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일수록 더 중요한 건 인간... 어떤 인생 살고 싶은가"

유창재 2026. 5. 1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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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 나가사키외대 강연... 자기주도성과 공감 능력 강조

[유창재 기자]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지난 12일 일본 나가사키에 있는 나가사키외국어대학교에서 한국어학과 등 1~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AI 대전환 시대에 묻다: 저널리즘과 교육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유창재
"인공지능(AI)이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갖게 된다면, 인간의 쓸모는 무엇일까요. 결국 남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그것이 핵심이고, AI를 활용하고 다른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그 다음이지 않을까요?"

지난 12일 오후 일본 나가사키시에 있는 나가사키외국어대학교 4층 대강의실. 학생 80여 명 앞에 선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는 AI 시대의 불안과 가능성을 동시에 이야기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강연 주제는 'AI 대전환 시대에 묻다 : 저널리즘과 교육의 미래'로, 학생들은 물론 일부 교직원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통역은 이 학교 한국어과의 박영규 부총장과 오카자키 교수가 맡았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지난 12일 일본 나가사키에 있는 나가사키외국어대학교에서 한국어학과 등 1~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AI 대전환 시대에 묻다: 저널리즘과 교육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날 강연에는 학생들 80여 명과 교직원들이 참석했다.
ⓒ 유창재
오 대표는 이날 "기술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인간"이라고 강조했다. AI 기술 경쟁 자체보다, 어떤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그 기술을 사용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문제의식이었다.

그는 먼저 2000년 창간한 오마이뉴스의 출발점을 소개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질문이었다고 했다.

"왜 직업 기자들만 여론을 형성해야 하는가. 시장 상인은 기자보다 시장을 더 잘 안다. 시민들도 충분히 사회를 인식하고 표현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오 대표는 당시 인터넷의 등장을 "돈이 없어도 언론사를 만들 수 있는 시대의 개막"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성공과 실패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도전할 수 있었다"며 "실패하더라도 인터넷 시대를 배우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실제로 오마이뉴스는 시민 참여를 기반으로 급성장했다. 그는 "하루 방문자 2천 명만 와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20만 명이 되고, 200만 명까지 늘어났다"며 "한국 시민들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시민 참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가 블로그나 유튜브와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했다.

"시민기자가 쓰고 상근기자가 검증한다. 책임 있는 참여, 신뢰 있는 참여가 중요하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많은 사람이 참여한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얼마나 책임감 있게 참여하는가, 얼마나 진실되게 참여하는가가 중요하다."

오 대표는 특히 AI 시대에 이 원칙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AI 기술 발전을 지켜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인터넷 시대를 처음 봤을 때는 80%가 희망이고 20%가 우려였다"면서 "그런데 지금 AI는 다르다. 엄청난 도구이지만 동시에 인간의 자기주도성을 빼앗을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서울에서 오마이뉴스가 개최한 'AI 권력의 시대,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 포럼도 일본 학생들에게 소개했다. 대한민국 국무총리가 직접 참석한 이 행사에서 핵심적으로 도출된 키워드는 두 가지였다고 한다. 바로 '자기주도성'과 '공감 능력'이다.

"AI를 활용하더라도 인간의 자기주도성이 있어야 한다. 또 혼자가 아니라 타인과 연대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흥미로운 건, 오 대표가 말한 이 두 가치가 결국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는 "건강한 사회만이 AI에도 건강하게 대응할 수 있다"며 "AI가 어떤 세상을 만들까보다 우리는 어떤 세상을 원하느냐를 먼저 물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지난 12일 일본 나가사키에 있는 나가사키외국어대학교에서 한국어학과 등 1~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AI 대전환 시대에 묻다: 저널리즘과 교육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 학교 박영규 한국어학과 교수(부총장)이 통역을 맡아 진행했다.
ⓒ 나가사키외국어대학교 곽유신
강연은 자연스럽게 교육 이야기로 이어졌다. 오 대표는 한국 사회를 바꾸기 위해 2013년부터 덴마크를 주목하게 됐다고 했다. "왜 한국은 그렇게 열심히 사는데 삶의 질은 높지 못한가"라는 고민 때문이었다.

그는 덴마크 교육에서 가장 충격받은 장면으로 "중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1년 쉬는 문화"를 꼽았다. 오 대표는 "빨리 가는 것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며 "남을 따라가는 인생이 아니라 자기 의지로 가는 삶이 중요하다는 철학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경험은 그가 한국에서 '꿈틀리 인생학교'를 운영하게 된 계기가 됐다. 그는 학생들에게 길러주고 싶은 힘으로 ▲자기주도성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힘 ▲협력 능력 ▲'인생은 살 만하다'는 감각을 제시했다.

특히 오 대표는 "교육은 결국 '인생은 살 만하다'는 감각을 키워주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정의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지난 12일 일본 나가사키에 있는 나가사키외국어대학교에서 한국어학과 등 1~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AI 대전환 시대에 묻다: 저널리즘과 교육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한 뒤 참가한 학생들과 질의응답시간을 갖고 있다.
ⓒ 나가사키외국어대학교 곽유신
학생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AI와 교육, 그리고 사회 문제를 둘러싼 질문이 이어졌다.

한 학생이 '가짜뉴스를 어떻게 구별해야 하느냐'고 묻자, 오 대표는 "민주주의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중요하지만 언론과 재판은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오마이뉴스는 처음부터 가감 없는 생중계를 통해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해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학생은 휴학과 해외 경험 등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분위기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오 대표는 "덴마크 학생들은 대학 합격 후에도 1~2년 쉬는 경우가 많다"며 "내가 공부하고 싶을 때 공부한다는 문화가 있다"고 소개했다.

"덴마크는 국어·영어·수학을 모두 잘하길 강요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게 해준다."

강연 말미, 오 대표는 학교 밖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내용을 담은 영화 <괜찮아 앨리스>를 언급하며 다시 한번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힘'을 이야기했다.

"우리는 교육을 통해 결국 '인생은 살 만하다'는 감각을 배우는 것 아닐까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서로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지난 12일 일본 나가사키에 있는 나가사키외국어대학교에서 한국어학과 등 1~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AI 대전환 시대에 묻다: 저널리즘과 교육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나가사키외국어대학교 곽유신
1945년 나가사키 YMCA에 의해 설립된 나가사키외국어대는 일본 내에서도 드문 외국어대학이다. 세계 각국 유학생들이 재학 중이며, 한국 30여 개 대학과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오마이뉴스와는 2023년부터 산학협력 협약을 맺고 인턴십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원폭 피해와 군함도 강제동원이라는 '아픔의 역사'를 품고 있는 나가사키에서 오 대표가 던진 질문은 단순한 AI 담론을 넘어섰다.

"AI가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는 어떤 세상을 원하느냐."

강연장을 나서는 학생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기술의 시대를 살아갈 청년들에게, 이날 강연은 결국 인간에 대한 이야기였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지난 12일 일본 나가사키에 있는 나가사키외국어대학교에서 한국어학과 등 1~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AI 대전환 시대에 묻다: 저널리즘과 교육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나가사키외국어대학교 곽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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