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싱! 쿠싱! 쿠싱! 계약 종료일에도 세이브...마지막까지 다 주고 떠난 잭 쿠싱, 한화 팬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배지헌 기자 2026. 5. 15.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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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마지막 날 등판, 세이브로 유종의 미
-문현빈·페라자 홈런 두 방으로 KT 5대 3 격침
-선두 KT, LG에 반 게임 차로 추격당해
잭 쿠싱(사진=한화)

[더게이트]

팀을 위해 선발에서 마무리로 보직을 바꾸고,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던 사나이가 한국에서의 마지막 날에도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원정 관중석을 가득 메운 한화 팬들은 기립박수와 함께 큰 소리로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쿠싱! 쿠싱! 쿠싱!" 수원 구장에 잔잔한 감동이 물결처럼 퍼져나갔다. 

한화 이글스는 15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리그 KT 위즈와의 주말 3연전 첫 경기에서 5대 3으로 승리했다. 문현빈과 요나단 페라자의 홈런포, 그리고 '고별전'에 나선 잭 쿠싱의 마무리가 만들어낸 합작 승리. 2연승을 달린 한화는 시즌 전적 19승 21패를 기록하며 5할 승률에 성큼 다가섰다.
잭 쿠싱(사진=한화)

선발로 왔다가 '중무리'로 떠나다... 숫자에 가려진 헌신

이날 승리에 마침표를 찍은 주인공은 쿠싱이었다. 한화와의 6주 단기 계약이 만료되는 바로 그날에도 쿠싱은 어김없이 마운드에 올랐다. 1이닝 동안 안타 3개로 1점을 내주긴 했지만 2점차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며 세이브를 거뒀다. 

쿠싱의 KBO리그에서 생활은 그야말로 '헌신'과 '희생'의 연속이었다. 기존 외국인 투수 오웬 화이트의 햄스트링 부상으로 급히 대체 선수로 합류했을 때만 해도 쿠싱의 보직은 선발 투수였다. 하지만 기존 마무리 김서현이 부진에 빠지자 김경문 감독은 응급처방으로 쿠싱에게 뒷문을 맡겼다.

말이 마무리였지 실제 등판 일정은 '중무리(중간계투+마무리)'에 가까웠다. 9회 1이닝만 막는 일반적인 마무리와 달리, 쿠싱은 팀이 위험에 빠지면 7~8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멀티 이닝을 책임졌다. 심지어 7회에 등판해 3이닝 세이브를 시도한 경기도 있을 만큼 강도 높은 일정을 소화했다.

그럼에도 쿠싱은 군말 없이 공을 던졌다. "팀이 원하는 역할이라면 무엇이든 내 역할을 하면 그뿐"이라며 묵묵히 버텼다. 16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1승 2패 4세이브 평균자책 4.79다. 숫자만 보면 평범해 보일지 몰라도, 한화 선수단과 팬들은 그 숫자가 팀을 위한 헌신으로 쌓아 올린 결과물임을 잘 알고 있다.

이날 경기는 한화 타선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KT 선발 고영표의 호투에 막혀 0대 1로 끌려가던 4회초, 1사 1루에서 문현빈이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역전 투런포(시즌 8호)를 터뜨려 흐름을 바꿨다. 4회말 KT 이강민의 적시타로 2대 2 동점이 됐으나, 5회초 심우준의 결승 적시타로 다시 앞서 나갔다.

승부의 쐐기를 박은 것은 요나단 페라자였다. 8회초 2사 2루 상황에서 페라자는 한화 동료였던 KT 한승혁의 공을 통타해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기는 대형 투런 홈런(시즌 7호)을 터뜨렸다. 5대 2로 달아나며 승기를 완벽히 잡는 순간이었다.
잭 쿠싱(사진=한화)

손에 땀을 쥐게 한 9회말, 그리고 감동적인 마지막 인사

한화는 선발 왕옌청이 5이닝 8탈삼진 2실점으로 제 몫을 다한 뒤, 6회부터 윤산흠-이민우-이상규를 차례로 올려 각각 1이닝씩을 무실점으로 지워냈다. 그리고 9회말, 대망의 고별전을 위해 쿠싱이 마운드를 밟았다.

출발은 불안했다. 선두타자 유준규와 최원준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무사 1, 2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침착하게 후속 김상수를 유격수 방면 병살타로 잡아내 아웃카운트 두 개를 순식간에 늘렸다. 이후 김현수에게 적시타를 맞아 1점을 내주긴 했지만, 마지막 타자 샘 힐리어드를 2루수 땅볼로 돌려세우고 경기를 끝냈다. 

경기가 끝나자 수원 구장은 한화 팬들의 쿠싱 연호로 가득 찼다. 방송 인터뷰를 마친 쿠싱은 모자를 벗고 팬들을 향해 허리를 숙여 진심 어린 인사를 건넸다. 쿠싱은 "마지막 날 팀이 승리해서 정말 행복하다"며 "한화 팬들은 정말 세계 최고다. 최고의 팀원과 팬들을 만나 행복한 기억만 안고 간다"고 미소를 지었다.

라커룸으로 들어온 쿠싱을 위해 송별회가 열렸다. 선수단 전원과 뜨거운 포옹을 나눈 쿠싱에게 구단은 대전 구장 라커룸에 붙어있던 그의 이름표를 명패로 제작해 선물했다. 김경문 감독은 "마지막 날까지 고생 많았다. 정말 고맙다"며 어깨를 두드렸고, 류현진은 "올해 우승하면 쿠싱에게도 우승 반지 꼭 만들어 주자"는 말로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쿠싱은 오는 20일 출국해 미국으로 돌아간다.

한편, 안방에서 뼈아픈 일격을 당한 선두 KT(24승 1무 15패)는 이날 SSG 랜더스를 꺾고 2위 자리에 복귀한 LG 트윈스(24승 16패)에 0.5경기 차로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개막 이후 줄곧 지켜온 선두 수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16일 경기에서 한화는 부상에서 돌아온 오웬 화이트를, KT는 배제성을 각각 선발로 기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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