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분간 500억 날렸던 삼성…파업 땐 ‘100조 재앙’ 닥친다

김수민 2026. 5. 1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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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제도화’라는 화약고를 만나며 사상 초유의 반도체 파업 위기로 치닫고 있다. 오는 21일로 예고된 총파업을 불과 엿새 앞두고 반도체(DS) 사장단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까지 직접 노조 문을 두드렸지만, 노조는 파업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21년 동안 한 번도 쓰이지 않았던 ‘긴급조정’이라는 극약처방까지 거론된다.

15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 사옥에서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① 왜 “라인 멈추면 100조 증발”

16일 재계 안팎에서 긴급조정 가능성이 언급되는 배경에는 삼성전자 파업이 초래할 천문학적인 경제적 충격이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14일 “ 긴급조정도 불가피하다”며 “공장이 정지되면 하루 최대 1조원 규모의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웨이퍼 가공에 5개월 이상 걸리는 특성상 공정 중인 웨이퍼가 손상될 경우 최대 100조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1700여개 협력업체의 연쇄 타격 가능성을 언급했다.

실제로 반도체 생산라인의 중단은 자동차나 중공업 등 일반 제조업과는 차원이 다른 막대한 피해를 야기한다. 김 장관이 언급한 하루 1조원 규모 생산 차질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시간당 손실액은 약 416억원(약 2900만 달러)에 달한다. 자동차 업종 생산 중단의 12.6배 수준이다. 지멘스의 ‘2024 생산 중단의 실제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생산 중단 시 시간당 손실액은 자동차 업종이 약 230만 달러(34억4000만원), 석유·가스 업종은 약 50만 달러, 중공업은 약 30만 달러 수준이다.

반도체는 공정 특성상 아무리 짧은 기간이라 해도 정지 자체가 치명적인 손실로 이어진다. 삼성전자는 2018년 평택 공장 정전사고 당시 단 28분 가동 중단만으로 약 500억원 규모 피해를 입었다. 대부분의 제조업은 라인을 멈췄다가 다시 돌리면 되지만, 24시간 중단없이 웨이퍼 표면을 깎고 특수 용액을 입히고 회로를 새기는 수백 단계 공정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반도체 라인은 공정이 멈추면 웨이퍼 전체를 폐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 13일 삼성전자 파업 금지 가처분 심문 과정에서도 노사 양측 다 “반도체는 일반 제조업과 달리 특수한 반복 공정 산업”이라는 점을 근거로 각자의 주장을 내세웠다.

이에 대해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반도체가 한국 전체 수출의 36%를 차지하고, 삼성전자 소액주주만 461만명에 달하며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도 20~25% 수준이라는 경제적 파장을 고려해야 한다”며 “파업이 시작되자마자 정부가 즉시 긴급조정을 내릴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② ‘N% 성과급’ 파업, 정당성 논란도


코스피가 장중 사상 처음으로 8000포인트를 돌파했다가 7490선에서 거래를 마감한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 지수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주가가 나오고 있다. 뉴스1

이번 사태가 파업까지 간 핵심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N%) 성과급 제도화’다. 노조는 DS부문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지급하고, 현재 연봉의 50%로 제한된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성과급은 더 줄 수 있지만, 영업이익 연동 구조를 고정하면 경영 유연성이 훼손된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무법인 대표는 “대법원은 성과급을 원칙적으로 ‘임금’이 아니라 경영 성과에 따른 재량적 보상으로 판단해왔다”며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을 주장하며 파업하는 건 단체행동권이 경영권의 본질적 영역까지 침범하는 문제”라고 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영업이익 연동형 고정 성과급 체계를 받아들일 경우 다른 대기업 노조 역시 비슷한 요구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한다. 실제로 HD현대중공업(영업이익 30%), 현대차(순이익 30%), 삼성바이오로직스(20%), 카카오(영업이익 13~15%) 등에서도 유사 요구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렇다 보니 경제 6단체 역시 노조의 총파업 철회와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 발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경민 기자


③ 긴급조정 발동해도 남는 후폭풍

설사 긴급조정이 발동되더라도 회사 내부에 깊게 팬 갈등의 골은 부담이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지난 15일 사측 대표 교섭위원인 김형로 부사장이 올해 연간 예상 영업이익을 200조원 미만으로 언급한 녹음 파일을 공개하며 “반도체를 전혀 모르는 인사가 300조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축소하고 있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노노갈등도 심화하고 있다. 가전과 모바일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DX) 조합원들은 반도체 중심의 초기업노조가 삼성전자 전체를 대표하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며, 교섭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 절차에 돌입했다. 파업을 앞두고 블라인드 등 직장인 커뮤니티에는 “이미 태업모드다”는 글이 줄줄이 게재되는 등 냉소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10대 그룹 한 고위 임원은 “특정 업종의 초호황기에 발생한 이익을 고정 공식처럼 나누기 시작하면 산업 간·직군 간 보상체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삼성전자의 위기는 단순히 한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업계 전체의 고차방정식”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생산성과 시장경쟁력, 업황 차이를 무시한 채 ‘대기업 반도체 보상’을 기준으로 삼게 되면 사회적 박탈감과 갈등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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