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푸는 시대 끝"…5대 금융지주, 생산적금융에 '각자 색깔'

김민영 2026. 5. 1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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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방산·벤처·K푸드까지 분야 다양
단순 대출 넘어 유망 산업·기업 선제 발굴 경쟁 본격화
정부 생산적금융 기조 맞춰 지속가능 수익모델 구축 나서

이재명 정부의 '생산적금융' 강화 기조에 발맞춰 5대 금융지주가 관련 지원을 확대하는 가운데 각 금융지주가 저마다의 특화 분야를 앞세워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단순히 관련 업종에 자금을 투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력 분야를 선점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이제는 누가 먼저 유망 산업과 지역을 발굴해 실질적인 수익으로 연결하느냐에 생산적금융의 성패가 달려있다는 판단에서다.

지주별 특화 영역 선점 경쟁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에너지 인프라 분야를 중심으로 생산적금융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 인프라는 정부가 강조하는 첨단산업 육성에 필요한 핵심 분야로, KB금융은 이를 키우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다. KB금융은 국민성장펀드 1호 사업인 신안 우이 해상풍력 사업에 참여한 데 이어 1조원 규모의 인프라 펀드도 조성 중이다. 이는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직접 강조해 온 핵심 전략이기도 하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접근 방식이 다르다. 다른 금융지주가 특정 산업 중심으로 생산적 금융의 방향성을 설정했다면, 신한금융은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선제적으로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산업 초기 단계 기업은 물론 전후방 협력사까지 함께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접근해 단순 업종 확대보다 어떤 기업을 미래 성장 관점에서 먼저 찾아낼 수 있느냐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기존 은행권 기업금융이 재무제표나 담보 중심이었다면 당행은 산업 흐름과 기술 경쟁력, 밸류체인까지 함께 보면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선제적으로 발굴하는 방향으로 생산적 금융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지주는 방산·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 전략산업과 연계한 생산적 금융에 집중하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은 ▲신안 우이 해상풍력 사업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시설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 투자 등 첨단산업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대형 프로젝트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특히 최근 두산, 한화와 손잡고 이들 기업의 투자 일정에 맞춰 자금을 공급하며 첨단 전략산업 성장 기반 확대에 힘을 보태겠다는 전략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대기업과 기술보증기금·무역보험공사 등과 협약을 맺고 중소기업 등 협력사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생산적 금융 지원 업종도 국가첨단전략산업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말부터 벤처 생태계 육성과 '5극 3특' 기반의 지역 균형발전 지원에 초점을 맞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기업 성장 단계에 맞춘 투자 지원을 위해 모험자본 공급 2조원, 민간펀드 결성 6조원, 첨단산업 투자 1조7000억원, 지역 균형발전 투자 3000억원 등 총 10조원 규모의 그룹 자체 투자 재원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NH농협금융지주는 지역 산업 네트워크를 활용한 생산적 금융에 무게를 두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신용보증기금, 한국콘텐츠진흥원 등과 손잡고 첨단 전략산업과 지역특화산업, 농업·농식품, K-콘텐츠, 창업·벤처기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지역 균형발전과 농업 기반이라는 그룹 정체성이 생산적 금융 전략에도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금융위원회도 이런 NH농협만의 강점을 살려 'K-푸드'를 차별화 전략 아이템으로 삼는 방안을 역으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동적 정책 대응 넘어 '미래 먹거리' 확보로

5대 금융지주가 생산적금융 행보에 각자의 색깔을 입히는 이유는 정부 정책에 수동적으로 따라가기보다 보다 적극적인 금융지원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생산적 금융이 지속 가능한 투자 관행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금융사 스스로 이를 새로운 수익 모델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생산적금융이 정책금융 차원에서 접근됐다면 이제는 금융사들도 미래 먹거리 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 역시 단순히 대출을 늘려 '돈을 더 푼다'는 방식만으로는 장기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주력 산업과 '5극 3특' 전략에 맞춘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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