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 1만개 옮기고 스스로 3교대” 불안감 속 로봇 ‘까대기’ 지켜본 인간

“까대기(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 사라지는 현장 목격 중” “두 손으로 상자 잡고 돌리는 게 진짜 사람 같네” “실무도 충분히 가능해 보임. 사람은 한 명만 돌아다니면서 돌발상황만 관리하면 될 듯”
14일 미국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가 자사 휴머노이드 로봇의 ‘풀타임 근무’를 생중계하는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들이다.
‘개리(Gary)’라는 이름의 영상 속 로봇은 물류 창고에서 택배 상자를 집어 들고, 바코드가 바닥을 향하도록 방향을 바꿔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려놓는 작업을 반복했다. 바닥에 설치된 바코드 리더기에 송장이 찍힐 수 있도록, 택배에 붙여진 송장이 바닥으로 향하도록 상자를 뒤집어 놓는 일이다. 비닐로 포장된 택배의 경우 바코드가 잘 찍히도록 택배를 손으로 한 번 눌러주는 작업도 잊지 않았다.

로봇의 근무는 8시간을 넘어 13시간째에도 멈추지 않았다. 일한 지 7시간 44분, 택배 1만 개를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려놓은 개리가 작동을 멈췄다. 개리가 천천히 물러나자 ‘프랭크(Frank)’라는 이름표를 붙인 또 다른 휴머노이드가 개리가 서 있던 자리에서 똑같은 일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물러난 개리는 스스로 충전기에 걸어가 충전을 시작했다.
물론 완벽하진 않았다. 상자가 겹쳐 쌓이거나 위치가 틀어지면 로봇은 이른바 ‘멘붕’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개리(혹은 프랭크)는 스스로 잠시 멈추더니 초기화 작업을 진행한 뒤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14일 오후 4시 30분 생중계가 시작된 지 약 14시간 30분, 영상을 지켜보는 시청자는 약 2700명에 달했다. 생중계 댓글 창에는 놀라움과 불안감이 동시에 뒤섞였다. 일부 시청자들은 로봇이 택배 상자를 뒤집다 잠시 멈추거나 초기화에 들어가는 장면을 두고 “아직은 사람 손이 더 낫다”, “멘붕 온 것 같다”며 농담 섞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까대기 아르바이트 진짜 사라질 듯”, “이 정도면 물류센터에 사람 한 명만 남아도 되는 거 아니냐”, “지금은 웃기지만 몇 년 뒤엔 내 일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로봇이 실수하는 순간에는 안도하면서도, 다시 아무렇지 않게 작업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며 인간 노동이 빠르게 대체될 수 있다는 불안을 드러낸 셈이다.
개리와 프랭크를 만든 건 피규어AI는 1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에 “인간과 같은 수준의 업무 수행 능력을 발휘하며 8시간 교대 근무를 완수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지켜보세요”라는 말과 함께 유튜브 생중계 영상 링크를 올렸다.

피규어AI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공지능 시스템 ‘헬릭스-02(Helix-02)’를 기반으로 완전 자율 작동한다. 장시간 반복 작업을 인간의 개입 없이 자율 수행하도록 설계됐으며, 로봇들은 상자 위 바코드를 인식하고, 방향을 판단하고, 적절한 자세로 벨트 위에 내려놓는다. 회사에 따르면 이 동작 하나에 인간 작업자는 평균 3초가 걸린다.

스타트업 전문 매체 ‘스타트업 포춘(Startup Fortune)’에 따르면 이번 8시간 생중계 아이디어는 로봇 전문가 스콧 월터가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처럼 장시간 근무를 견딜 수 있어야 실제로 쓸모가 있다”고 주장한 뒤 나왔다.
이에 브렛 애드콕 피규어AI 최고경영자(CEO)는 자사 시스템이 이를 수행할 수 있다며 실제 현장을 촬영하기 위해 카메라 팀까지 투입하겠다고 밝히며 성사됐다.
다만 애드콕은 테스트에 앞서 “이전 테스트에서는 로봇들이 동일 작업을 1시간 동안 수행한 적이 있었지만, 이번 생중계에서는 중간에 무언가 고장 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비해 회사는 여러 대의 로봇이 서로 협력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서로를 지원해 작업이 끊기지 않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헬릭스-02의 상용화 여부나 출시 시점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피규어AI는 현재까지 10억 달러(1조4903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했으며 기업가치는 약 390억 달러(58조 1295억원)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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