합의문이나 공동 성명이 나오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얘기도 적지 않다. 조이 리우 CFR 연구원은 트럼프 집권 1기 때인 2020년 1월 미·중이 무역 합의를 통해 중국이 2개년에 걸쳐 총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물품·서비스를 추가 구매하기로 약속했지만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선례가 있다면서 “이번 회담도 화려한 환영 인사들의 깃발, 만찬, 그리고 모호한 구매 내역으로 포장된 ‘리스크 관리’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걷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윤 선 스팀슨센터 중국프로그램 국장은 “중국은 한정 국가부주석을 공항 영접에 보내고 시 주석이 이틀간 트럼프 대통령과 동행하는 등 이번 회담을 대성공이라고 평가하지만 막상 미국산 농산물 구매나 보잉 비행기 대량 구매 계약 등 구체적인 발표가 안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중국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 중국이 합의를 보류하고 있거나, 아니면 9월 시 주석의 워싱턴 DC 답방 때 선물로 주기 위해 아껴둔 것일 수 있다”고 짚었다.


“美, 中이 목줄 쥔 희토류에 구조적 취약”


실질적 성과가 미흡한 이유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취약한 핵심광물 공급망이 구조적 한계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이디 크레보-레디커 CFR 선임연구원은 온라인 세미나에서 “회담장 전체를 무겁게 지배했던 것은 지난해 10월 말 양국이 합의한 무역 휴전의 연장 문제였다”며 “중요한 것은 미국이 중동에서 엄청난 첨단 무기 시스템을 소모해버렸고 미사일 보충 생산에는 희토류가 가장 중요하다는 불편한 현실 속에 이번 회담에 임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완벽하게 목줄을 죄고 있는 희토류에 미국은 더 큰 취약성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첨단 무기 재고 부족과 중국이 가진 사실상의 희토류 독점권이 맞물려 트럼프 행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한 상황이 됐다는 설명이다.


“美 대만 무기판매 승인 여부 주목해야”


15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 시민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소식을 보도한 신문을 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향후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 승인 여부가 회담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 가늠자가 될 것으로 관측됐다. 마이클 커닝햄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세미나에서 “앞으로 며칠 내 나올 트럼프 행정부 발표에 주목해야 한다”며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무기 판매를 승인하면 대만에 엄청난 사기 진작이 되겠지만, 판매가 거부되거나 규모 및 품목이 크게 바뀐다면 이는 매우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고 이슈가 크게 터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도 사설을 통해 “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거부권을 시 주석에 허용해 줄 지를 놓고 큰 시험에 빠졌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만약 대만에 대한 무기 공급을 중단한다면, 시 주석은 오랫동안 추구해 온 미국 무기 판매 거부권을 확보하고 이는 이 지역의 우리 동맹국들에게 미국의 나약함을 알리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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