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50% “교권 침해 경험”…학생·학부모는 “나는 아니다”
교권침해 심각 질문에…교사 ‘심각’ vs 학생·학부모 ‘보통’
‘정당한 교육행위’에 대한 교원·학생·학부모 공통 기준 마련해야

교원의 약 50%는 교권 침해를 직접 경험했지만, 본인의 행동이 교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응답한 학부모는 2.9%, 학생은 9.5%로 나타났다. 교권 침해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교원은 심각하게 인식한 반면 학생과 학부모는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권을 둘러싼 인식의 격차를 좁히는 일이 교권 침해 문제의 해결점이 될 수 있다는 제안이 나온다.
16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이화 박사(인하대학교 사회교육과 강사)는 지난 2022년 인천광역시교육청 교육정책연구소의 지원을 통해 수집된 대규모 실태조사 데이터를 분석해 최근 집필한 ‘교권에 대한 초·중등 학교구성원의 인식 차이’ 논문을 통해 이와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초·중·고 교원 1836명, 학생 3074명, 학부모 2811명을 대상으로 교권 침해 경험, 교권 침해 심각성 인식 등이 조사됐다.

논문에 따르면 교원 1836명 중 908명(49.5%)은 최근 1년간 교권 침해를 직접 경험했다고 밝혔다. 다른 교원의 교권 침해에 대한 간접 경험까지 포함하면 그 비율은 85.3%로 높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교권 침해를 직접 가한 적 있다고 응답한 학부모는 2811명 중 81명(2.9%), 학생은 3074명 중 291명(9.5%)에 불과했다.
교권 침해를 간접적으로 경험했다는 비율도 학생 49.8%, 학부모 42.9%로 교원의 수치와 큰 차이를 보였다.
정 박사는 교원과 학생,학부모의 응답의 차이를 두고 “교권 침해에 대한 인식 격차라기보다, 교육활동을 둘러싼 권한, 책임, 기대와 같은 응답자의 위치와 역할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교원의 경우 피해 당사자로서 단 한 번의 경험도 침해로 보고하는 반면, 학생과 학부모는 자신의 행동을 먼저 정당한 요구나 권리 행사로 인식한 후 명백한 침해 상황일 경우에만 비로소 침해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교권 침해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해서도 교원과 학생·학부모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5점 척도로 측정한 결과 교원은 평균 3.86점으로 학생(3.00점), 학부모(3.56점)에 비해 교권 침해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교원 중 초등학교 교원(3.96)의 심각성 인식이 가장 높았다.
구체적인 교권 침해 시나리오를 제시한 문항에서도 인식 격차는 이어졌다.
수행평가 성적을 정정하지 않으면 교육청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는 학부모의 상황에 대해 교원은 4.90점으로 최고 수준의 심각성을 보였다. 하지만 학부모는 4.84점, 학생은 4.71점으로 집단 간 차이가 확인됐다.
소셜미디어에 교원의 얼굴 사진을 이용해 동영상을 만들어 공유하는 학생 들의 명예훼손 상황에 대해 교원은 4.90점으로 심각성을 인식했지만 학생은 4.69점, 학부모는 4.77점을 보이며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교권 침해의 경험과 교권 침해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 격차는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정 박사의 연구는 그 출발점을 교권 개념 자체에 대한 이해 차이에서 찾았다.
교권을 ‘교육자로서의 권리’ ‘전문직으로서의 권리’ ‘인간으로서의 권리’ 세 차원으로 나눠 동의 수준을 측정한 결과 교원은 각 항목에서 4.14점, 4.70점, 4.77점이라고 답했다. 반면 학생은 3.46점, 4.25점, 4.31점으로, 학부모는 3.70점, 4.24점, 4.34점으로 응답해 교권에 대한 인식에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교권을 교육자로서의 권리 즉, 교사가 수업의 내용이나 방법을 자유롭게 결정하는 권리로 인식하는지 묻는 질문에 세 집단이 가장 큰 답변 차이를 보인 점에 정 박사는 주목한다.
정 박사는 “교원은 교육활동이나 수업에서 요구되는 자율성과 전문성을 정당한 권한으로 인식하지만, 학생과 학부모는 이를 통제나 일방적 결정으로 받아들이기 쉽다”며 “동일한 행위를 두고도 ‘정당한 교육활동’과 ‘부당한 통제’라는 서로 다른 판단이 형성되면서, 교권 침해가 반복적으로 재생산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정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교권 침해는 누가 잘못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같은 교실 안에서 교사·학생·학부모가 서로 다른 기준으로 상황을 해석하기 때문에 반복되는 것”이라며 “어느 한쪽을 탓하기보다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공통의 기준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연구의 조사 시점은 2023년으로 교권보호 5법 이전이지만 그 이후에도 수업 방해 등 일상적인 교육활동 침해가 지속되고 있으며, 법과 제도의 현장 적용 과정에서 여러 저해 요인이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며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만으로는 학교 구성원 사이의 인식 차이를 좁히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정 박사는 학기 초 교원·학생·학부모를 대상으로 교권 인식 진단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학교 단위에서 공유·분석하는 예방적 구조의 도입, 그리고 수행평가 기준과 생활지도 절차를 사전에 표준화하여 공개하는 분쟁 예방 프로토콜 구축을 제안했다.
그는 “교원과 학생, 학부모가 ‘정당한 교육행위란 무엇인가’에 대해 공통된 언어와 기준을 갖기 전까지, 같은 교실 안에서 같은 상황을 전혀 다르게 해석하는 구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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