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선 기자의 교회건축 기행] <39> 포천 일동감리교회

지난달 30일 찾은 경기도 포천 일동감리교회(정학진 목사) 새 예배당은 면 단위 지역 교회라고 보기 어려운 독특한 외형을 갖추고 있었다. 멀리서 바라보면 아래는 성곽 같고 위는 한옥과 궁궐의 처마를 닮았다. 밤에는 외벽을 따라 설치된 경관 조명이 켜지면서 기와선과 종탑이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교회는 지난달 5일 새 성전 입당 예배를 드렸다.
이 교회 건물의 독특한 모습은 처음부터 미적인 측면을 강조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건축환경의 결핍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고민에서 비롯됐다. 좁은 건축면적, 부족한 예산, 빚 없이 지어야 한다는 원칙 속에서 ‘어떻게 하면 작아 보이지 않을까’를 고민한 끝에 나온 형태였다.

정학진 목사는 “실제 건축 바닥 면적만 놓고 보면 넓지 않고 여기에 그냥 네모난 건물을 지으면 너무 왜소하고 초라해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처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건축면적은 630.67㎡, 연면적은 1481.14㎡다. 본당 좌석은 1·2층을 합쳐 250석 규모다. 교회는 대출 없이 교인 헌금만으로 건축하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건축 규모를 키울 수는 없었다.
정 목사는 교회가 작다는 느낌은 주고 싶지 않아 건물을 더 크게 보이게 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전통 건축 양식에서 답을 찾았다. 한옥은 실제 바닥 면적보다 처마와 지붕선이 넓게 퍼져 보여 공간이 훨씬 커 보이는 특징이 있다.
궁궐과 성곽이란 느낌도 마찬가지다. 실제 규모 이상으로 웅장한 인상을 준다. 그래서 교회는 건물 하부를 성곽처럼 단단하게 구성하고 상부는 한옥 기와 형태를 살렸다. 길게 뻗은 처마선과 높게 세운 종탑 구조는 시각적으로 건물을 훨씬 크고 높아 보이게 만들었다.
보이는 것만 신경 쓴 게 아니다. 바닥 면적은 규제 대상이지만 처마는 그렇지 않아 크기와 넓이를 키울 수 있다. 종탑도 구조물로 처리돼 바닥 면적에 포함되지 않는다. 제한된 면적 안에서 최대한 공간감을 확보하려는 선택이었다.
정 목사는 “30평짜리 한옥도 처마를 넓게 빼면 훨씬 커 보인다”며 “우리 교회가 웅장하도록 전통 건축의 느낌으로 구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이 건축 구상을 그림으로 그려 설계를 의뢰했다.


건물 외형뿐 아니라 내부 공간도 같은 철학 아래 구성됐다. 본당은 층고를 높여 실제 면적보다 훨씬 넓어 보이도록 했다. 2층에는 발코니석을 만들어 청년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3층 한옥은 사택으로 사용한다. 이 부분도 원래는 단순한 H빔 구조와 샌드위치 패널로 시공하려 했다. 건축비를 아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시공 과정에서 내부를 목조 구조로 바꾸고 외부를 한옥 형태로 감싸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완성됐다.
옥상 공간도 건물의 입체감을 키우는 요소다. 종탑과 십자가 구조물이 올라가 있고, 앞으로는 인조잔디를 깔아 작은 야외 공간처럼 활용할 계획이다.
교회는 경관 조명도 직접 설치해 비용을 줄였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조명이 켜지면 성곽형 외벽과 기와선이 선명하게 살아난다고 정 목사는 설명했다.
교회는 2023년 ‘빚 없는 건축’을 위해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 한 명도 낙오되지 않게, 안전사고 없이, 한 푼도 빚지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선교비를 줄이지 않고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전에 정 목사는 새 교회당 건축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2009년 이미 교육관을 건축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빚 없이 건물을 완공했지만 쉽지 않았다. 하지만 기존 예배당은 45년 가까이 된 낡은 건물로 뒤편 판자 구조가 내려앉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러다가 2023년 나이 60세가 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이 교회에서 은퇴해야겠다’는 마음과 함께 ‘낡은 예배당을 그대로 남겨두고 떠날 수는 없다’는 책임감이 동시에 생겼다.
건축 과정도 쉽지 않았다. 교인 대부분은 군인과 군인 가족, 요양보호사, 어린이집 교사 등 평범한 서민층이었다. 큰 사업가나 후원자는 없었다. 장로 가운데는 아파트 경비 일을 하는 이도 있었고 택배 기사와 25t 화물차 기사도 있었다.
그런데도 이들은 수천만원씩 헌금을 작정했다. 한 장로는 팔이 부러진 상태로 새벽기도에 나와 추가 헌금을 약속했다. 연금으로 생활하는 원로 장로도 거액 헌금을 결정했다.
정 목사는 “그분들에게 수천만원은 수억원과 같은 돈이었다”며 “형편들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작정을 할 때마다 감동보다 걱정이 먼저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정 목사는 성도들에게 추가 부담이 되지 않도록 고민하며 본당의 장의자는 이전 예배당에서 사용하던 것을 썼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전통과 역사를 담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본당 내부에는 운보 김기창 화백의 ‘예수의 생애’ 화보 일부를 배치했다. 천사의 수태 고지부터 십자가와 부활, 승천까지 복음의 흐름을 따라 구성했다. 한국적 정서를 담은 그림과 한옥 형태 건물을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시공이 중단되는 사태도 있었다. 공정 70% 정도에서 시공사 대표가 공사를 못 하겠다며 두 손을 들었다. 교인들 사이에서는 법적 대응 이야기도 나왔지만, 교회는 부사장을 설득해 공사를 마무리했다.
정 목사는 “건물을 화려하게 짓는 것이 목적은 아니었다”며 “좁은 공간이어도 공동체의 믿음과 이야기가 담긴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교회는 정 목사의 바람대로 제한된 면적, 부족한 재정, 빚 없이 지어야 한다는 현실 속에서 특이한 외관으로, 큰 헌신보다 작은 헌신들이 모여 하나 된 모습으로 자리했다.

포천=글·사진 전병선 선임기자 junbs@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청년에 따뜻한 집밥을” SNS 달군 개척교회 사모의 진심
- ‘장애인을 동등한 노동자로’… 굿윌스토어 편견 깬 성장
- 교회가 탈북민과 식당 동업… 북한 사역 위한 동행 첫발
- 조선소 옆 교회, 12개 언어로 이주민 ‘예배 한자리’
- 웨딩마치 특별한 교회, 스드메·피로연 무료 36년
- “그리운 손맛 내는 식당처럼”… 소중한 영혼의 피난처 되다
- 쓰레기 더미에 갇힌 삶… 돌봄의 손길로 회복 돕다
- 기독교인도 ‘재정 포모’… 교회가 성경적 교육으로 답할 때
- 셀린 송 감독 “‘기생충’ 덕분에 한국적 영화 전세계에 받아들여져”
- “태아 살리는 일은 모두의 몫, 생명 존중 문화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