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플 기계·팝콘·다트 게임...스승의 날 앞두고 교사들이 벌인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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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기자]
교직에 몸 담은 지 33년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스승의 날이 있는 주간은 어색하다. 스승의 날에는 괜스레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던 기억이다. '스승'이라는 말도 부담스럽고 누군가로부터 주목을 받는 것도 어색했다. '이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일이 없건만 부끄럽게...'라고 생각했다. 챙겨야 할 기념일이 많은 5월에 '짐' 하나 더 얹는 것 같아 그렇게 불편할 수 없어서 차라리 스승의 날을 없앴으면 좋겠다고 여겼다.
시대가 변하고 선생님을 바라보는 시선도 많이 달라졌다. 요즘은 스승의 날도 있는 듯 없는 듯 지나가니 예전 만큼 부담스럽지는 않게 되었다. 그리고 교장으로서 관리자 역할을 하면서는 선생님들의 노고를 토닥여 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교권 추락', '교권 침해'라는 말이 일상화된 만큼 선생님들의 수고도 비례해서 증가하는 것 같다. 하루 하루 무탈하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매일을 보낸다는 한 선생님의 말을 무심히 흘려보낼 수 없는 현실이다.
선생님들의 화합을 위한 시간, 아이디어들이 빛났다
"음, 의논할 것이 있는데요... 스승의 날 즈음해서 행사를 생각해 봤는데요..."
교무부장님이 종이 한 장을 내밀며 말을 이어 갔다.
"좋지요. 해 봅시다. 안 그래도 간단한 다과회라도 해야지 생각 중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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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컵 과일 선물 달콤 새콤 과일처럼 행복한 스승의 날 되시길 기원합니다. |
| ⓒ 이정미 |
그린스마트 사업으로 새롭게 구축된 '놀빛터' 공간을 활용했다. 방송 담당은 사전에 신청곡을 받아 음악을 준비한다.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어 줄 다과 준비는 기본이다.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서로 소통하고, 간단한 게임을 즐기며 화합 하는 시간이 계획되었다.
행사일이 다가오면서 몇몇 교직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 보였다. 나는 모른 척 지켜보며 슬쩍 관심을 표현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교무실 한 편에 와플 기기가 등장했다. 소형 음료 기구가 올려졌다. 지난 12일 아침, 행정실 차장님은 손바닥만한 종이 봉투에 하얀 팝콘을 담아 내게 내밀었다.
"집에서 팝콘 기계를 가져왔어요. 원래 교회에서 아이들에게 튀겨 주는데 하하. 교무행정원님이 가져오라고 해서요. 교직원 정담회 때 쓴다고."
체육부장님은 인근 학교에 가서 뉴스포츠 도구를 빌려 왔다. 그리고 지난 11일 퇴근 무렵 교무부장님의 쪽지가 날아왔다. "교장 선생님, 스승의 날 교무실팀은 진행 요원으로 드레스 코드가 있습니다. 청바지와 흰 상의 부탁드립니다" 하고. 웃음이 났다. 도대체 이 행사가 어떻게 그려질 것인지 궁금함이 커졌다. 행사에는 급식소 직원, 행정실 직원, 교육공무직원 등 학교의 모든 교직원이 참여한다. 학교의 모든 구성원은 아이들의 교육과 생활을 돕는 선생님이기 때문이다.
15일 금요일이 스승의 날이지만 13일 수요일로 행사를 정한 까닭은 수요일은 '공문없는 날'이기도 하고 모든 학년이 5교시 수업으로 오후 2시 이전에 일과가 종료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수요일 오후에는 교직원 자율 체육 연수가 있다. 교직원 몇몇만 참여하는 체육 연수 대신 모두가 함께하는 '소통과 화합'의 시간, 서로 다독이고 격려하며 교사로서 '자부심'을 올려보는 시간이 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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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직원들이 힘을 모아 직접 꾸미고 차린 정담회 모습 교직원 |
| ⓒ 이정미 |
"○○ 선생님이 이 포스터 준비해 주셨어요."
"★★ 선생님이 할머니께서 만드신 쑥떡을 기부하셨어요."
교무실팀은 선생님들 자랑을 쏟아냈다. 교감 선생님은 댁에서 블루베리 잼을 만들어 오셨다. 개쑥떡 와플을 굽고 팝콘을 튀겼다. 조그만 뻥튀기 사이에 아이스크림을 얹은 달콤하고 바삭한 간식은 젊은 선생님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레몬주스, 식혜, 냉커피를 원하는 만큼 따라 마실 수 있도록 휴대용 음료통을 준비했다. 나는 컵 과일과 땅콩 과자를 선물로 준비했다. 마음과 손을 모으니 소박하지만 근사한 파티 준비가 완성됐다.
수업을 마치고 교직원 모두가 '놀빛터'에 모였다. 학년, 근무 공간과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섞여 앉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스" "승" "의" "날" 네 글자로 팀을 나누었다. 선생님들은 들어오면서 뽑기통에서 네 글자 중 하나를 골라 자신이 속할 팀을 뽑는다. 자신이 뽑은 글자를 보고 미리 준비된 팀 글자 주변에 앉으면 된다. 그렇게 해서 네 팀이 만들어졌다.
팀 별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 나누고, 준비된 접시에 원하는 음식을 담아 먹으며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간을 35분 정도 가졌다. 그런 다음 교무부장님의 안내에 따라 준비된 팀 별 '다트 던지기' 대항이 이어졌다. 상품도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날'팀이었다. 우리 팀은 둥글게 모여 "날, 날, 날, 화이팅!" 외친 후 전의를 다졌다. 2번의 연습 게임이 허락됐다. 연습할 때 한 번도 맞추지 못해 자신감이 떨어졌는데, 실전 게임에서 4점, 6점, 10점을 맞추어 총 20점을 획득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우리 팀은 2등을 해서 땅콩 선물을 받았다. 1등은 총 61점을 받은 '의'팀이 차지했고, 커다란 감자칩을 선물로 받았다. 가장 큰 선물을 골랐는데 상의 내용물이 재미있어서 다들 한바탕 웃었다. 4등은 뻥튀기, 3등은 개쑥떡 교환권이었다.
1시간 30분 정도 우리는 먹고, 웃고, 떠들었다. 스승의 날이 있는 이번 주,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 잠깐 동안이라도 행복한 순간이 있기를 바랐다.
소박하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모두가 한 마음으로 모여 먹고, 마시며, 웃었던 시간, 그리고 함께하는 동료가 있어 '든든했던' 시간이었으리라. 학교에는 많은 분들이 일하고 계신다. 다 함께 모이는 이런 자리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1년에 한 번, '스승의 날'이라고 날이 정해져 있으니 이처럼 소박한 자리라도 마련해 보면 어떨까 싶다. 학교 곳곳을 청소해주시는 여사님, 아이들의 건강한 점심을 위해 애쓰시는 조리사님과 실무사님,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시는 상담사님, 상처나고 아픈 곳을 어루만져 주시는 보건 선생님, 그리고 많은 선생님들, 그 애쓰심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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