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레바논 휴전 연장, 합의 순간에도 교전 계속

정주진 2026. 5. 1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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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레바논 통해 헤즈볼라 압박, 헤즈볼라 배제된 논의 성과 내기 힘들어

[정주진 기자]

 지난 15일 레바논 남부 도시 티레의 이스라엘의 공습 현장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17일 종료 예정인 휴전을 45일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미국의 중재로 이틀 동안의 논의 끝에 합의를 이뤘다.

토미 피고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휴전 연장 합의를 발표하면서 양국의 논의가 "아주 생산적(highly productive)"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측의 정치적 협상은 6월 2~3일에 계속될 것이고, 양국의 군사 대표단이 참여하는 "안보 논의"가 5월 29일 미 국방부에서 개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논의를 통해 양국이 지속적인 평화로 나아가고 상호 주권과 영토를 인정하며 국경 지역의 안보를 수립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휴전 연장 합의가 발표된 15일에도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 간 교전은 계속됐다. 레바논 국영 뉴스인 NNA는 이날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7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레바논 보건부는 양측의 교전이 시작된 3월 2일 이후의 사망자가 2,951명이라고 밝혔다. <알자지라>는 이스라엘 군인 사망자는 15일 한 명이 추가돼 20명이라고 보도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15일에도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시설을 타격할 것이라며 레바논 남부의 5개 마을에 강제 이주 명령을 내렸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하고 레바논 남부의 이스라엘 주둔군에 드론 공격을 가했다.

휴전 합의 발표 후 이스라엘 대표단을 이끈 에치엘 레이터 주미 이스라엘 대사는 사회관계망을 통해 이번 회담이 "솔직하고 건설적(frank and contructive)" 이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향후 회담에) 기복이 있을 테지만 성공 가능성은 높다"고 말했다.

나와프 살람 레바논 총리는 휴전 연장 합의가 발표된 날 있은 비정부단체(NGO) 만찬에서 레바논과 이스라엘 간 협상에 대한 아랍 국가들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하면서 "협상에서 우리의 입장에 대한 지지를 끌어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행 중인 논의의 상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직접적인 만남과 협상은 이번이 세 번째로 양측은 각 회담 때마다 휴전에 합의했다. <알자지라>는 휴전 합의 외에 논의된 상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양측의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레바논은 이스라엘에 레바논 공격과 남부 점령 종식을 요구하고 있고,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완전 무장 해제와 양국 관계의 정상화를 원하고 있다. 이는 헤즈볼라의 무장 해제가 이뤄지지 않는 한 이스라엘은 레바논을 계속 공격하고 남부 점령을 유지할 것임을 의미한다.

그런데 헤즈볼라 무장 해제는 레바논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헤즈볼라 무장대의 규모는 레바논 정부군 규모보다 크고 헤즈볼라의 정치적 영향력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3월 2일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교전 시작 몇 시간 후 레바논 내각은 헤즈볼라의 군사 행동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결정을 했으나 이는 선언에 불과했고 전쟁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레바논 정부는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공격은 이란을 대리한 것으로 보고 종전을 위해 헤즈볼라의 군사 행동 중단과 무장대 해체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살람 총리는 15일 비정부단체 만찬에서 "레바논은 외국의 이익에 봉사하는 무모한 모험을 충분히 봤다"면서 "레바논군이 우리의 유일한 군대가 되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레바논 정부가 원하는 헤즈볼라의 군사 행동 중단과 무장대 해체는 언어는 다르지만 큰 틀에서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무장 해제 입장과 같다. 세 차례의 회담에서 레바논과 이스라엘이 이 문제를 얼마나 심도 있게 논의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양국의 고위급 인사들이 회담에 참여한 점을 본다면, 그리고 미국이 5월 말 양국 군사 당국자 회담을 예고한 것을 보면 이것이 안건 중의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 14-15일 워싱턴 D.C. 회담에는 시몬 카람 레바논 대통령 특사와 요시 드라즈닌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이 참석했다.

그러나 헤즈볼라의 군사 행동을 중단시키려는 레바논 정부의 이런 입장이 모든 레바논 국민, 특히 계속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고 가족과 집을 잃고 쫓겨난 레바논 남부 주민들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현재 레바논 정부는 이들을 보호해주지도, 이스라엘의 공격을 막아주지도 못하고 있고 오직 헤즈볼라가 그들을 대신해 이스라엘과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살람 총리의 주장과는 다르게 헤즈볼라가 이란의 이익이 아닌 레바논 남부 주민들의 이익을 위해, 나아가 레바논 남부 영토 사수를 위해 싸우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레바논 전쟁은 이란과 헤즈볼라의 밀착 관계에서 비롯됐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다. 근본적인 이유는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이스라엘의 레바논 남부 점령 욕망과 이를 저지하려는 헤즈볼라 간 무력 충돌이다. 레바논 정부가 이 근본적인 문제를 이스라엘과 논의하지 않는다면 양측의 회담은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아랍 국가들은 물론 국제사회의 지지도 얻기 힘들 것이다.

레바논과 이스라엘 양측 회담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없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헤즈볼라의 참여가 없기 때문이다. 헤즈볼라는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직접 대화와 협상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양국이 헤즈볼라 무장 해제에 합의해도,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우선 철수하고 점령 시도를 중단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지 않는 한 헤즈볼라가 합의를 수용할 가능성은 전혀 없음을 의미한다.

세 차례의 휴전 합의가 이뤄졌지만 사실상 교전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레바논과 이스라엘 간 회담의 실효성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다만 외교 관계가 없는 양국이 회담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런데 레바논은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공격과 그로 인한 인명 피해가 계속되고 있어서 사실상 얻는 게 거의 없어 보인다. 반면 이스라엘은 레바논을 통해 헤즈볼라에 압력을 가하고 있고, 레바논 정부와 헤즈볼라 무장 해제를 계속 논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얻는 게 많은 상황이다.

정작 레바논과 이스라엘 간 회담을 통해 가장 큰 이익을 얻고 있는 건 미국이다. 미국이 양국 회담 중재를 시작한 건 이란과의 종전 협상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었고, 이런 점에서 미국의 계획은 성공했다. 이제 이란과의 종전 협상에서 레바논 문제는 완전히 분리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절대 헤즈볼라를 버릴 수 없는 이란이 종전 조건 중 하나로 '레바논 종전'을 언급할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현재로선 그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레바논이 이스라엘과 회담을 계속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얻는 게 무엇인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레바논도 회담을 통해 헤즈볼라에 압력을 가할 수 있고, 국제사회의 관심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익이 있다. 그러나 회담과 반복되는 휴전에도 이스라엘의 공격과 그에 따른 피해가 계속된다면 국내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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