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자책 6.45' 최악의 한화 불펜, '이 선수' 올라온 뒤 확 달라졌다...이상규 "난 아직 많이 배고프다"

배지헌 기자 2026. 5.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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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만 빠른 투수'에서 변신, 스위퍼 장착
-5월 6일 2차 콜업 후 7경기 6연속 무실점
-"생각을 바꾸니 결과 달라져...보직 욕심 없다"
한화 불펜의 새 수호신 이상규(사진=한화)

[더게이트]

"보직 같은 건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직 저는 많이 배고프거든요."

시즌 초반만 해도 한화 이글스 불펜은 리그 최약체였다. 5월 5일까지 불펜 평균자책 6.45로 10개 구단 가운데 꼴찌. 마무리 김서현을 필두로 나이 어린 필승조 투수들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팀 분위기도 덩달아 가라앉았다. 12승 19패로 8위까지 추락한 한화는 도저히 솟아날 구멍이 없어 보였다.

그랬던 한화 불펜이 5월 6일을 기점으로 달라졌다. 이후 10경기에서 불펜 평균자책 3.86으로 리그 2위. 팀도 같은 기간 4연속 위닝시리즈에 성공하며 8승 2패를 쓸어 담았다. 시즌 성적은 어느새 20승 21패, 5할 승률까지 이제 1승만 남았다.

공교롭게도 한화 불펜이 안정을 찾은 시기는 우완 투수 이상규(30)가 1군에 돌아온 시기와 정확히 겹친다. 시즌 개막을 2군에서 맞이한 이상규는 4월 한 차례 콜업됐다가 열흘 만에 다시 내려갔다. 개막 엔트리 탈락에 이은 조기 말소에 실망할 만도 했지만, 이상규는 좌절하는 대신 자신을 갈고닦는 시간으로 삼았다.

"마인드셋 기간으로 삼았다." 지난 14일 고척 경기를 앞두고 만난 이상규의 말이다. "뭘 많이 바꾼 건 아니다. 코치님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마음가짐을 바꾼 것밖에 없는데,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5월 6일 다시 1군 기회를 잡은 이상규는 이후 등판한 7경기 가운데 6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하며 평균자책 1.00을 마크 중이다. 5월 한 달간 9이닝을 던지면서 6피안타 2볼넷 1사구 1실점만 허용했고 피안타율은 0.194다. 김경문 감독도 이상규와 윤산흠을 거론하며 "두 선수가 이닝을 잘 메꿔주고 있어서 팀에 굉장히 여러모로 도움이 되고 있다"고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한화 불펜의 새 수호신 이상규(사진=한화)

'속구 올인' 대신 스위퍼·커터로 다양한 레퍼토리

이상규는 2015 신인드래프트 2차 7라운드로 LG 트윈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입단 당시엔 속구 구속 130km대로 평범한 투수였지만, 군 복무를 마친 뒤 환골탈태했다. 일반 의무경찰로 복무하는 동안 개인 훈련에 매진해 구속을 끌어올렸고, 전역 후엔 최고 153km를 던지는 강속구 투수로 거듭났다. LG 시절은 물론 2024년 한화로 이적한 뒤에도 마무리 후보로 거론될 만큼 강한 구위를 인정받았다.

강속구를 던지는 만큼 패스트볼 의존도가 높았다. 2024년까지만 해도 이상규가 던지는 공의 절반 이상이 속구였다. 마땅한 변화구가 없고 제구력이 떨어지는 약점을 스피드로 만회했다. 구속이 잘 나오는 날엔 위력적이었지만, 구속이 떨어지는 날엔 버틸 방법이 없었다. 2025년엔 시즌 내내 기대에 못 미치는 구속 탓에 애를 먹기도 했다. 

이상규는 남이 답을 주기 전에 먼저 답을 찾아 나서는 선수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는 거금을 들여 미국 피칭 훈련 시설 트레드 애슬레틱스까지 건너갔다. 그곳에서 스위퍼를 새 무기로 장착해 돌아왔다. 처음 던질 때만 해도 완성도가 높지 않았다. "스위퍼 구속이 너무 안 나왔다"는 이상규는 "한 번에 습득하긴 어렵더라. 작년에 조금씩 던져보면서 이제는 어느 정도 손에 익었다. 지금은 '이게 내 변화구구나' 싶을 정도"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때 50%를 웃돌던 포심 비율은 이제 35.8%까지 줄었다. 평균 속구 구속은 여전히 145.6km로 나쁘지 않지만, 전처럼 포심 하나에만 기대지 않는다. 스위퍼(29%)와 커터(20.7%)를 골고루 섞고, 정우람 코치의 도움으로 체인지업까지 완성도를 높이면서 불펜 투수로는 꽤 다양한 레퍼토리를 갖추게 됐다. 속구 하나로 밀어붙이던 투수에서, 공도 빠르면서 다양한 무기로 타자를 요리하는 투수로 발전한 셈이다.

2군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박승민 투수코치와 1군에서 재회한 것도 힘이 됐다. 박 코치는 올 시즌 초반까지 잔류군에서 나이 어린 투수들의 고민 상담사 역할을 맡았다가, 이달 초 양상문 투수코치가 건강상 이유로 물러나면서 1군으로 올라왔다. 이상규는 "2군에 있을 때부터 박승민 코치님은 항상 생각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며 "내가 가진 무기가 뭔지, 그 무기로 어떻게 타자와 싸우고 이겨낼지를 먼저 생각하면서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 불펜의 새 수호신 이상규(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시즌 끝까지 1군에 머물고 싶다"

사실 이상규는 시즌 개막 전만 해도 한화의 필승조 리스트에 없었던 이름이다. 윤산흠이나, 잭 쿠싱 계약 종료 이후 마무리로 낙점받은 이민우도 마찬가지다. 한화는 이들 대신 나이 어리고 구속 빠른 투수들 중심으로 개막 불펜을 꾸렸다. 마치 과거의 이상규를 보는 듯한 선수들로 필승조를 구성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그 자리를 이제 오랜 시간 프로에서 산전수전을 겪으며 성숙해진 베테랑들이 채우고 있다. 최근 10경기에서 이상규의 평균자책은 1.00, 윤산흠은 0.00, 이민우는 1.17을 각각 기록 중이다. 김경문 감독이 이런 잡초 같은 선수들로 필승조를 만든 건 처음이 아니다. NC 시절에도 김진성, 원종현, 최금강 등 타 구단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버림받았던 투수들을 활용해 리그 최고 불펜을 만들어냈다.

점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말에 이상규는 손사래를 쳤다. 그는 "보직이나 상황을 생각하기엔 아직 나는 배고프다"면서 "감독님이 내보내시면 어느 상황에서든 올라가서 던지고 싶고, 준비가 돼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상규는 최근 8일 가운데 6일을 마운드에 올랐다. 연투 후 하루 쉬고 다시 연투하는 패턴이지만, 아직 힘든 기색은 없다.

아직 한번도 시즌 끝날 때까지 1군에 있어본 적이 없는 이상규의 목표는 시즌 완주다. 그는 "보직 목표는 없다. 그냥 끝까지 시즌을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 뿐이다"라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제 자신이 어떤 투수인지 알게 된 이상규. 그가 남은 시즌을 무사히 완주한다면, 한화 불펜도 그만큼 더 두껍고 단단해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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