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폐기물, 표층 처분 시대 열렸다…세계 첫 단일 부지 복합처분장 가보니 [현장+]

김재민 2026. 5. 1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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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방사성폐기물처분장, 2단계 표층처분시설 준공…저준위 처분 인프라 확충
-중저준위 방폐물 처분 인프라 22만드럼 확보…3단계 극저준위 매립형 속도
-동굴처분시설 내 중준위 처분 집중으로 효율↑…운영 성과 따라 고준위 가속 기대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분장 내 2단계 표층처분시설 전경. 김재민 기자
“1단계 동굴처분시설과 2단계 표층처분시설 등 두 가지 핵심 처분시설을 모두 확보한 세계 여섯 번째 국가. 단일 부지 내 복합처분시설 운영으로는 세계 최초.”

한국의 원전산업은 재생에너지와 함께 에너지 믹스로서 전력 수요 100GW ‘뉴노멀’ 시대 이후를 대비할 주요 발전원으로 꼽힌다.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고도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수출 효자 상품으로 도약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에너지 대전환·안보 확립의 열쇠인 원전 활용에는, 방사성폐기물 처리라는 사회적 책임이 뒤따른다. 소위 ‘먹고 남은 쓰레기를 얼마나 깨끗이 처리하느냐’는 것.

지난 13일 준공된 중저준위 방폐물 2단계 표층처분시설은 기존 운영돼 온 1단계 동굴처분시설과의 방폐물 처분 시너지는 물론, 미래 세대를 위한 고준위 방폐물(사용후핵연료 등) 처분 인프라 확보의 시작점이다.

방사능 농도 낮은 저준위 방폐물, 표층처분시설 처분 후 300년간 모니터링

준공식이 진행됐던 5월13일, 기자가 찾은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면 소재 중저준위 방폐장에선 완전한 형태의 2단계 표층처분시설이 대중들에게 모습을 나타냈다. 흡사 뚜껑이 없는 초대형 콘크리트 박스와 유사한 가로·세로 20m, 높이 10m, 방벽 두께 60cm의 처분고 20개가 끝없이 늘어져 있었고, 마치 지붕과도 같은 이동형 크레인 쉘터(MCS) 2기가 대기하고 있었다.

총사업비 3141억원. 2012년 사업 착수 이후 2022년 본격 공사에 나서 지난해 말 건설공사를 끝낸 2단계 표층처분시설은 약 3만2800m³ 부지에 200L(리터) 드럼 기준 12만5000드럼의 저준위 방폐물을 처분할 수 있다. 저준위 방폐물은 원전 작업에 사용한 장갑·방호복 등 방사능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폐기물이다.

지상에서 바라본 2단계 표층처분시설. 김재민 기자
표층처분시설 운영의 원리는 단순하다. 먼저, 방폐물 전용 처분트럭에 실려 처분고에 들어선 드럼이 크레인을 통해 일렬로 옮겨진다. 한 줄을 다 채우면 드럼과 처분고 사이 공극을 그라우트(뒷채움, 시멘트 풀)로 채우고, 이 과정을 반복해 처분고가 가득 차면 상부슬래브를 설치한 후 크레인이 새 처분고로 이동해 다시 드럼을 채우는 방식이다. 한 개 처분고당 산술적으로 약 6250~6300드럼이 처분된다.

최종적으로 20개 처분고가 모두 차면 이를 처분덮개로 ‘봉분’ 형태화한다. 이경환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시공관리팀장은 “처분이 모두 끝나더라도 제도적 관리기관인 300년 동안 모니터링하게 된다”면서 “이번 2단계 표층처분시설만 보면 20~25년 동안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고, 향후 원전 해체 또는 정책의 변화에 따라 운영 시기는 변동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만약’을 대비한 조치도 마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운영 중 비상 대응 차원에서 방사선 폐액 등 만약에라도 발생할 수 있는 침투수를 지하 집수조에 모아 방사능 수치 및 핵종 점검 후 처리하도록 했으며, 또 표층처분시설 인근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산불에 대응할 수 있도록 살수반경 40m, 분당 수량 5톤을 배출할 수 있는 수막타워 8개소를 설치해 중첩 보호하도록 했다”면서 “5중 다중차단구조로 돼 있어 규모 7.0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2단계 표층처분시설의 실제 처분 일정은 올해 11월부터다. 원자력환경공단은 올해 4000드럼 인수 및 처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운영 효율성을 높여 인수·처분량을 2030년 8000드럼, 2050년 1만2000드럼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현재 20개 처분고가 처분 완료될 때쯤, 바로 옆 빈 공간에 동일한 규모(12만5000드럼)의 추가 표층처분시설(가칭 2-1 부지) 건설이 가능해 이 장소에서만 25만드럼의 저준위 방폐물 수용이 가능하게 된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관계자가 1단계 동굴처분시설 내 원통형 사일로 앞에서 설명하고 있다. 원자력환경공단 제공
‘지하 125m’ 동굴처분시설, 중준위 처분 집중 가능해져…“준위별 관리 토대”

2단계 표층처분시설을 가까이서, 또 멀리 전망대에서 바라본 뒤 차량으로 약 5분을 이동해 1단계 동굴처분시설 앞에 도착했다. 경주 방폐장에 가장 먼저 들어선 이 시설은 2015년 운영을 시작해 지금까지 국내 대부분의 중저준위 방폐물을 처분해 왔다. 전체 규모는 10만드럼 수준이다.

초대형 터널과 흡사한 운영동굴로 진입해 차량 기준 약 2~3분쯤 갔을까, 하역동굴 사일로(SIRO, 처분고) 입구에 다다랐다. 해수면 기준으론 80m, 지하 약 125m 깊이다. 환복 절차 후 진입한 하역동굴은 긴 터널 양쪽으로 6개의 원통형 사일로가 들어서 있는 구조였다.

드럼·처분용기 덮개 등 밀봉 작업을 유지한 덕에 하역동굴 내 방사선량은 0.1mSv(밀리시버트), 자연 방사선 수준이었다. 이달 13일 기준 총 처분량은 3만7705드럼, 전체의 37.7% 정도다.

특히 이번 2단계 표층처분시설 준공은 그간 1단계 동굴처분시설에 모두 처분돼 온 중준위, 저준위 방폐물을 구분함으로써 양쪽 모두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 동굴처분시설은 앞서 1조5436억원의 막대한 비용을 들여 건설됐지만, 전체 방폐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저준위 방폐물까지 처분해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향후에는 상대적으로 농도가 더 높은 중준위 방폐물만 오롯이 지하에 처분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현재를 기준으로 앞으로 발생할 중준위 방폐물 규모는 약 6만드럼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이원주 기후에너지환경부 에너지전환정책실장 역시 기자들과 만나 “2015년 동굴처분시설 준공 이후 약 10년 만에 표층처분시설이 준공됨으로써 우리나라가 준위별로 나눠 방폐물을 전문적으로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원주 기후에너지환경부 에너지전환정책실장이 지난 13일 2단계 표층처분시설 준공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1·2단계 동굴·표층처분시설 합산 22만드럼의 중저준위 방폐물 처리 능력을 확보한 경주 방폐장은, 오는 2031년 극저준위(방사능 농도가 상대적으로 가장 낮음) 방폐물을 처분할 3단계 매립형처분시설(16만드럼 규모)까지 구축해 총 38만5000드럼의 처리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단계적으로는 경주 방폐장 전체 부지 약 206만m²에 허용된 80만드럼 규모의 처리능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이러한 중저준위 방폐물 처분장 확충 및 운영은 방사능 농도가 매우 높아 수만년 보관이 필요한 고준위 방폐물 처분장 확보와도 맞닿아 있다.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 방폐물은 현재는 원전 내 임시저장되고 있으나 점차 포화 상태에 이르러 별도 방폐장 건설이 시급하다.

지난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고준위특별법) 제정 이후 올해 윤곽을 갖춘 고준위방폐물관리위원회는 부지적합성 조사를 개시, 내년 지자체 공모에 나설 예정이다. 중저준위 방폐장의 안전한 운영, 보상 진행상황 등 성과에 따라 고준위 방폐장 유치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는 것이다.

이원주 실장은 준공식 축사를 통해 “중저준위 방폐물 처분과 동시에 또 하나의 중대한 과제는 고준위 방폐물의 안전한 처분 책임”이라며 “앞으로 정부는 부지 선정 등 당면한 현안과 문제를 지역주민들과 충분한 소통과 협의를 거쳐 하나씩 풀어나갈 것이며, 이번 2단계 표층처분시설의 성과가 하나의 밀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주=김재민 기자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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