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받은 물품 다 버려라”…에어포스원 이륙 전 쓰레기통 직행

지난 15일 중국 베이징 방문을 마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오르기 전 미국 정부 대표단과 취재단이 중국 측으로부터 받은 기념품 등 모든 물품이 수거된 뒤 폐기됐다고 한다. 정보 유출과 감청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미 뉴욕포스트의 백악관 출입 기자 에밀리 구딘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비행기 이륙 직전 올린 글을 통해 “미국 측 실무팀은 중국 관리들이 나눠준 출입증, 백악관 직원들이 지급한 임시 휴대전화, 대표단 배지 등 모든 물품을 에어포스원 탑승 전 수거해 계단 아래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에서 온 물품은 어떤 것도 비행기 반입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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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기기 제한…임시 디바이스 지급 후 폐기
미국의 이번 베이징 방문에서 중국이 제공한 물품 안에 추적·도청 장치나 악성코드가 탑재된 사실이 확인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 정부가 외국에서 받은 물품을 전량 수거한 뒤 미국 영공에 재진입하기 전 폐기 처분하는 것은 이례적인 행동이 아니다.
다만 중국 방문 시에는 거의 ‘표준 절차’에 가깝다. 이번에도 백악관이 지급한 ‘버너폰(burner phone·식별 불가능한 임시 전화번호를 제공하는 일회용 전화기)’으로 불리는 임시 휴대폰, 임시 출입증, 기념 배지 등 사소한 물품까지 예외 없이 수거해 비행기 이륙 전 폐기했다.

미 정보 당국은 오래전부터 중국을 포함한 경쟁국들이 전자기기뿐 아니라 일상 물품에 추적 기능이나 감청 장치를 심을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특히 미 정부나 의회 인사들이 중국을 방문할 때 적용하는 보안 수칙은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 영토에 머무는 동안 개인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사용은 제한되며 개인 정보나 클라우드 연동이 안 된 ‘클린 디바이스(보안용 초기화 기기)’만 사용이 허가된다. 이마저도 중국을 떠나기 직전 공항 활주로에서 폐기 처분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다.
공공 와이파이나 충전 포트 사용도 상황에 따라 엄격히 제한된다. USB 충전선 자체에 해킹 칩이 심겨 있을 가능성을 우려해 사전 검증된 보조 배터리와 전용 케이블을 사용한다.
“트럼프도 개인 휴대폰 사용 금지”
에밀리 구딘 기자는 뉴욕포스트에 실은 ‘트럼프, 휴대폰 없이 중국 정상회담 돌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방문 기간) 다른 수행단과 마찬가지로 해커 공격으로부터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 개인 기기를 사용하지 말라는 권고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또 “이번 ‘디지털 봉쇄’ 기간 동안 트럼프 행정부 직원들은 일회용 휴대전화와 일회용 이메일 주소를 쓰고 있다”며 “이는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려는 백악관의 노력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백악관 직원들의 개인 기기는 GPS(위치정보시스템), 와이파이, 블루투스, RFID(전자태그로 불리는 무선 식별 시스템)를 포함한 모든 신호를 차단하는 패러데이 백(Faraday bags)에 넣어 에어포스원에 보관됐다. 미 정부 대표단의 내부 보고도 주로 대면으로 하는 등 전자기기 사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이같은 경계는 방문 국가로부터 받은 선물이나 물품에 추적·도청 장치를 은밀히 숨겨 상대국을 감시하려는 정보기관의 고전적 수법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냉전 시기 벌어진 이른바 ‘더 싱(The Thing)’ 사건은 대표적인 사례다. 1945년 당시 구소련의 한 어린이 단체가 주소련 미국대사에게 ‘우정의 증표’라며 선물한 미국 국장 독수리 문양의 목조 조각상이 전원도 필요 없는 정교한 도청 장치라는 사실이 7년이 지난 뒤에야 밝혀졌다. 최근에는 2023년 베이징 주재 영국대사관 한 직원이 중국 측 관계자로부터 선물받은 찻주전자에서 도청 의심 장치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트럼프 “中 첩보활동, 우리도 엄청나게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 인프라에 코드를 심어두고 있다는 사실은 어떤가”라는 후속 질문에 “그들이 그렇게 하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면서 “우리도 그들에게 그런 일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저는 그들에게 ‘우리는 여러분이 모르는 사이에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건 양날의 검(It’s a double-edged sword)”이라고 부연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사이버 공격을 비롯한 첩보·감시 활동이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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