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30% 달라” K조선으로 번진 성과급 논란…이익배분 시험대

‘수퍼사이클(초호황기)’을 맞은 조선업계에서 영업이익 기반 성과 배분 요구가 본격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계에서 불거진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요구가 조선업계로도 번지는 모양새다. 불황기 구조조정과 임금 동결을 버텨낸 노동자들은 “이제는 호황의 결실을 공유할 때”라고 주장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대규모 투자와 업황 변동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HD현대중공업지부는 지난 12일 대의원회의를 통해 ‘2026 단체교섭 통합요구안’을 확정했다. 이 중 눈에 띄는 대목은 ‘영업이익 최소 30% 성과 분배’ 요구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최근 소식지를 통해 올해 영업이익이 3조628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기준대로라면 최소 1조884억원이 성과 분배 재원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증권업계는 HD현대중공업이 지난해 정규직 직원 1만5353명에게 지급한 성과급 총액을 약 4182억원 수준으로 추산한다. 지난해 영업이익(2조375억원)의 약 20.5% 수준으로, 노조 요구안은 이를 10%포인트 가까이 높여야 한다는 의미다.

노조 측은 조선업 특성상 노동자 기여도가 절대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HD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조선업은 노동자들의 숙련과 노동력이 실적을 만든다”며 “불황기 동안 임금을 동결하고 회사를 버텨온 만큼 이제는 성과를 공정하게 배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성과급, 전반적인 복리 후생 상향 등을 모두 포함한 배분”이라고 말했다.
실제 조선업계는 2016년 이후 수주 절벽과 대규모 적자를 겪으며 희망퇴직, 임금 동결, 인력 축소 등을 이어왔다. 이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친환경 선박 중심의 수주 호황이 이어지며 실적이 급반등했지만, 현장에서는 숙련 인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 문제가 동시에 불거지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인력 유출을 막고 생산성을 유지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보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회사 측 부담도 적지 않다. 조선업은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으로 업황 변동성이 큰 데다, 친환경·자율운항 기술투자와 생산 자동화 투자 부담도 커지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실적이 좋아진 건 맞지만, 조선은 업황 사이클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며 “영업이익 일정 비율을 사실상 고정적으로 배분하는 구조는 향후 투자 여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조선사들도 올해 임단협에서 성과급 논의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지난해 400%의 성과급을 받은 한화오션 노조는 올해 회사와 성과급 기준 및 제도 개선을 놓고 실무 논의를 진행 중이다. 단체교섭 요구안에도 성과급 지급 기준 변경 내용을 포함했다. 그룹 차원의 전략·재무 평가 기준이 복잡해 노동자들이 실제 산정 방식과 금액 등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화오션 노조 관계자는 “예를 들어 성과급을 영업이익의 몇 %로 할지 이런 세부적인 것을 노사 간 보다 투명하게 논의하자는 취지”라며 “노동자들이 결과를 납득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자는 요구”라고 설명했다.
불황을 딛고 지난해 12년 만에 성과급을 지급한 삼성중공업 역시 올해 성과급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위원장은 최근 ‘K조선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창출된 성과와 이익을 노동자들에게 투명하고 공정하게 배분하라는 목소리가 거세고 저도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정당한 보상은 매우 중요하다”며 “생산성 향상이 산업 전체에 고르게 퍼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겠다”고 답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성과 공유 논의가 원청 정규직 중심으로만 흐를 경우 또 다른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지난해 조선업 원·하청 성과급 동일 비율 지급 등이 수면 위로 오르면서 실제 동일비율인지 아닌지 등을 두고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성과 공유 논쟁이 확대될수록 하청 노동자들에게까지 어떻게 성과를 배분할 것인지가 여전히 과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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