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마스가’ 금의환향 김정관에 “외교부에 정보 공유 좀” 지적 왜

윤지원 2026. 5. 16.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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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조현 외교부 장관. 뉴스1

지난 12일 국무회의 현장에선 미묘한 장면이 포착됐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피격된 HMM 나무호 관련 업무보고를 막 마쳤을 때다. 이재명 대통령은 “수고하셨다”고 답한 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향해 몸을 틀었다.

“이 사안은 외교부와 직접 관계된 건 아닌데”라며 운을 뗀 이 대통령은 김 장관이 대미 투자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지난 6~9일 미국 출장을 다녀온 일을 거론했다. 이 대통령이 “대미 투자에 관해선 정말 역할을 크게 잘하고 계신다. 어떤 사무소를 만들겠다고 했죠”라고 묻자, 김 장관은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 사무소요”라며 웃음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돌연 뼈있는 지시를 내렸다. “외교부나 안보실하고 구체적 내용을 사전에 협의하시라”는 것. 일순간 김 장관의 얼굴엔 긴장감이 스쳤다.

이 대통령은 재차 “(대미 투자는) 산업적 측면뿐만 아니라 외교·안보 등 타 협상이 복합적으로 걸려있기 때문에 다른 부처와 미리 협의를 잘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부처 칸막이를 넘나드는 업무를 자율적으로 사전 조정하지 않으면 결국 총리와 내게까지 넘어온다”며 “각별히 신경 쓰고, 다들 좀 친하게 지내시라”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네, 그러겠습니다”라고 답했고, 조 장관은 발언 내내 이 대통령을 묵묵히 응시했다.

지난 12일 국무회의 현장에서 왼편부터 조현 외교부 장관. 김민석 국무총리, 이재명 대통령. KTV 유튜브 채널 캡처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부터 트럼프 2기 행정부 발 관세·안보 파고를 돌파하는 과정에서 외교·안보 라인과 경제·통상 라인 간의 칸막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이 문제를 국무회의 석상에서 직접 수면 위로 끌어올린 셈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여러 채널로 양 부처 간 정보 비대칭성에 관한 지적이 이 대통령에게 제기된 것으로 안다. 이 대통령도 문제의식을 품게 된 것”이라고 기류를 전했다.

이와 관련, 산업부는 지난 8일(현지시각) 김 장관 방미를 계기로 미 상무부와 조선 및 해양 투자 협력을 골자로 한 ‘한·미 조선 파트너십 이니셔티브(KUSPI)’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통상 외국 정부와 협정이나 협약을 맺을 때는 외교부 국제법률국이 사전에 국내·국제법적 검토를 거친다. 하지만 산업부는 이번 협상에서 미국 측과 서명 일정부터 확정했고, 정작 문안은 김 장관이 워싱턴에서 일정을 소화하던 중에야 외교부에 뒤늦게 통보했다고 한다. 이미 서명일을 잡아놓고 역으로 촉박하게 법적 검토 절차를 완료해야 했던 외교부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방미 일정을 마친 뒤 1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상과 안보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공략하는 트럼프 행정부에 ‘원 팀’으로 맞서야 하는 정부가 부처 간 기본적 정보조차 제대로 공유하지 않는 상황은 반복되고 있다. 쿠팡 사태가 핵추진잠수함 도입 등 안보 현안 협상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도 근본적으로는 미국의 무리한 압박 때문이지만, 정부의 ‘적전분열’로 상황이 더 꼬이는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월 트럼프가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기습 재인상하겠다고 했을 때 산업부는 미 상무부와의 관련 협의를 하며 기류를 사전에 파악했지만, 트럼프의 발표 며칠 전에야 외교부에 공유했다고 한다. 사전 대응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팀 킬’이나 마찬가지였다.

정부 조직 개편을 둘러싼 갈등도 빈번하다. 지난 2월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산하 ‘전략경제협력지원단’ 신설 당시 방산 외교 관련 업무를 경제·통상 라인에서 도맡으려는 조짐이 보여 외교·안보 라인 ‘패싱’에 대한 부작용이 우려되기도 했다. 당시는 외교부 출신인 오현주 차장이 총괄하는 국가안보실 3차장(경제안보 담당) 보직을 폐지하고 해당 기능을 정책실로 흡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던 때였다.

조현 외교부 장관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지난달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제4차 비상경제 점검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이처럼 반복되는 부처 간 갈등의 기저에는 2013년 통상교섭 기능이 외교부에서 산업부로 이관된 이후 쌓여온 신경전이 자리 잡고 있다. 조현 장관은 지난 1월 관훈토론회에서 ‘부처 간 칸막이 문제’를 질문받자 “통상 기능이 외교부로 돌아온다면 협상을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는 앞서 김정관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현지 대사에 따라 수출 및 사업 수주가 좌우된다”며 산업부 등 관계 부처의 공관장 ‘상향식 평가’를 주장한 데 대한 맞대응 성격이라는 해석도 당시 나왔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은 “외교부와 산업부 간 역할 분담 문제는 오랜 쟁점이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을 계기로 이재명 정부도 그 심각성을 더욱 체감하게 됐을 것”이라며 “다만 아직까지 정부 차원의 효율적인 대처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경제 안보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만큼 두 부처 간의 유기적인 공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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