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는커녕 민원이나 없었으면" 스승의 날 하루 앞둔 선생님들의 '슬픈 자화상'
"생활지도도 무서워"…민원·고소에 위축
현장체험학습은 부담…"내 삶 걸고 싶지 않아"
강원도의 A교사는 지난해 생활지도에 반발하던 초등학교 3학년 제자에게 발로 걷어차여 전치 4주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자 해당 학부모는 되레 A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겠다"고 했다. 결국 사건 이후 몸과 마음이 크게 지쳐 올해 병가 휴직 중이다. 인천의 B교사는 학교생활을 궁금해하는 학부모를 위해 반 아이들의 활동 사진을 찍어 공유했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는 "왜 우리 아이 표정이 안 좋나요", "왜 혼자 따로 떨어져 있나요"라고 되물어 곤혹스러웠다.

교단 떠나는 이유 1위,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학부모 민원'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현장의 교사들은 '감사하다'는 인사는커녕 교육활동만이라도 온전히 보호받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정당한 지도조차 아동학대로 몰아세우고, 과도한 민원이 남발하는 상황에서 교단은 붕괴를 넘어 상실했다고 했다.
이러한 교실 현장은 설문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5일까지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89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49.2%)이 최근 1~2년간 직업적 자부심이 '낮아졌다'고 답했다. 자부심이 '높아졌다'고 답한 비율은 12.8%에 그쳤다.
교원들이 현장에서 무력감을 느낄 때는 '학생·학부모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교권이 침해될 때'가 67.9%로 압도적이었다. 교사들이 교단을 떠나는 이유로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및 학부모 민원 노출(28.9%)'이 '낮은 보수(28.1%)'보다 높게 나왔다. 일상화한 수업 방해나 폭언을 제지하는 과정에서조차 고소당할 걱정을 해야 하는 교단 현실이 교직을 기피처로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 활동 중 사고 나면 '교사' 책임…"왜 교사가 위험 떠안나"
최근 교사들이 현장체험학습을 기피하는 분위기 역시 사고 발생시 모든 책임이 교사 개인에게 집중되는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C교사는 10년이 넘는 교직 생활 중 올해 처음으로 현장체험학습 인솔을 거부했다. 현장체험학습 운영 비율이 높은 대구 지역에서는 이례적인 사례다. C교사는 놀이공원 체험학습에서 뇌전증을 앓는 학생이 약을 차에 놓고 내려 아찔했던 경험을 꺼냈다. C교사는 약봉지를 들고 아이를 찾아 한 시간 넘게 놀이공원 곳곳을 뛰어다녔다. 과거 초등학교 4학년 체험학습 중 한 학생이 안전벨트를 중간에 풀다가 넘어져 실명될뻔했던 사건에 동료 교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았던 걸 본 터라 불안은 공포로 변했다. 그는 "버스 후진 사고로 학생이 숨져 인솔교사가 유죄 판결을 받은 속초 사건 이후 '현장체험학습에 내 가족과 삶까지 걸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며 학생들에게도 "너희를 사랑하지만, 누군가의 희생 위에서 만드는 추억은 비교육적"이라고 설명해줬다.
매년 6~7번씩 현장체험학습을 갔던 D교사도 올해는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곳만 간다. 교육청마다 200~300 페이지 분량의 현장체험학습 매뉴얼을 내려보내지만, 현실적으로 모두 지키기 어려워 짜낸 대안이었다. 그는 "버스 기사 음주 측정, 타이어 마모 상태 확인까지 확인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두꺼운 매뉴얼일수록 책임은 교사 몫…교육청이 책임진다는 믿음 줘야"
전문가들은 학교 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책임이 여전히 교사 개인에게 전가되는 구조를 지적한다. 이덕난 국회입법조사처 교육문화팀장은 "핵심 안전 수칙만 지키면 나머지 문제 발생시에는 교육부나 교육청이 책임지겠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교원단체들은 잇달아 '교사 보호 제도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동학대 신고 남용 방지 장치 마련 ▲악성 민원 대응 체계 강화 ▲교사 행정업무 경감 ▲학교안전사고 책임 제도 개선 등을 요구했다. 전교조 관계자는 "교사가 두려움 없이 학생을 가르칠 수 있는 학교 환경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스승의날 대책"이라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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