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수의 뉴스터치] 단어 선택의 뇌과학

최근 한 소셜미디어 포스팅과 댓글을 보며 미친 듯 웃었다. 포스팅은 2만 개 가까운 ‘좋아요’를 받았다. 내용은 이렇다. “엄마가 자꾸 골프 배워서 화류계에 진출하란다. 사교계겠지. 뭐라는 거야 대체.” 비슷한 경험의 간증 댓글이 이어졌다. “우리 엄마 치킨 타월.” “택시기사님 양재동 전설의 고향 가주세요. 예술의전당 내려줌.” “엄마는 BTS 팬 암웨이 대단하다고 함.” “시어머니는 고기 재울 때 자꾸 잡념을 없애야 한다고.” “친구 엄마가 사람은 칠면조 같은 매력도 있어야 한다고. 팔색조겠죠.” “부의금을 합의금이라 말하던 누군가 생각나네. 니가 죽였냐가 킬포.” “따뜻한 아프리카 한 잔 부탁하던 선배 생각나.” 압권은 이 댓글이다. “저장해 놓고 우울할 때 봐야지.”
비슷한 소리나 의미의 단어를 혼동해 잘못 쓰는 현상은 언어학·심리학·신경과학 등이 다뤄온 주제다. 심리학·언어학에서는 말실수 또는 실언(slip of the tongue)이라고 통칭한다. 뇌가 단어를 인출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시적 오류다. 그중 화류계-사교계처럼 다른 의미의 비슷한 발음 단어를 잘못 쓰는 현상을 말라프로피즘이라 한다. 18세기 리처드 브린슬리 셰리던의 희곡 ‘사랑의 라이벌’ 속 말라프로프 부인이 어려운 단어를 비슷한 발음의 엉뚱한 단어로 잘못 말한 데서 따왔다. 치킨-키친처럼 음소 순서가 뒤바뀌는 현상은 음위치환(音位置換)이라 부른다. 뇌가 두 단어에 모두 포함된 ‘ㅋ’과 ‘ㅊ’을 조립하면서 순서를 착각한 결과다. 한편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말실수를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무의식 속 욕망 등의 표출로 봤다. 현대 언어학에서는 프로이트 쪽보다 뇌의 일시적 오류로 보는 쪽이 우세하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소셜미디어 포스팅 여파가 일파만파다. 블룸버그 등이 다뤄 사안이 확 커졌다. 반추해보면 세계 경제에 미치는 한국 정부·기업의 영향력이 커진 방증일 테다. 이재명 대통령이 관련 국내 보도를 음해성 가짜 뉴스로 지목해 걷잡을 수 없이 더 커졌다. 김 실장이 원한 적확한 단어는 초과 ‘이윤’과 ‘세수’ 사이 그 어디쯤일까. 그 단어 선택의 뇌과학이 문득 궁금했다.
장혜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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