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누명’ 피해자 유족, 국가 상대 손배소 일부 승소…“피해 인정 부족, 항소할 것”
원고 청구액 4억7000만원의 16% 수준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경찰의 강요로 허위 자백을 한 고(故) 홍성록씨의 자녀들에게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다만 유족 측은 1심의 피해 인정 금액이 부족하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06단독 안동철 부장판사는 15일 홍씨 자녀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 두 명에게 각각 3857만여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원고 측 나머지 청구는 기각했다.
연쇄 성폭행·살인범 이춘재는 1986~1991년 경기도 화성시에서 총 14명의 피해자를 성폭행하고 살해했다. 이춘재를 잡기 위해 경찰은 불법 체포, 가혹행위 등 위법한 수사를 진행했고 누명을 뒤집어쓴 피해자들이 속출했다.
홍씨는 경찰에 1987년 5월 10일 연쇄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영장 없이 연행됐다. 7일간 진행된 조사에서 홍씨는 수면박탈과 폭행 등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화성 3차·5차·6차 사건에 대하여 자신이 범인이라고 허위 자백을 했다.경찰은 홍씨를 살인범이라고 발표하고 실명, 얼굴, 주소, 직장 등을 공개했다. 당시 미성년자였던 자녀들 역시 수사관들로부터 반복적인 진술 강요를 받고 “아빠 보고 싶으면 똑바로 하라”는 협박성 발언을 듣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 체포됐던 홍씨는 이후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지만 ‘연쇄살인 용의자’라는 낙인을 벗지 못하고 2002년 간암으로 숨졌다.
유족은 피해 인정 금액이 턱 없이 부족하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홍씨를 대리한 박준영 변호사는 “이 사건의 핵심 피해는 단순히 일주일간의 불법 구금이 아니라, 이춘재가 진범으로 밝혀지기 전까지 수십 년간 ‘화성 사건 용의자’라는 낙인이 이어졌다는 점”이라며 “사실상 창살 없는 사회적 구금 상태였는데, 판결에 그 특수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변론 종결 이후 법원이 화해권고 결정을 통해 원고들에게 각 1억7000만원 이상의 배상을 권고했었는데, 별다른 사정 변경 없이 선고 금액이 크게 줄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과 관련해 누명을 다른 피해자들 역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988년 발생한 13세 피해자에 대한 강간살인 사건(화성 8차사건)의 누명을 쓰고 20년간 복역한 윤성여씨는 2020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그다음 해 국가 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은 윤씨가 20년 동안 일하며 얻을 수 있었던 소득과 위자료를 더해 40억원을 배상 금액으로 산정한 뒤 앞서 지급한 형사보상금 25억여원을 공제한 18억6000만원을 국가가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화성 9차사건의 범인으로 몰렸던 고 윤동일 씨 유족의 국가배상소송은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이다. 윤씨는 용의자로 몰렸다가 증거들이 발견되며 누명을 벗었지만 수사기관이 조작한 별도 사건과 관련해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수개월간 옥살이를 하고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수원지법은 지난해 윤씨의 재심에서 “피고인이 경찰에서 한 자백은 불법 구금과 강압 수사로 인한 정황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신빙성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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