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도 농부도 음악가도 뒤집혔다…美 전역 꿈틀대는 ‘AI 반란’
인공지능(AI)을 향한 미국 사회의 반발이 시민들의 집단행동에 이어 법정 공방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AI가 인간의 일상을 잠식하고 있다는 불안이 이제는 실제 피해와 책임을 묻는 사회적 쟁점으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알고리즘이 초래한 사망과 범죄…오픈AI 향한 법적 책임 공방

하루 앞선 11일 제기된 또 다른 소송은 AI가 폭력 범죄에 어떤 책임을 질 수 있는지를 다룬다. 지난해 4월 플로리다주립대 총격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유족은 연방법원에 낸 소장에서 총격범이 사건 전 수개월 동안 챗GPT와 대화를 나누며 대량살상 사건, 무기 파괴력,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간대 등에 관한 정보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챗GPT가 명백한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도 적절히 차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반면 오픈AI는 “챗GPT가 공개된 사실 정보를 제공했을 뿐 불법 행위를 부추기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일상 파고든 AI 반발…미 전역 꿈틀대는 풀뿌리 반AI 정서
일련의 법정 공방은 갑자기 튀어나온 현상이 아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인디애나에서 아이다호까지, 인공지능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제목의 기사에서 AI를 향한 반발이 이미 풀뿌리 운동처럼 자라나고 있다고 조명했다.
지역 인프라를 둘러싸고 발생한 생활밀착형 충돌이 대표적이다. 인디애나주 월콧의 한 농부 부부는 자택에서 약 270m 떨어진 곳에 데이터센터 건립이 승인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반대 운동에 뛰어들었다. 해당 시설이 하루 약 1만5000톤t 이상의 물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집 뒤편 연못과 지역 지하수가 말라붙을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이들은 사업을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고, 데이터센터 건설을 지지한 지방 공무원 3명을 낙선시키기 위한 운동에도 직접 돈을 보탰다고 한다.

직업군별 타격이 현실화돼 조직적인 반대 운동이 벌어지기도 한다. 아이다호주 보이시의 음악가 부부는 저작권 무단 학습을 통한 생성형 AI의 창작 생태계 파괴에 반발해 비영리단체 지부를 설립했다. NYT는 “이 단체가 활동하는 미국 내 도시가 지난해 5곳에서 올해 30곳으로 늘었다”며 “이들 부부는 지역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자원봉사자 10명을 모았고, AI 규제를 요구하는 청원에 500명의 서명을 받아냈다”고 전했다.
텍사스 오스틴의 복음주의 목사의 경우 AI의 조언이 지인의 결혼생활을 거의 파탄 낼 뻔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교회에서 AI의 위험을 설파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AI를 없애자는 게 아니라 상식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진보·보수 AI 규제에 이례적 한마음
NYT는 이런 반발이 특정 정치 진영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학부모단체와 종교 지도자, 환경운동가, 과거 티파티 운동에 몸담았던 보수 활동가까지 AI 규제 요구에 가세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보 성향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AI와 로봇공학이 이 나라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텐데, 의회 차원의 대규모 토론은 거의 없었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측근이자 보수 논객인 스티브 배넌 역시 “AI의 투명성과 책임성 부족이 노동계층의 분노를 키운다”고 주장했다.
서로 다른 정치세력이 실리콘밸리의 AI 기술 속도전에 동시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AI에 대한 저항이 정부의 모든 층위에 뿌리내리고 있다”고 봤다. AI를 향한 미국 사회의 경계심이 정치·사법 등 제도권 영역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의미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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