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가정·고난의 난제들, 목회 현장 지혜로 풀어내다

인생은 질문의 연속이다. 특히 그리스도인들에게 삶은 때때로 해석되지 않는 고통과 침묵하는 하나님 사이의 거대한 미로처럼 느껴지곤 한다. “내 기도는 왜 응답되지 않을까.” “깨어진 가정 안에서 어떻게 하나님의 뜻을 찾을까.” “이토록 극심한 고난이 정말 유익할까.”
미국 미네소타주 베들레헴침례교회에서 33년간 담임목사로 사역했으며 현재 베들레헴 신학교 총장인 존 파이퍼 목사가 성도들의 내밀하고 치열한 사연들에 답하기 위해 나섰다. 생명의말씀사는 파이퍼가 설립한 기독교 콘텐츠 플랫폼 디자이어링갓(DesiringGod)과 협력해 ‘존 파이퍼 신앙 상담소’ 시리즈(기도·가정·고난)를 출간했다. 팟캐스트 ‘존 목사에게 물어보세요(Ask Pastor John)’의 2000여개 일화 중 가장 본질적인 90가지 질문을 엄선해 엮었다.

시리즈 첫 권 ‘기도’편에서 파이퍼는 기도를 단순한 요구 목록이 아닌 하나님과의 관계이자 영적 전쟁의 수단으로 재정의한다. 특히 “아무 변화가 없는데 언제까지 기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성경은 ‘너무 오래 기도했다’고 꾸짖지 않음을 강조한다.
많은 성도가 절망하는 지점인 “하나님이 ‘아니오’라고 하실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파이퍼의 답은 명쾌하다. 하나님의 거절이 무관심이 아니라 우리가 구한 것보다 더 나은 것을 주시려는 지혜로운 응답임을 역설한다. 거절의 순간에도 우리는 낙심 대신 신뢰의 근육을 단련하며 하나님의 선하심을 더 깊이 경험할 수 있다.
“기도는 가정용 인터폰이 아니라 전시용 무전기입니다. 사령부에 지원군을 요청하고 사명을 감당할 능력을 공급받는 통로입니다.” 파이퍼는 기도를 전쟁 중 사용하는 무전기에 비유했다. 응답의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주권을 신뢰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두 번째 ‘가정’편은 가장 현실적이고 아픈 구석을 파고든다. 이혼 고민, 우울증 겪는 배우자, 불신 가족과의 갈등, 자녀의 성 정체성 문제까지 망라한다. 파이퍼는 가정이 단순히 행복을 추구하는 장소가 아니라 ‘그리스도와 교회의 언약적 사랑’을 드러내는 현장임을 강조한다.
그는 오늘날 가정이 마주한 다양한 결핍에 주목한다. “자녀가 없는 가정에는 어떤 소망이 있나요”라는 물음에 파이퍼는 핵가족을 넘어선 영원한 ‘교회 가족’의 가치를 일깨우고, 자녀가 믿지 않아 부모가 낙심할 때 붙들어야 할 하나님의 주권적 은혜를 전한다. 또한 일과 양육에 밀려 부부 관계가 뒷전이 될 때 어떻게 영적 우선순위를 회복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33년 목회 경험을 바탕으로 실천적 가이드를 제공한다. 이혼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배우자의 변화에 행복의 기준을 두지 말고 그 문제에 대한 자신의 경건한 반응에 집중하라”는 권면을 건넨다. 가족을 바꾸려 애쓰기보다 그 관계 속에서 하나님 앞에 어떻게 설 것인가를 묻는 것이 가정 회복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세 번째 ‘고난’편은 질병과 비극, 불안의 파도 속에 있는 이들을 위한 위로다. 파이퍼는 “질병이 어떻게 하나님의 사랑인가요”라는 도발적인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질병은 우리를 세상의 헛된 우상에서 떼어놓고 오직 하나님 한 분만으로 만족하게 하는 ‘주권적 은혜’의 도구라고.
그는 자녀를 잃거나 암 진단을 받는 극단적인 상황을 무의미하게 여기지 말라고 권한다. 대신 매일 아침 하나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슬픔 속에서도 기쁨을 누리는 감정의 역설을 경험하라고 격려한다. 고난은 우리를 정결하게 하며 영원한 가치를 바라보게 하는 하나님의 주권적 도구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조언이다.
추상적인 담론이 아니라 성도들이 보낸 실제 사연에서 출발하기에 독자는 마치 목양실에서 목사님과 마주 앉아 상담받는 듯한 친밀함을 느낀다. 세 권의 책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의 상황이 어떠하든 하나님은 여전히 선하시며 그분의 주권은 완벽하다는 사실이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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