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등하겠다"더니 급브레이크…"정부 믿고 수천억 쏟았는데" 비상 걸렸다
정부 수소경제로드맵에 따라 기업들 대규모 투자
해외선 AI데이터센터 전원공급용으로 각광
산업계 "2030년까지 기존 입찰 물량 유지해야"

정부가 올해 수소 연료전지 발전 입찰 규모를 대폭 줄일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외에는 AI 데이터센터 전원공급용으로 연료전지가 주목받고 있지만 국내에는 정책 불확실성으로 오히려 시장이 축소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정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달 중 '수소발전 입찰 시장 연도별 구매량 산정에 관한 고시'를 행정예고할 계획이다. 이번 고시를 통해 정부는 향후 개설하는 수소 입찰 시장의 개설 물량과 연도별 구매자의 구매량을 명시할 계획이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2023년 처음으로 수소발전 입찰 시장을 열면서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입찰 물량을 고시한 바 있다.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말 새롭게 입찰 물량을 고시해야 했으나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에너지정책 기조 변화로 고시가 늦어졌다.
수소입찰은 일반수소와 청정수소로 나뉘어 진행되며 입찰 물량도 별도로 고시된다. 정부 안팎에서는 새 정부 수소 정책의 무게중심이 그린수소로 옮겨짐에 따라 입찰 물량도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연료전지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수소 입찰 물량을 크게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수소 입찰은 천연가스에서 추출한 그레이 수소나 석유화학 공정에서 나오는 부생 수소를 사용할 수 있다. 2035년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53~61%까지 올린 정부는 화석연료 기반의 일반 수소 입찰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1300GWh 규모로 일반수소 입찰을 실시했다. 이는 설비용량 기준으로 매년 200㎿에 해당한다. 연료전지 업계에서는 정책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 차원에서 최소한 2030년까지는 이 수준을 유지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연료전지를 신에너지로 분류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9년 1월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수소차와 연료전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발전용 연료전지는 2040년까지 15GW(내수 8GW)까지 확대하겠다고도 했다.
이어 2021년 11월에 수립한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서는 연료전지에 대해 "2030년까지 안정적인 수소 수요를 창출해 수소 경제 활성화와 민간 투자 확대를 위한 생태계 기반 구축에 기여한다"는 정책적 목표를 밝혔다.
그동안 정부는 연료전지가 향후 청정수소 발전제도 도입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데이터센터, 산업단지, 대형 건물, 신규 아파트 등에서 연료전지가 분산 전원 역할도 수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정부 방침에 따라 연료 전지 시장이 확대될 것을 기대한 기업들은 지난 수년간 대규모 설비 투자에 나섰다.
두산퓨얼셀은 익산에 연산 275㎿ 규모의 인산형 연료전지(PAFC) 생산 공장을 건설·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군산에 50㎿ 규모의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공장도 준공했다. 이 회사의 지금까지 투자 규모는 1조원에 육박한다.

SK에코플랜트는 미국 블룸에너지와의 합작공장(블룸SK퓨얼셀) 설립 등에 486억원을 투입했다. 합작공장에서는 연산 200㎿ 규모의 SOFC를 생산할 수 있다.
미코파워는 연구개발(R&D)과 50㎿ 규모 평택 공장 건설에 1200억원을 투자했다. HD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인 HD하이드로젠도 평택에 100㎿ 규모의 생산시설을 건립 중이다. 이 회사는 핀란드 연료전지 기업 컨비온을 약 7200만유로에 인수하는 등 약 3600억원을 투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주요 연료전지 기업들의 연간 생산 능력은 675㎿ 규모다. 정부가 기존대로 연 200㎿ 규모의 입찰을 실시한다 해도 가동률은 30%에 미치지 못한다. 가동률이 떨어지면 그만큼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들 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250여개 협력업체가 겪는 고통은 더욱 심각하다. 수소연료전지 공급망 협력사 에너플레이트의 김동윤 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장 축소와 정책 리스크가 커질 경우 투자 중단과 인력 유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 정책을 믿고 투자한 기업 입장에서는 사실상 버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국회 수소경제포럼 연구책임 의원인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과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으로 마련했다. 김소희·김용태 의원은 "AI 데이터센터 시대를 맞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미국 블룸에너지처럼 한국에서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기업이 나올 수 있다"며 "국내 시장을 닫아 결국 해외 기업만 키우는 결과가 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기후부 관계자는 "일반입찰 수소 물량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연료전지에 대해서는 지난 20여년간 지원을 계속해왔다"고 말했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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