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행정전산 마비’ 당일 반차…행안부 징계에 법원 제동

2023년 사상 초유의 행정전산 마비 발생 당시 반차를 쓰며 부실하게 대응했다는 이유로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은 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자원) 광주센터장 A씨에 대해 법원이 징계를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행정안전부가 2024년 6월 A씨를 징계한 지 약 2년 만의 결론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 양상윤)는 지난달 27일 A씨가 행정안전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직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법원은 A씨의 지시에 따라 광주센터 직원들이 장애 복구 대응책을 마련한 점 등을 고려해 중징계인 정직 불이익은 과도하다고 봤다.
민원을 수기로…초유의 전산망 마비
A씨는 2023년 11월 공무원 전용 행정전산망인 ‘새올’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했을 당시 국자원 광주센터장으로 재직했다. 당시 ‘새올’ 마비로 현장 공무원들이 전산망을 이용하지 못하며 전국 민원 서비스가 중단됐고, 급기야 공무원들이 직접 손으로 서류를 작성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후 온라인 민원 서비스인 ‘정부24’까지 먹통이 되며 민원 현장에서 일대 혼란이 일었다. 정부는 사흘 만에 전산망 정상화를 선언했으나 장애 원인은 규명하지 못했다. 이에 당시 이재명 대통령은 이상민 당시 행안부 장관 경질을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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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최소한의 역할도 안 해”
전산망 마비 사태 후 행안부 감사관실 자체복무감찰팀은 감사에 돌입했다. 감사 결과에 따라 행안부는 중앙징계위원회에 징계를 요구했고, 징계위는 A씨가 국가공무원법의 성실의무 및 직장이탈금지의무를 위반했다며 정직 1개월 처분을 의결했다.
행안부는 A씨가 광주센터 총괄 관리자임에도 직원들에게 장애 대응 지시를 하는 등 최소한의 역할도 수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A씨는 광주센터 재난 대책 상황실을 운영해야 하는 위치에 있으면서 전산망 장애가 발생한 당일 오후 2시부터 반가를 내고, 69분 이른 오전 11시 51분에 무단으로 일찍 퇴근했다고 지적했다.
행안부는 “자신의 역할을 소홀히 했고, 이에 따라 국자원이 장애 원인을 찾는데 난항을 겪었다”며 “행안부의 위상이 실추되는 등 심각한 결과가 초래됐다”고 징계사유를 적시했다. A씨가 광주센터장으로 근무한 약 9개월간 총 44회에 걸쳐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한 점도 징계사유였다. 징계에 불복한 A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불이익 과도”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A씨가 오후 반가를 쓴 점 등이 전산망 장애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가 전산망 장애 당시 퇴근 후에도 시스템총괄팀장 등을 통해 사고 복구 상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했고, 광주센터 직원들도 A씨의 지시에 따라 대응책을 마련했다는 게 근거였다.
법원은 감사원이 2025년 8월 사고 발생 주요 원인으로 국자원 종합상황실의 ‘오류 발생 관제 및 장애상황 전파 부실’ 등을 꼽은 점도 고려했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상황 공유 실패와 오류 원인 진단 실패가 겹쳐 장애 복구에 난항을 겪고 있을 때 장애 발생 지점을 찾아낸 게 광주센터 소속 직원들이었다.
법원은 행안부가 징계사유로 활용한 총 44건의 무단 지각, 조퇴 중 25건의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법원은 “인정되는 징계사유만으로 동일한 징계처분을 했을 거라 단정할 수 없다”며 “이 사건 처분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을 감안하더라도 A씨가 입는 불이익이 너무 크다”고 밝혔다.
조수빈 기자 jo.su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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