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코인만 과세?”…가상자산 형평성 논란 일파만파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세정 당국인 재정경제부는 가상화폐 과세를 더 이상 유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최근 재확인했다. 문경호 재정경제부 소득세제과장은 지난 7일 ‘가상자산 과세, 긴급 점검 토론회’에서 “내년 1월 예정대로 가상자산 과세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내년 1월1일부터 가상자산을 양도·대여해 발생하는 소득이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과세 된다. 연간 250만원을 초과하는 가상자산 소득에 대해 기타소득세(20%)와 지방소득세(2%)를 합산한 총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손익통산은 같은 과세기간 내 가상자산 간에만 가능하고, 이월결손금 공제는 허용되지 않는다.
인프라 미비·과세 공백…업계 “준비 안 됐다”
업계에서는 과세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우려가 크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국세청이 조달청에 관련 시스템 공고를 낸 것이 올해 3월”이라며 “데이터 검증 시간까지 고려하면 일정이 매우 촉박하다”고 했다. 거래소와 국세청 시스템을 연동하려면 세부 명세가 확정돼야 하는데, 이 같은 가이드라인이 명확히 전달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해외 거래소·지갑 거래에 대한 과세 공백도 현실적인 한계로 지목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거래소에서 발생한 거래 자료를 제공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해외 거래소에서 이용자가 코인을 얼마에 취득했는지 파악하는 방법은 사실상 요원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CARF(가상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해외 기관의 실질적인 협조 여부도 아직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신종 거래 유형에 대한 과세 기준 공백도 현장에서 체감하는 큰 문제다. 스테이킹, 에어드롭, 디파이(DeFi), NFT 등 신종 거래 유형에 대한 과세 표준이 여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인데, 이를 국세청 고시로만 보완하는 데는 제도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컨대 디파이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의 경우 알고리즘이나 구조를 명확히 알지 못하면 과세 표준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며 “최초 코인 취득 시점도 하드월렛이나 개인 지갑까지 트래킹하기 어려운 만큼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세 형평성 논란…주식과의 역차별 지적
조세 형평성도 핵심 쟁점이다. 연간 1000만원 수익 기준으로 일반 주식 투자자는 세 부담이 없지만, 가상자산 투자자는 22% 세율이 적용돼 165만원을 내야 한다. 지난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폐지되면서 가상자산 투자자와의 과세 불균형은 더욱 두드러졌다.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인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소득이 있으면 과세해야 한다는 원칙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금투세 시행 없이 가상자산만 과세하면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동일한 자본이득을 추구하는 투자자 가운데 코인 투자자에게만 고율 과세를 강행하는 것은 조세평등주의를 위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가상자산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현행 세법 체계도 문제 삼았다. 오 교수는 가상자산 거래가 반복적·계획적인 자본이득 성격을 띠고 있음에도 무형자산으로 분류돼 기타소득으로 취급하는 것은 부적정하다고 짚었다. 특히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국이 가상자산을 재산으로 보고 자본이득세를 적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오 교수의 설명이다.
변동성이 큰 자산임에도 이월결손금 공제를 허용하지 않는 점 역시 지적됐다. 오 교수는 “손실 이월이 허용되지 않으면 손실을 본 해와 이익을 본 해가 따로 떨어질 때 특정 연도에는 납부세액이 실제 순이익을 초과하는 구조적 모순이 생길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소득세 법 개정을 통해 가상자산 소득을 기타소득이 아닌 양도소득으로 전환하고, 이월결손금 공제 조항을 별도로 신설하는 방향의 제도 개편을 제안했다.
투자자 반발 확산…유예 가능성도 배제 못 해
투자자 반발은 여론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난 13일 국회전자청원에 등록된 ‘가상자산 과세폐지 청원’은 이틀 만에 2만8000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 참여자들은 주식 등 전통 금융자산에는 세제 혜택을 주면서 코인 투자자에게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시행 유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가상자산 과세는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도입됐지만 인프라 미비 등을 이유로 세 차례 유예된 전례가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오다가 중반 이후 ‘미뤄질 것 같다’는 말이 돌았고 실제로 시행이 유예됐다”며 “현재 야당도 과세에는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다시 미뤄질 여지도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정책 소통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도 적지 않다. 한 관계자는 “국세청·금융위원회와 거래소 간 회의를 계속하면서 의견을 청취하고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엄청난 진전’이 있는 걸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당장 내년 1월에 현실적으로 시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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