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앞에서 주사맞기 싫어요"…소아당뇨 아이들이 견디는 하루
[김종철 기자]
초등학교 5학년 민준(가명)군의 하루 시작은 친구들과 사뭇 다르다. 아침밥을 먹기 전, 먼저 손끝을 찔러 혈당을 확인한다. 숫자를 보고 인슐린을 맞은 뒤에야 식사를 시작한다. 점심시간도 예외가 아니다. 친구들이 급식실로 향할 때 민준군은 조용히 화장실로 간다. 친구들 앞에서 주사를 맞는 것이 아직은 어렵기 때문이다.
"아픈 것보다 친구들이 이상하게 볼까 봐 그게 더 싫어요. 그냥 저도 다른 애들처럼 밥 먹고 싶어요."
민준군의 말처럼 소아당뇨 아이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치료의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혈당을 재고, 탄수화물을 계산하고, 식사 전후로 인슐린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운동을 할 때도 저혈당 위험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체육시간, 현장학습, 수학여행처럼 다른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시간이 이들에게는 긴장의 시간이 된다.
지난 14일 오후 민준군의 어머니는 기자에게 "아이보다 부모가 더 무너질 때가 있다"고 했다.
"밤에도 몇 번씩 깨요. 저혈당이 오면 위험하니까요. 아이가 자다가 식은땀을 흘리면 심장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학교에 보내놓고도 하루 종일 휴대전화를 붙잡고 있어요."
소아당뇨 아이들이 느끼는 상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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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뇨병은 흔히 ‘생활습관병’으로 알려져 있다. 많이 먹고 운동을 안 해서 생기는 병이라는 인식도 강하다. 하지만 소아시기 많이 발생하는 1형당뇨병은 전혀 다른 질환이다. |
| ⓒ 웨스턴 |
하지만 소아·청소년 시기에 발생하는 당뇨병 가운데 '1형 당뇨병'은 자가면역질환이다. 면역체계 이상으로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되면서 발생한다. 다시 말해 몸에서 인슐린을 스스로 만들지 못하게 되는 병이다. 환자 본인의 잘못이나 생활 습관 때문이 아니다.
소아시기 '2형 당뇨병' 역시 단순히 비만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환경적 요인과 한국인의 췌장 기능 특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실제로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학교와 사회에서는 "단 음식을 많이 먹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오해가 반복된다.
김광훈 한국소아당뇨인협회장은 "이 지점이 아이들에게 가장 큰 상처가 된다"고 말했다.
"소아 당뇨시기의 1형당뇨병은 질병보다 외로움과 싸우는 시간이 더 길어요.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건 병 자체보다 주변의 시선인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에서 몰래 화장실에 가서 주사를 맞는 아이들도 있어요. 인식 개선이 되고는 있지만, 아이들 스스로 친구들이 이상하게 볼까 봐 숨기는 겁니다."
학부모들의 부담도 크다. 특히 학교 안에서 응급상황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불안이 크다. 저혈당은 갑자기 올 수 있고, 심한 경우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교사가 소아당뇨에 대한 대응법을 충분히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수학여행이나 체험학습은 가족 전체가 긴장하는 날"이라고 했다.
"혹시 혈당이 갑자기 떨어지면 어쩌나, 선생님이 바로 대처하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이 돼요. 아이가 독립적으로 생활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마음은 늘 불안해요. 예전보다 기술도 나아졌지만, 주사 맞는 것은 여전히 힘들죠. 약처럼 먹을순 없을까라는 생각도 들고…"
그들이 평범하게 살 수 있는 환경...기술발전과 인식, "네 잘못이 아니야"
의료기술은 분명히 발전했다. 연속혈당측정기(CGM)는 손끝 채혈 부담을 줄였고, 인슐린 펌프는 주사 횟수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 입장에서는 여전히 몸에 기기를 붙이고 살아야 한다. 기기가 눈에 띄면 친구들의 질문을 받기도 하고, 활동 중 떨어질까 봐 신경 써야 한다. 치료의 편의성은 나아졌지만, 일상의 긴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래서 한국소아당뇨인협회는 상담과 치료비 지원을 넘어 교육, 캠프, 멘토링, 학교 인식 개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학생과 부모가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만나고,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협회는 연속혈당측정기와 학교 내 응급 대응 체계 개선, 교사 대상 교육 강화 등 정책 개선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핵심은 아이들이 평범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소아당뇨 아이들도 친구들과 똑같이 학교생활을 하고, 운동하고, 여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의 주사처방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 발전을 기대하는 이유죠. 무엇보다 그 기술이 환자들의 삶을 얼마나 바꾸는지가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사람들 눈치를 보지 않고 치료받을 수 있는 세상, 부모들이 밤새 혈당 걱정으로 깨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바라고 있습니다."
소아당뇨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특별대우가 아니다.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학교 시스템, 친구들의 자연스러운 이해, 그리고 "네 잘못이 아니다"라는 사회의 분명한 메시지다.
아이들은 매일 혈당과 싸운다. 그러나 더 오래 싸우는 것은 오해와 시선, 그리고 외로움이다. 소아당뇨를 질병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의 권리와 돌봄의 문제로 바라볼 때, 아이들은 비로소 친구들과 같은 교실에서 같은 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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