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자형 성장에…중기 대출 부실 빨간불, 대기업 여윳돈은 최대

오효정 2026. 5. 17.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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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자형’ 성장 양극화에 은행권 기업 대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의 부실채권과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한편, 대기업의 단기 여유 자금은 사상 최대로 불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전체 원화 대출 고정이하여신(연체 기간 3개월 이상의 부실채권·NPL) 비율을 단순 평균 내면 0.42%로 집계됐다. 전월(0.38%)보다 0.04%포인트, 전년 동월(0.40%)보다 0.02%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대출 주체별로 보면 가계가 0.26%, 기업은 0.54%로 집계됐다. 중소기업은 0.63%로, 대기업(0.31%)의 두 배에 달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대기업은 0.04%포인트 하락했고, 중소기업은 0.09%포인트 상승했다. 내수 부진과 고금리에 취약한 자영업자·소상공인이 포함된 중소기업 대출에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은행별로 보면, 한 은행에서는 중소기업 대출 NPL 비율이 지난달 말 0.66%로 전월(0.49%)보다 급등했다. 특정 중소기업이 거액의 여신을 연체하면서 NPL 비율이 치솟은 것이다. 또 다른 은행에서도 한 중소업체 여신이 부실로 처리되면서, 중소기업 NPL 비율이 0.54%에서 0.64%로 상승했다. 대기업 NPL 비율이 0.27%에서 0.28%로 소폭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중소기업 대출 부실에 전체 기업 대출 NPL 비율은 0.50%로 집계됐는데, 이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11월(0.50%) 이후 최고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 국면이 길어지면서 이자 부담이 커져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부실채권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연체율 통계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양극화가 드러난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전체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은 평균 0.44%로, 한 달 사이 0.03%포인트 높아졌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 연체율은 3월 말 0.58%에서 4월 말 0.65%로 0.07%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대기업 연체율은 0.08%로 한 달 사이 0.03%포인트 낮아졌다. 중소기업 연체율이 대기업의 8배에 달하는 것이다.

수출 호조에 대기업에선 현금 흐름이 크게 개선됐다. 지난 14일 기준 5대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 잔액은 총 157조8659억원으로 집계됐다. 4월 말(142조4324억원)보다 15조4335억원 급증하며 사상 처음으로 150조원을 넘겼다. 반도체 호황에 일부 수출 대기업이 뭉칫돈을 맡긴 영향으로 풀이된다. MMDA는 자유롭게 돈을 입출금하면서도 비교적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어 기업들이 단기 여유 자금을 예치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중동 전쟁 여파로 고물가·고금리가 지속하면서 이 같은 ‘K자형’ 양극화 현상은 한동안 지속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실 확대를 막기 위해선 당국과 금융권이 중소기업 ‘옥석 가리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발표한 ‘우리나라 중소기업 현황과 지원제도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한계기업에 대해선 과감한 구조조정에 나서는 한편, 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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