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로 1년 날리고, 비자로 3주 날리고...온 우주 '억까'에도 굴하지 않은 로젠버그, 마침내 NC전 선발 출격
-6주 계약인데 3주를 허공에 날렸다…기회는 단 3경기
-첫 등판 60구 제한, 적은 기회에서 가치 증명해야

[더게이트]
"마침내(Finally)" 케니 로젠버그가 키움 히어로즈 유니폼을 다시 입고 KBO리그 마운드에 선다. 지난달 21일 6주 계약을 체결한 지 3주 하고도 5일 만이다. 골반 수술과 소속팀 없는 공백기, 비자 지연으로 날아간 26일의 시간까지 숱한 장애물을 헤쳤다. 로젠버그는 천신만고 끝에 16일 창원NC파크 마운드에 오른다.
지난해 로젠버그는 키움의 유일한 외국인 투수였다. 총액 80만 달러(약 11억 9200만 원)에 계약을 맺고 시즌을 시작해 13경기에서 75.1이닝을 소화하며 4승 4패 평균자책 3.23으로 제 몫을 다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이별이 찾아왔다. 지난해 6월 6일 고척 LG전을 끝으로 왼쪽 대퇴골두 골극으로 인한 대퇴비구 충돌 증후군 진단을 받으며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키움과의 계약도 그대로 끝났다.

발로 뛴 비자 대란, 영사관 문까지 직접 두드렸다
재활을 마치고 다시 기회를 노리던 로젠버그에게 키움이 손을 내밀었다. 올 시즌 새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 네이선 와일스가 오른쪽 어깨 극상근건 부분 손상으로 이탈하면서, 급해진 키움은 아는 얼굴 로젠버그를 찾았다. 지난달 21일 총액 5만 달러(약 7400만 원)에 6주 단기 대체 선수 계약이 성사됐다.
하지만 야구의 신이 이번엔 비자를 갖고 장난을 쳤다. 시즌 중 KBO리그행 취업비자는 보통 일본 주재 한국총영사관을 거쳐 발급되는데, 하필 일본의 대형 연휴인 골든위크와 겹치면서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으로 창구가 바뀌었다. 영사관의 행정 처리는 한없이 더뎠고, 아무리 기다려도 비자가 나오지 않았다.
로젠버그는 기다리는 대신 직접 움직였다. 자택에서 1시간 거리인 총영사관을 찾아가 빠른 처리를 간청했다. 설종진 키움 감독은 "선수가 직접 영사관을 찾아가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놀라워했다. 로젠버그는 "비자 문제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었지만, 최대한 빨리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60구에 걸린 운명, 남은 기회는 단 3경기
로젠버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6주 계약 만료일은 다음 달 2일이다. 이미 3주를 공항과 집에서 허공에 날렸다. 남은 등판 기회는 많아야 세 경기 안팎에 불과하다. 첫 등판인 16일 NC전은 투구 수 60구, 3~4이닝 수준에서 끊어갈 방침이다. 설종진 감독은 "두 번째 등판부터 5이닝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5이닝을 던질 때쯤이면 이미 계약 기간이 끝나있을지도 모른다.
계약 기간을 온전히 소화한 다른 대체 외국인 선수들과는 출발선부터 다르다. 더 적은 기회 속에서 압도적인 구위를 보여줘야 계약 연장이든 타 팀 이적이든 다음 기회를 도모할 수 있다. 야구의 신의 잔인한 장난 앞에서도 로젠버그는 덤덤했다. 그는 "선수로서 많은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좋다"며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변수만 통제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말했다.
시차 적응도 안 된 상태에서 주말 등판이 가능하겠느냐는 물음엔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여기까지 오는 데 참 긴 시간이 걸렸다"며 "감독님이 던지라고 하면 언제든 던질 수 있다"고 힘줘 대답했다.
처음 팀을 떠나던 순간부터 로젠버그가 품은 목표는 오직 하나였다. 그는 "팀을 떠나자마자 가졌던 목표가 다시 키움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며 "내 몸 상태와 팀의 상황이 타이밍상 잘 맞아떨어진 우연의 일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온갖 고난을 뚫고 헤치며 돌아온 로젠버그에게 주어진 기회는 단 세 경기뿐이다. 16일 창원NC파크에서 로젠버그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설령 마운드 위에서 어떤 고난이 닥쳐온다 해도, 지난 1년간 그가 겪은 일들보다 더하지는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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