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넘어 살아남는 기술들…생존 조건은 연결·대중화

김혜지,심희정,양한주 2026. 5. 1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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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양자컴퓨팅, AI와 연결로 진화
기술은 단기 판단 어려워…환경 변화 함께 봐야


연결성과 대중성. 자본시장에서 살아남은 기술의 공통점이다. 새로운 기술이 다른 산업과 결합해 수요를 창출하거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을 때 시장에서의 생존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 인공지능(AI)이 반도체·전력·광통신·로봇·원전 등 인접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주요 테마로 이어지고 있는 흐름이 대표적이다.

김지현 SK경영경제연구소 부사장은 17일 “기술은 개별적으로 존재할 때보다 서로 연결됐을 때 시너지가 난다”며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그래픽처리장치(GPU)가 결합하면서 AI 데이터센터라는 거대한 시장이 열린 것처럼 기술 간 연결이 이뤄질 때 빅뱅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AI는 다른 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촉매 역할을 한다. 김상균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AI를 중심으로 메타버스 등 다른 기술이 겪던 ‘환멸의 계곡(새 기술이 초기 열풍을 지나 실제 구현 과정에서 기대감이 빠르게 식는 시기)’을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며 “휴머노이드 로봇의 실용화 가능성이나 양자컴퓨팅의 필요성 역시 AI와 연결되면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통신 산업이 대표적 사례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서버 간 초고속 데이터 전송 수요가 폭증하면서 2000년대 초반 IT 버블의 중심에 있었던 광통신 기술은 다시 시장 전면으로 부상했다. 이정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광네트워크연구실 책임연구원은 “GPU와 메모리 간 인터페이스가 점점 짧아지고 대용량화되면서 실리콘 포토닉스 같은 광통신 기술이 새로운 쓰임새를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도 AI 생태계와 연결되며 성장했다는 평가다. 김 부사장은 “테슬라는 전기차만 만든 것이 아니라 슈퍼차저 인프라와 태양광 충전 시스템까지 함께 구축했고, 최근에는 모든 과정에 AI 기술을 적용하며 완전자율주행(FSD) 성능까지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소형모듈원전(SMR) 역시 AI와 탄소 중립 흐름이 동시에 키운 산업으로 꼽힌다. 윤종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데다 철강·석유화학 산업도 탄소 중립을 위해 수소환원 기술 도입이 필요해지면서 원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주식시장의 반응은 관련 산업의 불확실성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또 다른 생존 조건으로는 ‘대중성’이 꼽힌다. 기술이 특정 전문가 집단에 머무르지 않고 일상과 기업 운영에 깊숙이 스며들 때 시장의 지속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인스파이어드 AI연구원 교수는 “기술이 사람이나 조직의 일부처럼 체화할 때 오래 살아남는다”며 “스마트폰이 개인의 신체 일부처럼 자리 잡은 것처럼 AI 역시 조직 운영의 일부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성형 AI가 급부상한 것 역시 대중성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상균 교수는 “알파고 시절 AI는 특정 전문가 영역에 가까웠지만 지금의 생성형 AI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다”며 “비용도 낮아졌고 접근성도 높아졌다. 결국 핵심은 대중성”이라고 말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도 “생성형 AI는 처음에는 무료 이용자가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유료 구독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더 많은 사람이 반복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거품이 아니라 실체에 가까워진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에서 기술의 성패를 섣부르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한때 시장의 기대를 받았다가 급격히 식었던 기술도 다른 산업과 연결되는 순간 부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기술은 지금 당장만 보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어떤 기술과 연결되는지, 또 1~3년 뒤 어떤 환경이 만들어지느냐까지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메타버스나 블록체인처럼 한때 주목받다 쇠락한 기술들도 AI와 결합하면서 다시 새로운 가치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며 “과거에는 기술 간 연결이 부족했지만 지금은 생성형 AI와 에이전트 기술 발전으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동평 KISTEP 기술예측센터장은 “AI가 수차례 겨울을 겪었다가 부흥한 것처럼, 기술 재조명의 기회가 한 번에 끝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테크이슈팀=김혜지 심희정 양한주 기자 heyj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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