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해냈다…이번엔 진짜" 반도체 호황에 1분기 경상흑자 '사상최대'[BOK포커스]

김유리 2026. 5. 14.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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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1분기 경상흑자 737.8억…日 609.3억 상회
2015년 4분기 이후 10년3개월 만
반도체 수출 효과, 상품수지 역대 최대 랠리 결과
연간 역전 여부 주목…중동 전쟁 영향 등 변수

올해 1분기(1~3월)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같은 기간 일본 수치를 뛰어넘었다. 양국의 분기 경상수지가 역전된 건 약 10년 만이다. 특히 이번엔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앞세워 우리나라 상품수지가 역대 최대치 랠리를 이어간 결과로, 일시적 요인이 아닌 수출 경쟁력에 기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탄탄한 반도체 성적을 앞세워 한국 경상수지가 올해 '연간 역전'까지 이뤄낼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추세적 역전 여부는 상황을 더 두고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양국 경상수지 흑자를 견인하는 항목이 상이한 데다, 반도체 사이클 외에도 중동 전쟁 등 다양한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어서다.

경기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연합뉴스
"반도체가 했다" 10년 만에 일본 제친 韓 경상수지

14일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전날 발표한 올해 3월 성적(4조6815억엔)을 더한 1분기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는 9조5558억엔을 기록했다. 월별 발표 당시 환율로 환산하면 약 609억3000만달러 수준이다. 이는 앞서 지난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 1분기 경상수지 흑자 규모(737억8000만달러)에 못 미치는 숫자다. 우리나라의 1분기 경상수지 흑자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였다. 통상 1분기엔 전 분기보다 상품수지 흑자가 줄어드는 계절성이 나타나지만 이번엔 예상을 뛰어넘는 반도체 수출 호조로 상품수지 흑자가 폭발하면서 계절적 특성마저 상쇄시켰다.

한 나라가 외국과 한 모든 거래를 기록한 장부(국제수지표)에서 재화와 서비스의 수출입, 임금과 투자소득 등 실물거래의 결과를 보여주는 항목이 경상수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이 같은 실물거래에서 낸 흑자가 일본을 추월한 건 2015년 4분기 이후 10년3개월 만이다. 분기 기준으로는 2012년 4분기, 2013년 3분기~2014년 4분기, 2015년 4분기에 역전한 바 있다. 연간 기준(1~12월)으론 2013년과 2014년 일본의 기록을 넘었다. 다만 당시 결과는 한국이 내실 있는 성적표를 받아서라기보다 일본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후폭풍 등으로 부진했던 영향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10년 전엔 日 동일본 대지진 여파, 韓 불황형 흑자…"이번엔 다르다"

10여년 전의 역전이 일시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란 평가를 받은 건 동일본 대지진으로 원전이 멈춰서면서 일본의 에너지 수입이 급증해 경상수지 흑자 폭이 크게 꺾인 시기이기 때문이다. 일본을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시켰던 전기전자 기업들의 쇠락이 가속화한 때이기도 했다. 특히 2012년 말 이후 '아베노믹스'로 엔화 가치가 큰 폭으로 절하되며 경상수지의 달러 환산액이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다. 2010년 2000억달러를 넘어섰던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는 2011년 1304억9000만달러로 반토막 났고, 2013년엔 456억6000만달러, 2014년엔 370억5000만달러까지 주저앉았다.

당시 우리나라는 원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면서 경상수지 달러 환산액이 늘었다. 이에 2013년 772억6000만달러를 기록해 일본을 연간 기준으로 처음 추월했다. 그러나 당시 흑자는 건강한 경제 성장의 결과물이 아닌, 수출증가율 둔화 속 내수 부진 등이 겹치며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든 데 따른 불황형 흑자로 평가받았다.

올해 1분기의 분위기는 이와 다르다. 반도체 수출 효과로 상품수지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데 따른 역전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와 높은 메모리 가격은 수출을 견인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1분기 통관기준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7.8%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인 2199억달러를 나타냈다. 이 가운데 특히 반도체 수출액은 785억달러로 139% 급증했다. 일본의 부진이 배경이 된 것도 아니다. 일본 역시 최근 기업의 해외 투자 수익이 늘고, 전자 부품과 식품 등의 수출 호조가 경상수지 흑자 확대를 끌어내며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앞 신호등에 파란불이 켜져 있다. 연합뉴스
연간, 추세적 추월 여부는 "지켜봐야"

다만 연간 추월 또는 추세적 역전 여부는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양국 경상수지를 견인하는 항목의 특성이 확연히 다른 데다, 이들에 직접적 변수가 될 중동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 등이 여전히 남아있어서다. 한국은 상품 수출액과 수입액의 차를 보여주는 상품수지가 경상수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특히 반도체 수출 호조로 상품수지 성적이 두드러진 올해 1분기 기준, 경상수지(737억8000만달러)와 상품수지(736억1000만달러) 흑자 규모는 맞먹었다.

반면 일본은 본원소득수지, 특히 해외 자산에서 발생한 이자·배당(투자소득)과 해외 인수합병(M&A) 등으로 인한 직접투자수익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이를 반영한 1차 소득수지 흑자 규모는 일본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뛰어넘는다. 지난해 연간 기준 배당·이자 등 1차 소득수지는 41조5903억엔으로 경상수지 흑자(31조8799억엔)를 훌쩍 넘어섰다.

올해 한국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바라보는 눈높이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지난달 한은은 지난 2월 전망인 1700억달러도 상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올려잡은 수치는 5월 경제전망에서 구체화할 전망이다. 비교군인 일본의 경우 지난해 연간 기준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2130억1000만달러 수준이었다. 관건은 반도체 호조 수준과 중동 전쟁 영향이다. 현재까지는 반도체발 상방 압력이 중동 전쟁발 하방 압력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란 관측에 더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조은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대다수 해외 투자은행(IB)은 반도체 수출 증가 폭이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수입액 증가 규모를 크게 웃돌면서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본다"며 "과거에는 유가 상승이 교역조건 악화 경로를 통해 수입물가 상승과 경상수지 악화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최근에는 반도체 수출 급증과 탄탄한 총수출 성장세에 힘입어 대규모 무역흑자가 유지되는 등 유가 상승의 충격을 상당 부분 흡수할 것이란 분석"이라고 짚었다. 다만 반도체 물량 기준 수출 정체 가능성이나 비(非) AI 부문의 수출 모멘텀 약화 등은 향후 추이를 주시해야 할 대목으로 꼽힌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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