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LCK…‘캐스팅’ 신민제의 LCK 적응기

계단식 성장. ‘캐스팅’ 신민제의 지난 3년을 평가하기에 이보다 정확한 표현이 있을까.
올해 한진 브리온의 탑라이너가 된 신민제는 남들보다 오랫동안 LCK 챌린저스 리그(LCK CL)에서 담금질을 거쳤다. 그동안 그는 그저그런 2군 선수에서 LCK CL 최고의 탑라이너가 됐고, 지난 연말엔 결국 전 세계에서 10명에게만 허용되는 LCK 탑라이너 자리까지 꿰찼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처음 한진 브리온 1군에 합류했을 땐 부족한 라인전 체급에 대한 우려가 뒤따랐지만, 그는 꿋꿋하게 실력을 발전시켜 LCK 수준의 체급을 갖췄다. 2024년에도, 2025년에도 그랬던 것처럼 그는 또 천천히, 높은 계단을 하나 밟고 올라서서 이제 눈앞의 경치보다 등뒤의 경치가 더 멋져보이는 순간까지 왔다.
한진 브리온은 15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6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정규 시즌 2라운드 경기에서 DN 수퍼스를 2대 0으로 꺾었다. 한진 브리온은 매치 5연승, 세트 10연승을 달려 6승7패(+0)가 됐다.
다음은 이날 경기 후 나눈 신민제와의 짧은 일문일답.

-한진 브리온이 DN을 꺾고 5연승에 성공했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경기를 치른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지 평소보다 더 긴장감이 들었어요. 첫 세트가 잘 풀리니까 다시 평소의 기세를 되찾을 수 있었고요. 매치 5연승도 기쁘지만, 세트 10연승을 거둔 게 더 뜻깊고 기뻐요.”
-DN전, 어떤 마음가짐으로 준비했습니까.
“저는 평소에도 ‘두두’ 이동주 선수가 정말 잘하는 선수라고 생각했어요. 연습 경기에서 맞대본 선수 중에 라인전 디테일이 가장 좋았거든요. 오랜만에 ‘두두’ 선수와 대결하는 거여서 그 선수의 디테일을 어떻게 따라갈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많았어요.
그래도 어제와 오늘, 경기를 준비하면서 제가 머릿속으로 생각해둔 테크닉들이 있었어요. 그게 첫 세트 때 잘 통하더라고요. 게임의 첫 단추인 라인전부터 기세를 타니까 그 다음 단추들은 자연스럽게 끼울 수 있었어요. 그리고 팀 단위의 전투는 한진 브리온이 워낙 잘하는 거라 자신 있었고요.”
-김상수 감독은 각자의 역할보다 팀으로서의 게임 이해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던데요.
“맞는 말씀이에요. 한진 브리온의 연패 구간을 돌이켜보세요. 이 게임엔 라인전 이후 팀이 가진 힘을 바탕으로 지금 뭔가를 해야 할지, 피해야 할지를 정하기 위한 법칙이 존재해요. 단편적으로는 궁극기와 점멸 여부, 아이템의 값어치 비교, 조합의 파워 그래프 등이겠죠. 그리고 한진 브리온은 5명이 전부 그 법칙을 이해하는 순간 갑자기 실력이 확 늘었어요.
시즌 초반엔 그게 잘 안 됐으니까, 감독님께서 선수단을 모아놓고 조합 이해도에 대해 가르쳐주셨어요. 예를 들면, ‘민제야, 네가 레넥톤을 할 땐 너의 힘이 가장 강한 이 구간에 주도적으로 플레이해야 해’같은 거죠. 딜러진에게는 ‘너희가 아무리 세도 점멸이 없으면 팀은 약점에 노출돼 있는 거야’라든가. 그런 거 하나하나를 따지고, 맞춰 움직이게 되니까 연승의 흐름을 탔어요. 오늘도 선수들끼리 인게임에서 쉬지 않고 소통을 했어요. 여러 번의 선택지를 마주했지만, 우리가 배운 게임의 법칙을 따르니까 불리한 건 뒤집고 유리한 건 굳힐 수 있는 팀이 됐어요.”

-LCK CL에서는 항상 패보다 승이 많았습니다. 연패 기간의 스트레스가 더 컸을 듯합니다.
“저는 작년에 KT에서 잠깐 1군으로 콜업됐던 적이 있잖아요. 성적이 좋지 않았던 그때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어요. 나는 언제나 열심히 하고, 잘하고 싶은데…결과가 따라오지 않으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혼자서는 그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힘들었어요. 그때마다 감독님께 도움을 요청했고, 실제로 큰 효과를 봤어요.”
-김 감독이 신 선수에게 어떤 도움을 줬습니까.
“감독님께선 LoL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경험해보신 분이잖아요. 베테랑 선수들도 여럿 지도해보셨고요. 제 처지를 잘 이해해주실 거라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러셨어요. ‘마음 편하게 먹어라. 경기 결과처럼 네가 통제할 수 없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 제겐 큰 위안이 됐어요. 그리고 게임 실력 향상에는 이호성 코치님의 도움이 컸고요.”
-이 코치도 월즈 우승자 출신이죠. 같은 탑라이너 출신이었습니다. SK텔레콤 T1의.
“저한텐 그게 기회이자 축복이죠. 저는 아직 신인 티를 벗지 못했고, 그래서 명확하게 알지 못하는 구도들이 있어요. 게임을 하다 보면 상대 라이너가 저한테 기술을 걸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게 기술인지도 모르는 채로 게임을 하는 거예요. 그러다 게임이 끝나요. 이걸 눈치 채지 못하면 ‘아, 내가 왜 말렸지? 그냥 내가 못했나 보다’하고 피드백이 끝인 거죠.
그런데 코치님께서 제가 게임하는 걸 보시더니 ‘이런 건 상대의 기술이니까 당하지 않게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하시는 거예요. 처음에는 무슨 원리인지도 모르니까 ‘네, 신경 쓸게요’하고 말았죠. 그런데 반복해서 복기하다 보니까 코치님이 무엇을 말씀하신 건지가 보이더라고요. ‘쵸비’ 정지훈, ‘제우스’ 최우제, ‘기인’ 김기인 선수가 어떻게 저와 골드 차이를 벌린 건지가 보이게 된 거죠. 개인의 노하우여서 자세히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코치님께선 ‘몇 년 전부터 베테랑들이 써먹던 것’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이 코치가 신 선수의 성장에 큰 도움을 준 셈이군요.
“그럼요. 코치님께 배운 게 정말 많아요. 올 시즌 라인별 퀘스트가 도입된 뒤로 순간 이동이 강화됐잖아요. 탑라이너가 이걸 어떻게 써야 하는지부터 알려주셨어요. 그밖에도 사이드를 어떻게 서야 하는가, 1레벨부터 6레벨까지는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가, 귀환 후 아이템 유무에 따라 라인전 구도가 어떻게 변하는가 등도요.
또 저는 이 구도가 너무 어려운데, ‘기인’ 선수는 같은 구도에서 솔로 킬을 딴단 말이에요. 코치님께 가서 ‘기인’ 선수의 솔로 킬 영상을 보여드렸죠. 그러면 코치님께서 ‘기인’ 선수가 킬을 만들어낸 디테일이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를 찾아주셔요.”
-사실 시즌 개막 전엔 신 선수가 LCK에 적응할 수 있을까, 팀 팬들의 우려도 많았습니다.
“그런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순 없었죠. 걱정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신경 쓰지 않았어요. 굳이 안 받아도 될 상처를 받을 필요 없으니까요. 타인의 평가와 시선은 뒤로 두고, 당장 눈앞에 있는 것들에만 집중하려고 했어요. 우선 연말에는 팀원들과 친해지는 것과 LoL KeSPA컵 준비에만 몰두하면서 정신없이 저를 갈아 넣었어요.
정규 시즌 개막 후 한동안은 성적이 따라오지 않으니까 무너지겠단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었죠. ‘내가 이러려고 이 직업을 선택했던 걸까?’ 아니었잖아요. 우선 제가 게임을 즐겨야 팬분들도 제 게임을 재밌게 보실 거고, 제가 주눅 들지 않고 부딪치는 모습을 더 좋아하실 거고…그런 마음가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그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에요.”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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