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발 인플레 공포’ 채권 가격 폭락… 미 30년물 금리 19년만 최고

이수민 2026. 5. 16.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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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원 인준 청문회 출석한 케빈 워시 연준 의장 후보자. AFP 연합뉴스
미·이란 전쟁의 여파로 가파르게 치솟은 인플레이션 압박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공포가 엄습하면서 전 세계 채권 시장이 거대한 투매 장세에 직면했다. 현지시간 15일 미국을 비롯해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국채 금리가 일제히 급등하며 수십 년 만의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글로벌 채권 시장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국채 수익률은 이날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서 전날보다 13.8bp(1bp=0.01%포인트) 폭등한 4.597%로 장을 마감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금리 역시 9bp 오른 4.08%를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특히 장기 시장 금리의 지표가 되는 30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전장 대비 11bp 급등한 5.12%를 기록하며 5.1% 선을 단숨에 돌파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 같은 30년물 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무려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채권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가격이 그만큼 폭락했음을 의미한다.

유럽 채권시장 역시 성난 투매 물결을 피하지 못했다. 영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한때 5.18%, 30년물은 5.86%를 넘어서며 수십 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이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더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거취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이 재정 불안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독일과 이탈리아 등 유로존 핵심국들의 국채 수익률도 대거 동반 상승했다.

아시아 시장의 축인 일본에서도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달 일본의 물가 상승률이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서프라이즈를 기록하자, 이날 일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7%대까지 치솟았다. 이는 아시아 금융위기 시기였던 1997년 이후 29년 만에 마주하는 이례적인 고점이다.

이처럼 전 세계 채권 가격을 끌어내린 근본적 배경에는 미·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폭등과 ‘원유 수송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장기화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주요 선진국들이 안고 있는 막대한 국가부채 부담과 재정 건전성 악화에 대한 의구심이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이다.

주목할 점은 이번 글로벌 채권시장의 발작이 연준의 수장이 교체되는 권력 이양기에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2018년부터 미국 경제의 키를 잡았던 제롬 파월 의장은 이날을 끝으로 공식 임기를 마쳤으며, 향후 진행 중인 법무부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당분간 이사직(임기 2028년 1월까지)만 유지할 예정이다.

지난 13일 상원 인준을 통과한 케빈 워시 차기 연준 의장 지명자는 조만간 새 수장으로 공식 취임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 타이밍을 놓쳐 행정부의 경제 행보를 방해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해 왔으며, 자신의 입맛에 맞는 워시 지명자를 통해 과감한 통화 완화 정책을 펼치기를 기대해 왔다.

하지만 월가의 시선은 냉정하다. 미·이란 전쟁 쇼크로 인해 미국의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년 대비 6.0% 뛰며 202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소비자물가지수(CPI)마저 3.8%로 3년 만의 최대 폭으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거시경제 현실을 고려할 때, 워시의 연준이 트럼프의 압박에 밀려 무작정 금리를 내리기는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금융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과 정반대의 시나리오인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진지하게 반영하기 시작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12월 내 인상 확률을 50%, 내년 4월까지의 인상 확률을 80%까지 전격 상향 조정했으며, 전문가들은 영국에서 시작된 재정 지속성에 대한 의문이 미국과 일본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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