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자형 성장에…중기 대출 부실 빨간불, 대기업 여윳돈은 최대
‘K자형’ 성장 양극화에 은행권 기업 대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의 부실채권과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한편, 대기업의 단기 여유 자금은 사상 최대로 불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전체 원화 대출 고정이하여신(연체 기간 3개월 이상의 부실채권·NPL) 비율을 단순 평균 내면 0.42%로 집계됐다. 전월(0.38%)보다 0.04%포인트, 전년 동월(0.40%)보다 0.02%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대출 주체별로 보면 가계가 0.26%, 기업은 0.54%로 집계됐다. 중소기업은 0.63%로, 대기업(0.31%)의 두 배에 달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대기업은 0.04%포인트 하락했고, 중소기업은 0.09%포인트 상승했다. 내수 부진과 고금리에 취약한 자영업자·소상공인이 포함된 중소기업 대출에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은행별로 보면, 한 은행에서는 중소기업 대출 NPL 비율이 지난달 말 0.66%로 전월(0.49%)보다 급등했다. 특정 중소기업이 거액의 여신을 연체하면서 NPL 비율이 치솟은 것이다. 또 다른 은행에서도 한 중소업체 여신이 부실로 처리되면서, 중소기업 NPL 비율이 0.54%에서 0.64%로 상승했다. 대기업 NPL 비율이 0.27%에서 0.28%로 소폭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중소기업 대출 부실에 전체 기업 대출 NPL 비율은 0.50%로 집계됐는데, 이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11월(0.50%) 이후 최고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 국면이 길어지면서 이자 부담이 커져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부실채권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체율 통계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양극화가 드러난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전체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은 평균 0.44%로, 한 달 사이 0.03%포인트 높아졌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 연체율은 3월 말 0.58%에서 4월 말 0.65%로 0.07%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대기업 연체율은 0.08%로 한 달 사이 0.03%포인트 낮아졌다. 중소기업 연체율이 대기업의 8배에 달하는 것이다.
수출 호조에 대기업에선 현금 흐름이 크게 개선됐다. 지난 14일 기준 5대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 잔액은 총 157조8659억원으로 집계됐다. 4월 말(142조4324억원)보다 15조4335억원 급증하며 사상 처음으로 150조원을 넘겼다. 반도체 호황에 일부 수출 대기업이 뭉칫돈을 맡긴 영향으로 풀이된다. MMDA는 자유롭게 돈을 입출금하면서도 비교적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어 기업들이 단기 여유 자금을 예치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중동 전쟁 여파로 고물가·고금리가 지속하면서 이 같은 ‘K자형’ 양극화 현상은 한동안 지속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실 확대를 막기 위해선 당국과 금융권이 중소기업 ‘옥석 가리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발표한 ‘우리나라 중소기업 현황과 지원제도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한계기업에 대해선 과감한 구조조정에 나서는 한편, 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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