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쌉T' 도화신녀의 충고 "재미, 호기심으로 점 보면 안 좋아요"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순위를 남깁니다. 출연자의 이미지도 남깁니다. 그 이미지는 때로 한 사람을 대변하기도 합니다. 노출 시간이 짧은 탈락자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방송에서 다하지 못한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습니다. 제작진과 심사위원의 의견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한승호, 이선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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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즈니플러스 예능 <운명전쟁 49>에 출연한 도화신녀. |
| ⓒ 한승호 |
스케이트 날 위에 섰던 두 발이 작두날 위에 서게 됐다. '차기 김연아'를 꿈꾸던 최원희씨는 국가대표 선발을 눈앞에 두고 꺾이고 말았다. "오랜 시간 자신을 괴롭힌 원인 모를 증상과 불운 때문"이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4학년, 그러니까 10살 때부터 시작했던 피겨스케이팅 선수 생활을 10년 만에 접게 됐고 결국 그는 '도화신녀'라는 이름의 무당으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디즈니플러스 예능 <운명전쟁49>에 출연했다가 초반 라운드에서 탈락한 최씨는 "방송 출연으로 지난 6년의 무당 인생을 돌아볼 수 있었다"고 했다. 그에게는 "(서바이벌 프로 출연을 통해) 무당 또한 한 인간이며, 그 모습 또한 다양하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는 바람도 있었다.
해당 프로를 연출한 황교진 피디는 프로그램 공개 이후 <동아닷컴>과 인터뷰에서 "인간으로서 혹은 직업인으로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그들에 대해서 인간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기획의도를 밝힌 바 있다. 우리 주변에 있지만, 직업인의 면모로는 알려지기 쉽지 않았던 무속인. 그중에서도 다양성을 강조하는 최씨의 생각을 더 듣기 위해 지난 4월 22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신당에서 직접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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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년 1월 4일 진행된 'KB금융그룹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온십 2013' 여자 주니어 쇼트 경기에 출전한 최원희씨 모습. 당시 그는 중학생이었다. |
| ⓒ 연합뉴스 |
"피겨를 알기 전까진 성악을 했다. 여섯 살 때로 기억하는데, 선생님이 음계를 치면 보지 않고도 그 음들이 무엇인지 맞출 수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게 신령님 때문이지 않나 싶다. 정말 무슨 음인지 알 것만 같았거든. 당시 선생님들이 저를 되게 예뻐했고, 대회에서 상도 많이 받았다.
근데 성악을 하기엔 돈이 너무 많이 들잖나. 일종의 학벌도 중요하고. 엄마 입장에선 고민이 컸던 것 같다. 그러다 우연히 놀러 간 링크장에서 제가 처음임에도 엄청 잘 타니까 취미로 스케이팅을 시켜주셨다. 성악 수업이 끝나면 링크장에 가곤 했다. 그러다가 운동이 더 재밌어지면서 성악을 그만두겠다고 했지. 본격적으로 피겨를 시작한 게 10살 때였다."
초교생 시절 전국대회 1위, 2012년 전국동계체육대회 여중부 3위, 2014년 서울시교육감배 여고부 1위 등 선수 생활 중 이룬 업적이 상당했다. 그는 "김연아 언니 영상을 정말 많이 봤는데 한창일 땐 트리플 점프는 실수 없이 전부 뛸 수 있었다"며 "오히려 재능에 비해 연습과 노력이 부족한 학생이었다"고 스스로를 돌아봤다.
"대회를 앞두고 연습하는데 다른 선수가 절 보고 '김연아 언니 왔냐'고 했다는 말을 전해 듣기도 했다. 스스로도 그때가 선수로서 정점이었다고 느꼈다. 어려운 점프가 되고, 착지도 안정적이었거든. 대회 나갈 때마다 상위권 성적을 내서 국가대표도 노려볼 수 있던 시점이 왔다. 근데 연습 중에 갑자기 다른 선수가 와서 부딪힌다거나 경기 때 발목이 돌아가 버린다든가 그런 일이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한 번 더 국가대표가 될 기회가 있었는데 (연맹으로부터) 선수등록이 안 돼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선수로 뛴 영상들도 있고, 대회를 뛴 기록도 남아 있는데 전산에 안 남아 있다더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국가대표) 신청서를 넣고 몇 번을 확인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코치님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달래시는데, 나중에 보니 엄마가 연맹에 찾아가서 항의도 했더라."
결국 국가대표의 꿈을 접고, 코치 생활을 이어갔지만 자신에게 벌어지는 불운한 일들과 신병 같은 증상이 이어지며 신내림을 받게 됐다고 한다. "'아, 이렇게 날 꺾으시나' 싶었다"며 그는 "뭔가 막 제 운명에 반항하고 어떻게든 선수로 버틴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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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즈니플러스 예능 <운명전쟁 49>에 출연한 도화신녀. |
| ⓒ 한승호 |
"아는 동생을 따라 한 무당집을 갔던 게 하나의 계기였던 것 같다. 친구가 점을 보는데 신령님이 제게 들어온 거지. 그분이 놀라시며 집안에 신을 모셨던 분이 있냐 묻더라. 알고 보니 외할머니가 신을 모셨다더라. 그때부터 뭐가 계속 보이고 그랬다. 원하지 않는 말이 나오기도 하고. 제가 흔히 말하는 완전 T성향(MBTI 성격유형 중 이성적 사고)이라 이럴 거면 받는 게 낫겠다고 결심했지."
하지만 정작 무당이 된 직후가 더 힘들었다고 한다. 방송을 통해 피겨선수였던 사연이 알려지며 "초반 2년간 거의 매일 8시간 이상씩 사람들을 상담했다"고. 최씨는 "사람들의 이야길 듣는 것도 힘들었고, 그만둘 수만 있다면 뭐든 할 것 같았다"며 "울면서 일상을 보냈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 와중에도 엄마가 많이 기도해주셨다"며 "3년을 넘기며 자매들과 관계도 어느 정도 회복됐고, 다시금 자신이 왜 이길을 가게 됐는지 돌아보게 됐다"고도 말했다.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려운 시간을 지나면서도 그가 '무업'을 이어가는 이유가 있었다.
"신기한 게 이번 인터뷰를 앞두고 전날(4월 21일)에 초심이란 걸 떠올리게 됐다. 예전에 제가 한 방송에서 '구제 중생을 하고 싶다'는 말을 한 게 기억난다. 솔직히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살았다고 생각한다. 그 말이 다시 떠오른 걸 보니 신령님들이 제가 그런 마음으로 살기를 바라시나 싶다.
무업이란 게 많이 맞히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지 못하면 내담자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없으니까. 하지만 무업이란 건 상상 이상으로 범위가 넓다. 조상을 달랜다든지, 인생에 어떤 전환점을 준다든지 말이다. 무업을 하는 분들이 요즘 특히나 많아졌지만, 근본은 비는 것이라 생각한다.신의 뜻을 사람의 말로 전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다리 역할을 해야지 신처럼 행동하면 안 된다. 그리고 사람을 위해 일해야 한다. 정말 위한다면 무조건 좋은 말만이 아닌 듣기 싫은 소리라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이 일의 본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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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즈니플러스 예능 <운명전쟁 49>에 출연한 도화신녀. |
| ⓒ 한승호 |
"저도 제 일과 삶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좋아서라기보다 의무나 책임감으로 했던 게 훨씬 많았거든. 6년이 지난 지금의 전, 이 일을 정말 후회 없이 해보자는 마음이다. 피겨 선수로 인생 1막을 끝내고 2막을 지내면서 무당 또한 인간이라는 걸 꼭 보여주고 싶어졌다. 그래서 신령님께 매번 기도한다. 신이 원하시는 제 인생이 무엇인지 말이다. 사람들이 보다 편한 마음을 가지고 살았으면 싶다. 저도 그걸 위해 기도한다.
무속인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힘든 사람이 많다는 뜻일 수 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재미로, 호기심으로 점을 보는 분도 계시거든. 그건 정말 좋지 않다고 본다. 문제에 대한 조언을 얻고, 답을 얻기 위한 거라면 괜찮은데 그냥 오시는 분들도 꽤 있다. 무당 입에서 무슨 얘기가 나올 줄 알고 그러실까 싶다. 너무 가벼운 생각으로 무당을 찾지 않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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