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무당의 '운명전쟁' 탈락 소감 "모든 게 신의 뜻, 도전은 나의 뜻"

이선필 2026. 5. 1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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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하셨습니다③-1] 최원희씨 "무당으로서 폐쇄성 깨고 싶었다. 방송 후 생각과 마음 더 열려"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순위를 남깁니다. 출연자의 이미지도 남깁니다. 그 이미지는 때로 한 사람을 대변하기도 합니다. 노출 시간이 짧은 탈락자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방송에서 다하지 못한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습니다. 제작진과 심사위원의 의견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이선필, 한승호 기자]

 디즈니플러스 예능 <운명전쟁 49>에 출연한 도화신녀.
ⓒ 한승호
"난 사고, 무조건 사고야. 자신이 원해서 그렇게 되신 게 아닌데?"

디즈니플러스에서 지난 2월 공개된 예능 <운명전쟁49>의 한 장면. 내로라하는 무당, 역술가, 타로 마스터 등이 총출동해 자웅을 겨루는 과정에서 다소 앳된 얼굴의 도화신녀(아래 최원희씨)가 옆 출연자에게 점사(점괘에 나타난 말. 기자 주) 결과를 '툭'하고 전하는 모습이 있었다. 제작진이 낸 문제는 '고인의 사인 맞히기'였다. 그의 말은 정답이었지만, 발언 기회를 얻진 못했다. 정답 버튼을 다소 늦게 눌렀기 때문.

해당 프로 제작진인 모은설 작가는 방송 공개 직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서바이벌의 진정성은 '실력자'들을 가혹한 환경에 던져놓는 것에 나온다"며 "명성을 철저히 배제하고, 오로지 점술가들이 마주한 데이터와 영적 감각만으로 정답을 맞혀야 하는 극한의 장치를 설계했다"고 취지를 밝힌 바 있다.

그 '극한의 장'에서 최씨는 초반 라운드 탈락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피겨 선수 출신 무당이라는 이력으로 경연장 입장 때부터 주목받은 것치곤 아쉬운 일이었다. 운명을 읽고 신의 말을 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무속인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는 결과였다. 프로그램의 화제성이 잦아들 무렵인 지난 4월 22일, 서울 서대문구의 신당에서 만난 최씨는 "방송 녹화 때 괴리감이 들기도 했고, 탈락했으니까 내가 못 했나 싶은 회의감도 있었지만, 모든 게 신의 뜻이라는 생각"이라며 담담한 모습이었다.

신의 반대 있었지만... "무당의 폐쇄성 깨고 싶었다"
 디즈니플러스 예능 <운명전쟁49>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그는 7년 차 무당이다. 처음 신내림을 받은 2020년 10월 4일 이후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 주인공이 되기도 했고, 여러 예능 프로에도 출연했다. 국가대표 선발이 유력했을 정도로 전도유망한 피겨 선수였다는 사연이 기사화되기도 했다. 그때 나이가 스무 살이었다. 무당이 된 직후 손님이 너무 몰려 초반 2, 3년간 예약이 이미 다 찼을 정도로 인기였다고 한다. 그런 그가 <운명전쟁49>를 통해 약 4년 만에 방송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출연하기까지 나름의 치열한 섭외 과정이 있었다고 한다. 최씨가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 <피겨무당 최원희>에 일부 일화가 담겨 있었다. <운명전쟁49>에 함께 출연한 동료 무속인들이 제작진의 꼼꼼한 면접을 거친 사연을 전했던 것. 최씨는 "전 아주 초반에 제의를 받아서 압박 면접을 보진 않았는데, 출연을 두고 신령님들께 여쭤보긴 했다"며 "어르신들은 반대했고, 아기 동자님은 '재밌겠다' 하셨다. 마침 제가 그간 아무 도전도 안 하고 살았다는 생각에 고민하다 결정했다"고 말했다.

"무당일을 하다 보면 폐쇄적일 수밖에 없다. 잠깐 유튜브를 하다가 중단한 것도 사람들에게 너무도 익숙한 이미지로만 보이는 것 같아서였다. 근데 막상 제 상담을 받는 분들에겐 '도전하시라', '틀을 깨시라' 말씀드리면서 정작 난 아무 도전도 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런 직업인 사람도 도전한다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신령님들은 '네가 나가면 힘들 것이다' 하셨지만, 제가 도전해보겠다 하니 '그럼 경험해보라'시더라.

출연한다고 하니까 제작진분이 전화를 주셨다. '제작진이 어느 동네에 같이 모여있는데 어떤 장소로 보이냐'고 하셔서 '건물이 하얗고, 사람들이 많이 들어가는 곳인데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음식점이에요?'라고 답했다. '맞다'고 '(안성재 셰프가 운영하는) 모수'라고 하시더라. 전 그렇게 한두 질문으로 끝났는데, 다른 선생님들은 직접 만나서 많은 질문을 받기도 했다고 들었다."

탈락 직감해... "그럼에도 얻은 것 많아"
 디즈니플러스 예능 <운명전쟁 49>에 출연한 도화신녀.
ⓒ 한승호
출연 결심 직후 이미 그는 "탈락을 예견했다"고 했다. 함께 신을 모시는 신도들에게도 "1등 한다는 말은 못 하겠고, 떨어질 것 같지만 그걸 이겨내 보고 싶다"며 다독였다고 한다. 나름 굳은 다짐이었지만, 현장은 생각보다 더 치열했다. 그는 "막상 녹화장에 갔는데 출연자들 사이에선 전쟁통 같다는 말이 나왔다"며 당시 녹화 분위기를 전했다.

"경연을 진행하고 끝나면 제작진과 인터뷰하는 식인데 거의 하루 간 녹화를 진행했다. 제가 한창 점사를 볼 때 단체로 오시는 손님 포함해서 하루에 50명 정도 볼 때도 있었는데, 와다다 말을 쏟아내다 보면 가슴팍이 뜯겨 나가는 것처럼 아프거든. 근데 경연에선 순서가 정해지니 영으로 받은 걸 바로 뱉을 수가 없잖나. 그걸 기다리는 게 참 힘들었다."

'블라인드 직업 맞히기' 문제에서 그는 기회를 얻기도 했지만, 분량은 통편집됐다. 타로마스터 최한나씨, 무당 벚꽃도령의 발언 후 마지막으로 그가 점사 결과를 말하는 장면이었다. 최씨는 "앞서 말씀하신 분들과 비슷한 내용이었는데 내용이 겹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중요한 부분을 뺀 남은 말을 했다"며 "정확하게 잘 봤는데도 이런 식으로 흘러가 1라운드 탈락을 그때 한 번 더 직감했다"고 말했다.

"이게 또 주변 선생님들과 비교도 하게 된다. 우린 신의 말을 한다지만, 해석에 따라 단어 선택이 달라질 수도 있거든. 근데 아예 내용이 다르면 혼란스러운 거다. 내가 잘못 봤나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근데 녹화 후반부가 되니 몸과 마음이 지쳐서 틀리든 맞든 쏟아내게 되더라.

5명 중 누가 의사인지 맞히는 문제가 있었다. 제가 종이에 써놓은 건 2번과 3번이었는데 입으로 나온 말은 2번과 5번이었다. 녹화된 걸 보고야 잘못 말한 걸 알았다. 차라리 틀렸으면 나았을 텐데, 헛말을 한 것이다. 그때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왜 나왔나 후회도 했고. 혼잣말로 욕도 많이 했다. 작가님에게 욕한 건 빼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웃음)."

그럼에도 최씨는 "그때로 돌아가 해당 프로 출연 제안이 온다면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도전의 의미도 있고, 이 프로를 통해 동료 선생님들을 만났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무당들이 사실 누군가를 만난다거나 다른 무당과 친해지거나 어떤 공감대를 형성하기 되게 어렵다. 각자 모시는 신이 있으니까. 근데 너무 감사하게도 좋은 분들을 만나게 됐다. 그리고 기도한 결과 제 나름 결론을 냈다. 이렇게 신을 의심해 본 적도 없고, 기상천외한 질문을 받을 일도 없을 것 같은데 그 자체가 좋은 경험이었다고. 그래서 다시 돌아간다 해도 출연할 것 같다. 하지만 시즌2 제안이 온다면 안 나갈 것이다. 제 캐릭터가 방송에서 원하는 모양새는 아닌 것 같더라(웃음)."

"방송 모습만으로 무속인들 판단하지 않길"
 디즈니플러스 예능 <운명전쟁 49>에 출연한 도화신녀.
ⓒ 한승호
그가 이처럼 오랜만에 대중 앞에 나선 이유가 또 하나 있었다. 2022년까지 KBS조이 <무엇이든 물어보살>, SBS플러스 <강호동의 밥심> 등에 출연한 이후 어떤 매체에도 나가지 않았다. 인터뷰 또한 2020년 11월경 보도된 <서울신문>의 짧은 기사 외에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제가 막 신을 받았을 무렵부터 돈을 주면 기사나 방송을 내주겠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며 그가 말을 이었다.

"제가 선수생활을 하다가 코치 일을 했고, 그 상태에서 신을 받다 보니 일을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점점 늘었다. 그러다가 결국 아이스링크장에 얘길 하고 모든 걸 정리했지. 그 심경을 소셜미디어에 쭉 쓴 게 있거든. 그걸 보고 어떤 기자님이 연락을 주셨다. '돈 받으시나요?' 물었는데 아니라더라. 그때 한 번뿐이었다. 그 기사 덕에 (TV조선) 다큐멘터리 촬영 요청을 하게 된 것이다.

이후로 여러 인터뷰 요청도 왔는데 뭔가 제가 추구하는 방향과 다르더라. 제가 그쪽을 잘 모르다 보니까. 대부분은 유명한 언론사는 아니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20대 초에 신내림을 받아서 '엠지(MZ,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통칭) 무당'으로 알려졌는데 그게 좀 제 본모습과는 다르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때만 해도 무당을 두고 거부감을 표하거나 편견 어린 반응들이 많았다. 신령님들도 그런 식으로 인터뷰하는 걸 원치 않으셨고."

<운명전쟁49> 경험으로 최원희씨는 "일상 자체가 바뀌진 않았지만, 이 직업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 좀 더 생각과 마음이 열린 것 같다"며 "보시는 분들도 너무 방송 자체만으로 무속인들을 판단하지 말고 이처럼 다양한 무당이 세상에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 '도화신녀' 최원희씨 인터뷰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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