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시대 역행하는 엔믹스, 묵직한 사운드로 차별화

김상화 2026. 5. 1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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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발표한 미니 5집 'Heavy Serenade'로 대중성과 실험성 동시 잡아

[김상화 기자]

 미니 5집 'Heavy Serenade'를 발표한 엔믹스(NMIXX)
ⓒ JYP엔터테인먼트
2022년 데뷔 싱글 'O.O'를 시작으로 지난해 하반기 케이팝 시장을 평정한 'Blue Valentine'에 이르기까지, 케이팝 그룹 엔믹스(NMIXX, 해원-릴리-설윤-배이-지우-규진)가 걸어온 길은 결코 평탄치 않았다. 하나의 노래 안에 다양한 장르를 뒤섞는 이른바 '믹스팝(MIXX POP)'은 누군가에겐 혁신이었지만, 또 다른 이들에겐 과잉으로 받아들여졌다.

"실력은 좋지만 난해하다", "대중성이 부족하다" 등의 부정적 평가가 뒤따랐지만, 엔믹스는 자신들만의 방법론을 끝까지 고수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Blue Valentine'을 통해 비평가와 대중 모두를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이제는 "믿고 듣는 그룹"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엔믹스가 새로운 도전을 담은 작품으로 또 한 번의 도약에 나섰다.

지난 11일 발매된 미니 5집 <Heavy Serenade>는 제목부터 제법 의미심장하다. 좀처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단어를 하나로 묶은 이름처럼, 이번 음반 역시 다양한 장르를 관통하는 실험이 이어진다. 오히려 전작의 성공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 새로운 화법으로 스스로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음을 입증하고 있다.

탄탄한 구성력 자랑하는 타이틀 곡
 엔믹스 'Heavy Serenade'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 JYP엔터테인먼트
음반 제목과 동일한 타이틀 곡 'Heavy Serenade'는 록, 트랜스, 드럼앤베이스 등 여전히 이질적인 장르의 요소들을 마치 뜨개질 마냥 부드럽게 연결시켜 놓았다. 고난도 연주 중심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들이 7~8분대 이상의 대곡에서나 시도할 법한 구조적 변화가 단 3분짜리 노래 안에 빼곡하게 담겨 있다.

빠른 중독성과 숏폼 챌린지에 최적화된 단순 반복형 구성이 주류가 된 요즘 케이팝 시장에서 엔믹스는 오히려 묵직한 사운드와 밀도 높은 악곡 전개로 차별화를 시도한다. 심장 깊숙한 곳에서 터져 나오는 벅찬 감정을 담아낸 후렴구 멜로디는 음악팬들의 뇌리에 "엔믹스표 믹스팝이란 이런 것이야!"를 뚜렷하게 각인시킨다.

"커진 심장 소릴 들어봐 / 영원히 기억될 이 순간 / 가사가 된 꽃잎들을 봐 / 이미 넌 불러본 멜로디"

특히 대세 싱어송라이터 한로로가 단독 작업으로 완성한 노랫말은 'Heavy Serenade'가 지닌 서정성을 극한까지 끌어올린다. 사실상 팝송에 가까울 정도로 영어 위주로 구성되는 최근 케이팝 흐름과 달리, 곳곳에 배치된 우리말의 아름답고 시적인 표현은 엔믹스의 서사와 결합되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보컬 그룹' 엔믹스의 진짜 강점
 엔믹스 'Heavy Serenade'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 JYP엔터테인먼트
엔믹스 음악의 또 다른 강점은 멤버 전원의 고른 기량, 그리고 개성 넘치는 목소리에 있다. 단순히 노래를 잘 부르는 수준을 넘어, 엔믹스 6인의 보컬은 언제나 하나의 악기처럼 활용된다. 특히 이번 미니 5집에서는 겹겹이 쌓아 올린 보컬 레이어링과 정교한 녹음 후반부 믹스 과정 등을 통해 소리의 공간감을 극대화했다.

그동안 엔믹스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본인들의 노래 뿐만 아니라 다양한 명곡 커버에 도전한 아카펠라 콘텐츠를 종종 선보여왔다. 돌이켜보면 이러한 시도는 단순한 팬서비스가 아니라, 지금의 엔믹스를 완성하기 위한 일종의 과정처럼 느껴진다.

선공개곡 'Crescendo'는 이와 같은 방향성을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낸 트랙이다. 전통적인 오르골 사운드와 현대적인 신시사이저를 차례로 배치한 뒤, 점차 사운드의 크기를 키워 마침내 거대한 폭발로 연결한다. 이 과정에서 믹스팝 특유의 다채로운 장르적 교집합이 포착되지만, 데뷔 초반의 산만함 대신 촘촘한 곡 설계가 중심을 잡아준다. 덕분에 '크레센도'라는 악상 기호의 의미("소리를 점점 크게 연주하라")를 청각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해낸다.

빈틈 없는 6곡의 대향연
 미니 5집 'Heavy Serenade'를 발표한 엔믹스(NMIXX)
ⓒ JYP엔터테인먼트
노래 제목을 하나하나 끊어 내뱉는 창법으로 완성된 'IDESERVEIT'의 오묘한 중독성, 콘서트 현장의 오프닝 트랙으로 활용해도 좋을 법한 웅장한 분위기의 'Superior' 등은 저마다 개성 넘치는 매력을 뽐내며 듣는 재미를 선사한다. 극한의 보컬 하모니를 담아낸 엔딩곡 'LOUD' 등 총 6곡을 담은 이번 신보는 지난 4년여의 활동을 통해 얻게 된 신뢰를 밑바탕에 두고, 또 한번 이뤄진 엔믹스의 영역 확장을 만방에 알리는 당당한 외침이기도 하다.

대중성과 음악성의 경계에서 한동안 혼란을 겪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엔믹스는 어려움을 현명하게 극복했고, 위기의 순간마다 자신들의 능력으로 흡수하는 영리한 방식의 진화를 거듭했다. 새 음반 <Heavy Serenade>는 음악적 실험과 대중성이 결코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로 합쳐진 존재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작이 쏟아지고, 대부분은 제대로 소비되기도 전에 잊혀지는 시대다. 그런 흐름 속에서 엔믹스의 음악은 오히려 더욱 선명한 빛깔로 음악 팬들의 귀를 사로잡는다. 정교한 사운드와 빈틈없이 공간을 채우는 6인의 보컬 하모니는 2026년 케이팝이 나아갈 방향을 확신에 찬 방식으로 제시한다. 엔믹스의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가 더욱 기대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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