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유권자가 당선 기도하는 동네 일꾼..."녹색당으로 또 나왔네"
유명 정치인도, 당선이 확실한 강성 후보도 아니지만 6·3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변화를 꿈꾸며 손을 든 사람들이 있습니다. 작지만 큰 존재감이 있는 숨겨진 후보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유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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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승규 녹색당 안동시의회 시의원 후보가 12일 오전 안동시 강남동 일대에서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 |
| ⓒ 유지영 |
오는 6·3 지방선거에서 안동시의원(강남동·남선면·임하면)에 도전하는 녹색당 허승규 후보. 이번이 안동시의원으로 세 번째 도전이다. 12일 오전 7시, 경북 안동시 강남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그는 여느 날처럼 출근길 인사를 시작했다. 그가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할 때마다 녹색 선거운동복 등판의 글씨가 팽팽하게 펴졌다. 세 번째 도전인 만큼 더 간절하다.
그러나 간절한 건 허 후보뿐만은 아니다. 그의 당선을 바라는 유권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는 "저만큼 절실한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그가 다시 출마를 결심한 것도 '절실한 유권자'들 때문이다.
이날 임하면 주민 권오성(62)씨도 허 후보의 출근길 인사 현장을 찾았다. 그는 2025년 3월 안동을 덮친 산불의 피해자다. 권씨는 "안동의 발전을 위해서 (허 후보가) 당선이 돼야 하는데, 안동이 보수적이다 보니 쉽지 않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산불 피해가 났을 때 (허 후보가) 불철주야 움직이며 고생을 많이 했다. 이번에 당선돼 시의회에서 제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출근길 인사에 한창인 허 후보를 향해서는 "지금껏 한 길을 걸어왔잖나. 다들 느끼는 게 있으니 이번에는 꼭 될 거다. 시의원에게는 당보다 일을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가 더 중요하지"라고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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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승규 녹색당 안동시의회 시의원 후보가 12일 오전 안동시 강남동 일대에서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 허 후보는 이번이 세 번째 지방선거 시의원 도전으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강남동 일대에서 득표율 1위를 기록했다. |
| ⓒ 유지영 |
안동시는 1995년 지방선거 이래 진보 정당은 물론 민주당계 후보가 단 한 차례도 시장에 당선된 적 없는 험지 중의 험지다. 이재명 대통령의 고향이기도 하지만, 가장 최근 선거였던 지난 대선에서도 안동시민들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에게 61.27%를 몰아주었다. 그런 안동에서 민주당계도 아닌 제3정당 녹색당 후보로 나선 그에게 정당은 '프리미엄'이 아니다. 그럼에도 녹색당에 가입했던 지난 2015년의 마음을 잊지 않았다. 그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성을 고민하는 녹색당의 '생태주의'라는 방향이 마음에 들어 11년 전 녹색당에 가입했다.
그가 처음 안동시의원에 출사표를 던졌던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이 선거구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 후보 1명과 무소속 후보 1명이 당선돼 허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당시 그가 받아든 득표율은 16.54%.
안동에서 나고 자라 안동에서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한 그는 2022년 다시 시의원에 도전했다. 2018년 16.54%였던 득표율은 2022년 18.0%까지 올랐다. 비록 무소속 후보에게 329표 차로 뒤져 3등으로 낙선했지만, 강남동에서만큼은 득표율 25.9%로 1위를 기록했다. 이 지역구는 2등까지 시의원이 될 수 있다. 그의 낙선을 아쉬워한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당신의 진가가 빛을 발하는 그날을 위해"라고 적힌 '낙선 위로' 현수막을 내걸었다.
지역에서 차근차근 바닥을 다지는 그의 모습을 본 국민의힘은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에게 광역의원 공천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동의 정치 구조를 깨겠다고 정치에 뛰어든 그에게는 "가당치 않은 제안"이었다.
"당만 아니었으면 벌써 됐을 텐데", "차라리 무소속으로 나오지"라는 주민들에게도 그는 웃으며 "이번에는 일 한 번 시켜 주셔야죠"라고 받아넘긴다. 그러면서도 때로는 "(독립운동의 성지인) 안동에서 우리 조상들이 가능성도 없어 보이는 독립운동을 왜 했겠나"라고 되묻기도 한다.
그는 기자에게도 한마디를 보탰다. "기초의원 선거까지 양당에 종속시키려는 흐름에 맞서, 지역 밀착형으로 주민들과 함께해온 녹색정치가 제도권으로 가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그는 "녹색당 후보로 당선되면 공천권자보다 주민들을 더 우선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선거를 가장 가까이서 돕고 있는 최혜성 안동녹색당 조직강화위원은 "진보 정치가 최근 상당히 어려운 상황을 겪으면서, 진보 정당이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늘 있다. 안동에서 8년 넘게 열심히 해온 '허승규 모델'을 꼭 성공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허 후보는 최 위원과 함께 2025년 10월부터 '선거 유세'라 부를 수 있는 본격적인 지역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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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승규 녹색당 안동시의회 시의원 후보가 12일 오전 안동시 강남동 일대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
| ⓒ 유지영 |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꼴등"을 했던 남선면·임하면 지역의 행사에도 불러주는 경우가 늘었고 그만큼 그 지역의 사정에 대한 이해도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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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승규 후보가 2025년 3월 당시 직접 촬영한 안동 임하면 행정복지센터 맞은편 불타버린 버스정류장과 동안동농협 창고. |
| ⓒ 허승규 |
이날 출근길 인사를 마친 허 후보는 강남동행정복지센터의 요가 수업장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그의 얼굴을 아는 주민들이 여럿이었다. 그는 이날 여러 주민에게서 각종 공약을 제안받기도 하고, 자신의 공약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가 내세운 주요 공약은 중·노년층을 위한 버스 노선 확대·개편과 청소년 무료 버스 정책이다. 남선면에서는 '주민 의사를 반영한 폐교 활용'도 공약에 담았다. 또 당선된 시의원들과 함께 산불 관련 특위(특별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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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승규 녹색당 안동시의회 시의원 후보가 12일 오전 안동시 강남동 일대의 사무실 앞에서 사진 취재를 위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
| ⓒ 유지영 |
이날도 그는 "○○이 삼촌이신 줄 몰랐어요. 저는 이번에 시의원에 세 번째로 나오는 허승규라고 합니다"라고 말을 걸었다. 휴대전화 너머의 상대는 다른 당 당원이었지만, 상대방이 누구의 가족이고 누구와 친구로 지내는지를 줄줄이 꿰는 그에게, 상대는 "아이고, 다 아네"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연락처에 이름을 저장할 때 그 사람과 관계가 있는 사람 여럿을 함께 기록해둔다. 그는 "제가 그동안 선생님 번호가 없었던 게 패배 요인이거든요"라면서 너스레를 놓기도 했다.
당선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유권자들에게 큰절로 당선 인사를 올리는 것이다. 지방선거 성적표가 확정됐을 6월 4일, 허 후보가 세 번째 도전 끝에 유권자들 앞에서 '당선인'으로 처음 큰절을 올릴 수 있을지 안동시 주민들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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