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신고 여성이 목표였다…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범행 대상 바꾼 ‘계획범죄’

최경호, 황희규 2026. 5. 1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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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도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해 살인한 혐의를 받는 장윤기가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장윤기는 이날 광주 지역에선 처음으로 신상이 공개됐다. 뉴스1

심야 시간대 거리에서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23)는 당초 자신을 ‘스토킹범’으로 신고한 여성을 살해하려다 범행 대상을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장씨가 자신과의 교제를 거절한 여성을 찾지 못하자, 일면식도 없는 여고생에게 분풀이성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최종 판단했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14일 도심에서 흉기를 휘둘러 귀가 중이던 고교생 A양(17)을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장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장씨는 지난 5일 0시 11분쯤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계동 한 대학교 인근 보행로에서 A양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A양을 도우려던 B군(17)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힌 혐의다.

14일 광주경찰청은 광주 광산구 도심 거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하고 남고생에게도 흉기를 휘두른 혐의(살인·살인미수 등)를 받는 장윤기(23·구속)의 머그샷(mug shot·범죄자 인상착의 기록사진), 이름, 나이를 공개했다. 사진 광주경찰청

경찰은 장씨를 체포한 후 ‘묻지마 범죄’ 여부를 수사해왔으나 계획에 의한 범행인 것으로 결론 내렸다. 또 장씨가 아르바이트 동료였던 베트남 국적 여성 C씨(20대)를 살해할 목적으로 범행을 준비했다고 판단해 살인예비 혐의를 추가했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는 A양 살해 이틀 전인 지난 3일 새벽 교제 요구를 거절한 C씨의 집을 찾아가 협박하고, 성폭행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C씨는 장씨를 피해 경북 지역으로 이사할 준비를 하던 중 자택 주변을 배회하는 장씨를 발견하고 같은날 오후 8시쯤 112에 스토킹 의심 신고를 했다. 당시 장씨는 흉기 2점과 장갑 등 범행 도구를 구입해 C씨 집 인근을 배회하고 있었다.

스토킹 의심 신고을 받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C씨의 목 부위 상처 등을 확인했으며, C씨는 이사갈 때까지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광주=뉴스1) 김태성 기자 =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 씨가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6.5.14/뉴스1

장씨는 C씨가 112에 신고한 사실을 경찰의 경고 문자메시지를 통해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그는 귀가하지 않은 채 30여 시간 동안 자신의 차를 타고 C씨의 주거지와 직장 주변을 배회했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는 이미 주거지를 떠난 C씨를 찾지 못하자 다른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경찰의 위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도심 하천에 버린 상태였다.

장씨는 자신의 차를 타고 가다 혼자 길을 걷던 A양을 발견하고 1㎞가량 따라가다 살해했다. A양의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온 B군에게도 흉기를 휘두른 그는 승용차와 흉기를 버린 뒤 혈흔이 묻은 외투를 세탁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다.

여고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장윤기가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전 포토라인에 서고 있다. 연합뉴스

조사 결과 장씨는 범행 후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택시를 여러 차례 갈아타고, 지인이 살았던 빈 원룸에 숨어 있기도 했다. 장씨는 택시를 타고 집을 찾았다가 범행 11시간여 만에 주거지 앞에서 잠복하던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체포 당시 회수된 여분의 흉기 1개는 C씨를 살해할 목적으로 남겨뒀던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함께 압수된 공기계 스마트폰에서는 도망칠 방법 등을 인터넷에서 찾아본 흔적도 발견했다.

광주경찰청은 이날 오전 7시부터 장씨의 머그샷(mugshot)과 생년월일 등을 누리집에 공개했다. 경찰은 지난 8일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했지만, 장씨가 동의하지 않으면서 관련 규정에 따라 닷새간 유예기간을 거쳐 이날 공개했다.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장윤기가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장씨는 이날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전 “심정이 어떻냐”는 취재진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범행 동기 등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장씨는 체포된 후 “사는 게 재미 없어 자살을 고민하다가 범행했다. 누군가 데리고 가고 싶었다”는 취지로 진술하면서 ‘우발적 범행’을 주장해 왔다.

도심 거리에서 나이 어린 학생이 참변을 당한 범죄에 사회적 공분도 확산되고 있다. 광주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들은 A양 살해 사건과 관련해 “단순한 우발 범행이나 ‘묻지마 범죄’로 축소해선 안 된다”며 안전 제도 및 시스템 강화를 촉구했다.

지난 5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도로에서 장윤기를 경찰이 긴급 체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지역 고등학교의 학생회·교지편집부 학생들도 연일 성명을 내고 “심신미약·우발적이라는 핑계가 통하지 않도록 재판부는 장씨에게 법정 최고형을 내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경찰은 이날 장씨를 송치하면서 “이번 사건으로 희생된 고인의 명복을 빌고, 누구보다 큰 고통을 겪고 있을 유가족께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며 “큰 충격과 불안을 느끼셨을 시민들께 머리 숙여 송구한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광주광역시=최경호·황희규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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