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정점 찍었다" vs "아직 갈길 멀어"

전효성 2026. 5. 14.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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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론 "에이전틱 AI·소버린 AI 투자 증가세"
비관론 "개인 순매수 정점, 상승기 막바지 특징"
[B급기자의 B급리포트]

[한국경제TV 전효성 기자]


반도체 업계가 전례없는 AI 호황기를 지나고 있다. 현재 시장의 시각은 '반도체 사이클이 고점을 지났다'는 정점론과 '추론형 AI의 개화로 더 큰 성장이 남았다'는 낙관론으로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반도체 장비 수요가 폭발하는 국면에 주목한 반면, 한편에서는 완성칩 업체의 상승 사이클이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경고하며 실질적인 이익 성장이 뒷받침되는 저평가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할 것을 주문했다.

● AI 추론의 시대와 '소버린 AI'

AI가 똑똑해지는 과정이 학습이라면, 배운 것을 활용해 실제 정답을 내놓는 과정은 추론이다. 최근 스스로 판단해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틱 AI'가 개화하면서 데이터 처리량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는 AI 컴퓨팅 수요의 3분의 2 이상이 추론 시장에서 발생할 전망이다. 13일 윤동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AI 산업은 학습에서 추론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이는 구조적으로 메모리 대역폭과 용량의 병목 현상을 초래한다"고 진단했다.

특히 각 국가가 자체 데이터·인프라를 활용해 독립적인 AI 역량을 보유하려는 '소버린 AI' 육성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각국 정부와 거대 기술 기업들의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 구글과 아마존을 포함한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의 올해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80.7% 증가한 7438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발맞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제조사 5곳도 1817억달러를 투입해 생산 능력을 확충할 계획이다.


● HBM4 공정 기술 혁신…장비 기업 수혜

연산 장치 속도를 메모리가 따라가지 못해 데이터가 정체되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HBM4부터는 칩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인 실리콘 관통 전극(TSV) 개수가 2배 가량 증가하면서 제조 난이도는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올해 HBM 출하량은 전년 대비 63.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연구원은 "HBM4에서는 TSV 수 증가로 인해 제조 공정의 수율 확보가 수익성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제품을 고온·고전압 환경에서 검증하는 '번인테스터'칩을 기판에 정밀하게 쌓는 '첨단 본딩 장비' 수요를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공정의 고도화는 반도체 장비 업종에 강력한 실적 모멘텀을 제공한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SK하이닉스에 HBM4용 번인테스터를 공급하는 디아이는 올해 매출액 5823억원과 영업이익 987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35.9%, 170.3% 증가한 수치다. 목표주가는 4만 4000원으로 제시했다.

테스도 주목되는 기업으로 꼽힌다. 반도체 웨이퍼가 휘는 현상을 방지하는 BSD 장비의 공급 가시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테스의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1.8% 늘어난 878억원으로 추산된다.

또한 첨단 패키징 공정인 CoWoS(칩과 메모리를 기판에 쌓는 방식)와 TSV 공정에 모두 대응하는 피에스케이홀딩스는 올해 영업이익 101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8% 이상의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목표주가는 17만 5000원으로 제시됐다.


● 완성 칩 '사이클 정점' 경고

장비 시장의 열기와는 대조적으로 기존 주도주()들은 상승 사이클의 후반부에 진입했다는 경고가 나온다.

하나증권 분석에 따르면 과거 주도주 상승 사이클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주가 수익률'과 '개인의 순매수 강도'가 동시에 정점을 찍는 경향이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흐름이 과거 사례와 유사해졌다는 분석이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정보 반영 속도가 빨라지면서 주가와 실적 사이의 시차가 과거보다 크게 단축됐다"며 "이제는 반도체 업종에만 몰두하기보다 시장 수익률을 넘어서는 알파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 "저평가 실적주로 전환 필요"

반도체 사이클 정점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으면서도 실적 개선 폭이 큰 종목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는게 하나증권의 분석이다. 이경수 연구원은 "기관과 외인의 수급이 유입되는 호실적 종목들이 반도체 후기 사이클의 변동성을 낮춰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인 대안으로 LG이노텍을 제시했다. △LG이노텍은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139.9%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순이익 전망치가 최근 한 달간 7.4% 상향된 POSCO홀딩스 △흑자 전환이 기대되는 삼성SDI △영업이익이 73.9% 성장할 전망인 한화엔진도 반도체를 대신할 투자처로 하나증권은 제시했다. [B급기자의 B급리포트]

전효성기자 zeo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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