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동원 발달장애인 진술 못 믿는다” 주장에 현장검증 나선 법원

변민철 2026. 5. 1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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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강화군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의 재판부가 색동원 시설 현장검증했다. 시설을 둘러보면서 실제로 범행이 가능한 구조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인천 중증발달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 시설장 김모씨의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혐의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엄기표 부장판사)가 15일 인천 강화군 색동원에서 현장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부장 엄기표)는 15일 오후 2시부터 1시간 30분가량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강간 등 상해) 등 혐의를 받는 전 시설장 김씨와 피해자들이 지내던 색동원을 찾았다. 이날 현장검증은 김씨가 “발달장애인인 피해자들의 진술은 믿기 어려운 점이 많다. 시설 구조상 범행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친 데 따른 것이다. 재판부와 검찰, 피고인과 피해자 측 변호인,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 수사관도 참여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범행 장소로 지목한 2층 복도와 방 등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2층에 올라서자 피고인 측 변호인은 “각 구역에 폐쇠회로(CC)TV가 설치돼 있고, 야간에는 당직자들이 복도 가운데 소파에 앉아 근무를 선다”고 말하며 범행이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이에 대해 피해자 변호인들은 “당직자가 야간에 제대로 근무를 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CCTV 열람 요청도 모두 거부했다”며 “범행 이후에 CCTV를 추가 설치한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검찰도 “경계 근무를 서는 것도 아니고, 열악한 소파 하나에 의지해 당직 근무를 서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엄 부장판사는 직접 소파에 앉아 시선을 옮기면서 입소자들을 관리할 수 있는 구조인지 확인했다.

색동원 사건을 심리 중인 엄기표 부장판사가 15일 현장검증에서 야간 근무자들이 사용하던 소파에 앉아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변민철 기자


또 김씨 측은 피해자가 머물던 201호 구조를 설명하면서 “피해자는 외부에 있는 공용화장실을 가던 도중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지만, 방마다 화장실이 있어 나갈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과 피해자 측은 “화장실 비품이 떨어진 경우도 있어 꼭 이 화장실만 사용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경찰 조사에서도 피해자가 외부 화장실을 사용한 경위를 진술했다”고 맞섰다.

이후 이들은 “성폭행에 저항하자 김씨가 식당에 있는 유리컵을 던졌다”는 피해자 진술을 확인하기 위해 식당으로 장소를 옮겼다. 수사를 담당한 경찰은 이곳에서 “시설 측에서는 장애인 안전 때문에 유리잔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지난해 9월 압수수색 과정에서 유리잔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끝으로 남성 입소자들이 거주하는 3층과 CCTV 영상을 볼 수 있는 원장실 등을 둘러본 뒤 현장검증을 마무리했다. 엄 부장판사는 현장검증 후 취재진과 만나 “오늘 양측의 의견을 충분히 들었다”며 “법정에서 피해자의 의사와 진술 내용이 어떻게 반영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했다.

색동원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15일 철저한 현장검증을 촉구하고 있다. 변민철 기자


김씨는 색동원에 입소한 장애인 3명을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김씨는 성폭행 혐의는 모두 부인하고 장애인복지법(폭행) 위반 혐의만 인정하고 있다. 당초 전문가들의 피해자 상담 등 과정에서는 김씨에게 성폭력 등 학대를 당한 여성 장애인이 20명 이상이 될 것으로 조사됐으나, 수사과정을 거쳐 피해 진술이 가능한 3명만 피해자로 특정됐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지난 13일 ‘색동원 피해자 심층조사 보고서,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 열어 “구두 진술에 초점을 둔 장애인 피해자 수사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변민철 기자 byun.min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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