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택시기사 하루 2시간 근무? 현실과 동떨어져”…최저임금 회피 제동

대법원이 울산 지역 택시업계의 ‘초단시간 근로계약’ 관행에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최저임금 부담을 피하려고 택시기사들의 소정근로시간을 비현실적으로 줄인 임금협정은 무효라는 판단이다.
특히 대법원은 기존처럼 하루 2시간 근무로 유지한 계약 역시 실제 노동 현실과 괴리가 크다면 탈법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새로운 법리까지 제시했다.
대법원 2부는 14일 울산 지역 택시기사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원심으로 돌려보냈다.
문제가 된 것은 택시업계의 ‘정액사납금제’ 구조다. 기사들은 하루 운행 수입 중 일정 금액을 회사에 사납금으로 내고, 남은 수익은 가져가는 대신 회사로부터 기본급을 받는 형태로 근무해왔다.
하지만 2009년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초과운송수입금을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할 수 없게 되자, 일부 택시회사들은 기본급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소정근로시간을 계속 낮춰왔다.
실제 울산 지역 일부 회사의 하루 소정근로시간은 7시간대에서 2시간대로 급격히 줄었다. 한 회사는 2007년 7.33시간이던 기준을 2018년 2.85시간까지 낮췄고, 다른 회사도 5시간대에서 2시간대로 축소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9년 “실제 근무 변화 없이 형식적으로 근로시간만 줄이는 것은 최저임금법 회피 목적의 탈법”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단축된 소정근로시간과 실제 노동시간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며 “최저임금 특례조항 적용을 피하려는 목적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눈길을 끈 건 ‘하루 2시간’으로 유지된 계약까지 무효로 본 부분이다.
대법원은 단순히 근로시간을 새로 줄인 경우뿐 아니라, 기존의 비현실적인 근로시간을 그대로 유지한 경우도 실제 노동 현실과 괴리가 크다면 무효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형식적으로만 존재하는 소정근로시간은 실제 근로시간과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 만큼 탈법행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택시기사들을 근로기준법상 초단시간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도 판단했다. 사업장 전속성이 높고 지속적으로 노동을 제공하는 만큼 일반적인 단시간 근로자 예외 규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번 판결은 택시업계뿐 아니라 최저임금 회피를 위해 형식적 근로시간 계약을 활용해온 다른 업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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