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51번째 주 편입 검토한다는 트럼프…식민통치 논란[시사쇼]
중남미 전역으로 위기감 확산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 출연 : 이현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해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국에 의해 체포·송환된 이후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자원 이권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파장이 더욱 크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즉각 반발했지만, 현지에서는 '이러다가 정말 미국의 일부가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베네수엘라 '51번째 주' 편입 고려 발언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특히 주목을 받는 이유는 시점 때문이다. 그는 중국 방문을 불과 며칠 앞두고 베네수엘라의 미국 편입 가능성을 언급했다. 베네수엘라는 이란과 함께 원유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수출해 온 국가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서는 이번 발언이 단순한 영토 확장 욕심을 드러낸 것이 아니라, 중국을 겨냥한 외교적 압박 카드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중국으로부터 입국 비자 발급을 거부당했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해 중국을 방문하면서 마두로 전 대통령이 체포 당시 입었던 체육복 차림의 사진을 공개해 또 다른 화제를 낳았다. 이는 '우리는 베네수엘라 문제를 이미 처리했다'는 대중(對中)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번 미·중 회담 테이블에는 이란 문제, 대만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굵직한 현안이 모두 올라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협상 초반 기선을 잡기 위해 베네수엘라 편입론을 전략적으로 꺼내 들었다고 분석한다. "미국이 중남미에서 이미 손에 쥔 패를 드러냄으로써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발언에서 "베네수엘라에는 40조 달러(약 5경 원)가 넘는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고 직접 언급했다.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의 자원 가치가 미국의 전략적 판단에 핵심 동인이 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현재 미국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장기 봉쇄로 중동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베네수엘라산 석유를 대체 공급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중질유는 미국산 경질유와 혼합해 정제할 경우 품질 높은 정유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 유럽·아시아 시장에서 폭발적인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미국의 대형 석유 기업들은 이미 베네수엘라에서 신규 유전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두로가 떠난 후 베네수엘라에 좋은 일이 생기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사실상 미국 기업들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출을 독점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마두로 체포된 이후 베네수엘라, 美 고문정치 이어져
마두로 전 대통령의 체포·송환 이후, 베네수엘라는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독립 정부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루비오 국무장관이 마두로 체포 직후 베네수엘라를 방문한 이후, 각 정부 부처에 미국인 고문이 한 명씩 배치됐고, 실질적인 국가 행정은 이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대한제국 말기 일본이 내정 고문을 심어 국정을 장악했던 '고문정치' 시대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현재 베네수엘라 상황은 을사늑약 체결 직전, 외형은 독립국이지만 실권은 외세가 쥔 상태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델시 임시 대통령 내각을 구성하는 인사들은 대부분 마두로 정권 시절 고위직을 지낸 인물들이다. 이들은 정권이 무너질 경우 마두로 독재 정권의 부역자로 처벌받을 위험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미국의 요구에 전면 복종하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베네수엘라 헌법은 대통령 유고 시 90일 이내에 대선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야당 세력은 조속한 대선 실시와 함께 미국인 고문 정치의 종식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델시 임시 대통령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의 논리는 독특하다. "마두로 대통령은 사망하지 않았다. 현재 미국에서 재판을 받고 있을 뿐이며, 그는 여전히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이다." 따라서 헌법상 대선 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며, 마두로의 임기(2031년)가 끝날 때까지 임시 대통령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이 사안은 전례 없는 법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이 타국 현직 지도자를 체포해 자국 법정에 세우는 사례 자체가 역사상 거의 없었기 때문에, 미국 검찰이 여러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더라도 강력한 처벌을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3심까지 이어질 경우 재판 기간이 마두로의 잔여 임기와 맞물릴 수 있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마두로는 임기 말에 감형이나 벌금형을 받고 베네수엘라로 송환될 가능성이 높다.
중남미 전역으로 확산되는 위기감
베네수엘라 사태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드는 가운데, 미국은 이번에는 쿠바에 대화를 요청했다는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이 '대화 제스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베네수엘라와 이란 모두 미국과의 협상이 시작된 후 결국 군사적 충돌이나 강제 조치로 귀결됐기 때문이다.
현재 이란 전쟁이 진행 중인 탓에 중남미에 대한 미국의 직접적 관심은 일시적으로 줄어든 상태다. 그러나 전쟁이 종결된 이후에는 중남미 주요국에 대한 미국의 직간접적 개입이 재개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자원과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맞물리는 나라를 중심으로 '베네수엘라식 시나리오'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큰 우려는 미국의 이러한 행태가 국제 규범으로 자리 잡을 경우, 러시아·중국 같은 강대국들도 자국 이익에 부합하는 약소국에 유사한 방식으로 개입할 명분을 얻게 된다는 점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의 이란 군사행동에 이어 중국과 대만 간 긴장 고조까지, 국제 질서는 점점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시간에 10만원은 그냥 깨져요"…부모 지갑에 돈 없으면 아이 놀 곳도 없다
- "순간적 유혹에 넘어갔다" 시신 옆 1억원 '슬쩍'…결국 파면된 日경찰간부
- '폭싹 통편집' 전한길 "아이유는 좌파라서 되고 난 안 돼?"
- "환불해줬잖아"로 끝나는 항공편 취소…숙박·렌터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
- 초등생 제지하다 봉변…20분 폭행당한 교사 전치 2주
- "많이 먹다 토하면 돈 더 낸다"…스페인 무한리필 식당 안내문 화제
- "내가 타면 '삐' 소리 나는 거 아니야?"…몸 커졌는데 그대로인 엘리베이터
- "엄마, 나랑 사니까 편하지?"…'뜻밖의 결과' 오히려 속터져 술만 늘었다
- 여고생 팔꿈치 만진 30대 '실형'…버스서 쫓아가 엘리베이터서 범행
- 빌딩이 로봇이 된다? 그 상상의 첫발 내딛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