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 여행길, 2만 원 벌게 한 아내의 '꿀팁'
[김종섭 기자]
유럽 여행 8일 차, 부다페스트에서의 두 번째 아침을 열었다. 우리가 머문 숙소는 복층 구조에 넓은 테라스까지 있어 마치 한국의 리조트 같은 편안함을 주었다. 요리 시설이 잘 갖춰진 덕분에 이날 아침은 '집밥'을 해 먹기로 했다.
아들이 한국에서 가져온 김치볶음 2팩과 구운 김, 그리고 전날 저녁 아시아 마트에서 공수해 온 쌀 1kg(약 600HUF, 약 2900원)과 계란으로 아침을 준비했다. 해외여행이 길어질수록 화려한 현지식은 일상이 되고, 오히려 따뜻한 쌀밥이 귀한 '별식'이 된다. 갓 지은 밥의 온기만으로도 하루를 버틸 에너지는 충분했다.
오전 10시쯤 여유 있게 투어를 시작하려던 계획은 아내가 찾아낸 정보 하나에 '급수정'되었다. '어부의 요새' 상부 탑(2층 전망대) 입장료가 오전 9시 이전에는 무료라는 사실이다. 1인당 1700 포린트(약 8200원), 세 명이면 5100 포린트(약 2만 4600원)라는 거금을 아낄 수 있는 기회였다.
"부지런한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외국 속담이 떠오른다. 비탈진 언덕을 올라 오전 9시 10분 전, 무사히 전망대에 도착했다. 공짜라는 액수보다 부지런히 움직인 여행자에게만 허락된 이른 아침의 정적과 풍경이 더 큰 선물로 다가왔다. 탁 트인 전망대에서 바라본 부다페스트 시내 전경은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었고, 왠지 이유 없는 행운이 계속될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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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 햇살 아래 펼쳐진 부다페스트 어부의 요새 전경. |
| ⓒ 김종섭 |
'어부의 요새'를 내려오면 다시 부다성으로 오르는 길이 이어진다. 우리는 이어지는 길을 따라 부다성에 도착했다. 산 위에 있어 비탈길을 걷기가 힘든 여행객은 트램이 설치되어 있어 시설을 이용 올라가도 된다. 부다성의 일부는 거대한 리모델링 공사 중이었다. 현대식 공사 가림막과 소음이 고성의 운치를 가려 조금은 어수선했지만, 성곽을 따라 걷는 길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요새에서 보았던 부다페스트 시내의 광경이 약간의 각도 위치만 다를 뿐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점심은 근처 식당에 들러 파스타 3종류를 직접 포장해 왔다. 파스타(약 4만 3500원)를 가져와 숙소 테라스에 펼쳐 놓으니 근사한 우리만의 식탁이 차려졌다. 식당에서 먹는 대신 굳이 음식을 포장해 온 것은 숙소에 갖춰진 테라스를 제대로 활용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탁 트인 테라스에서 편안하게 즐기는 점심은 식당 홀의 북적임과는 또 다른 여유를 주었고, 가족끼리 오붓하게 대화를 나누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식사 후 다시 외출하여, 아들을 통해 사돈께 드릴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쇼핑에 나섰다. 토카이 와인과 헝가리 특산품 파프리카 가루를 구매했다.
부다페스트의 마지막 밤, 아내가 간절히 원했던 따끈한 똠얌꿍으로 저녁을 먹고 유람선 투어를 위해 선착장으로 향했다. 밤 8시 40분, 도나우강의 바람은 이미 겨울의 초입에 들어선 듯 매서웠다. 행인들이 겨울옷으로 무장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다행히 아들이 챙겨 온 두툼한 여벌 옷 덕분에 추위를 이겨낼 수 있었다.
유람선 위에서 마주한 부다페스트는 또 다른 얼굴이었다. 전날 육지에서 본 야경이 정지된 사진이었다면, 강 위에서 보는 야경은 살아 움직이는 영화였다. 황금빛으로 타오르는 국회의사당과 도나우강의 상징 세체니 다리(Chain Bridge)의 불빛이 물결 위에 번지는 모습은 압권이었다. 겨울 같은 강바람도 부다페스트가 내뿜는 황금빛 열기 앞에서는 잠시 기를 펴지 못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승선 전보다 더 거친 바람이 몰아쳤다. 이 강렬한 풍경을 끝으로 3박 4일간의 부다페스트 여정을 마무리한다. 눈부신 야경을 뒤로 하고, 우리는 이제 음악과 예술의 도시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향하는 짐을 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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