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레브라스 IPO '흥행' 조짐…HBM 슈퍼사이클에 변수될까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세레브라스 시스템즈가 14일(현지시간)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기록적인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14일 외신에 따르면 이날 새벽 확정된 세레브라스의 최종 공모가는 주당 185달러로 초기 희망 밴드(115~125달러)는 물론, 한 차례 상향 조정된 가격(150~160달러)까지 훌쩍 뛰어넘었다.
공모 물량의 20배가 넘는 주문이 몰리며 기관 투자자들의 '잭팟'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이로써 세레브라스의 기업가치는 약 590억달러(약 81조원)에 달하며, 올해 미국 최대 기술 IPO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JP모건은 이번 IPO에 대해 "현재 AI 인프라 시장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절대적 부족 상태"라며 "투자자들이 엔비디아의 대항마를 찾는 동시에 오픈AI와 같은 거물급 고객사를 확보한 세레브라스의 수익 모델에서 강력한 '해자(Moat)'를 발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 "HBM 대신 SRAM"…추론 시장의 게임 체인저
세레브라스의 3세대 제품인 웨이퍼스케일엔진(WSE-3)은 300㎜ 실리콘 웨이퍼 전체를 하나의 칩으로 만든다. 트랜지스터 4조 개를 탑재한 이 칩의 핵심은 44GB 용량의 초고속 데이터 저장고인 '온칩 정적램(SRAM)'이다.
SRAM은 일반적인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수십 배 빠르지만 가격이 비싸 소량만 사용되던 메모리다. 세레브라스는 이를 연산 장치 내부에 직접 배치(온칩)하는 파격적 설계를 택했다. 엔비디아 GPU가 외부에 별도의 HBM을 달아 데이터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지연 시간이 발생하는 것과 달리, 세레브라스는 통로 자체를 없애 성능을 극대화했다.
반도체 분석 기관 푸투럼 그룹(Futurum Group)은 "세레브라스의 웨이퍼 스케일 설계는 AI 연산의 최대 장애물인 '메모리 벽(Memory Wall)'을 물리적으로 허물어버리는 가장 대담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AI 추론 속도는 엔비디아 H100 대비 최대 20배 빠르고 비용은 80% 낮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 '학습'에서 '추론'으로…메모리 수요 방정식의 변화
시장이 세레브라스에 주목하는 이유는 AI 워크로드의 중심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어서다. 딜로이트와 맥킨지 등 주요 컨설팅 업체들은 2027년에는 AI 워크로드의 80%가 추론 영역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
추론 시장은 방대한 데이터 처리보다 빠른 응답 속도와 비용 효율이 최우선이다. HBM보다 SRAM 기반 구조가 유리한 영역이 넓어지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HBM 수요의 독점적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섞인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엔비디아 역시 차세대 아키텍처에서 온칩 SRAM 강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번스타인 리서치는 보고서에서 "세레브라스의 상장은 지난 10년간 엔비디아가 주도해온 단일 GPU 시대가 구조적 한계점에 도달했음을 선언하는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다만, 당장 SRAM이 HBM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SRAM은 면적당 제조 비용이 D램보다 월등히 높아 대용량 확보에는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메모리 업계의 현재 업황은 사상 최고 수준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양사 합산 90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HBM3E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세레브라스의 흥행은 'HBM 이후'에 대한 대비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세레브라스는 현지시간 14일 나스닥에서 티커명 'CBRS'로 첫 거래를 시작한다. '엔비디아 대항마'를 향한 시장의 열기가 상장 첫날 주가로 증명될지 전 세계 반도체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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