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비 100만원 훌쩍”…커지는 펫보험 시장

반려동물 병원비 부담이 커지면서 펫보험 시장도 조금씩 덩치를 키우고 있다. 동물병원 방문이 사실상 일상이 되자 의료비를 보험으로 대비하려는 수요도 함께 늘어나는 분위기다. 다만 아직 가입률은 2%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소비자들이 “보험료가 아깝지 않다”고 느낄 만큼 체감 보장을 얼마나 키울 수 있느냐가 시장 확대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펫보험 보유계약 건수는 약 25만건 수준이다. 2021년 5만여건과 비교하면 5배 가까이 늘었다.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이 커지면서 의료비를 보험으로 대비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반려가구는 최근 2년간 치료비로 평균 102만7000원을 지출했다. 2023년 조사 당시 57만7000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100만원 이상 고액 치료비를 지출한 가구 비중도 26.2%로 이전 조사보다 7.4%포인트 증가했다.
이제 동물병원은 반려인들에게 낯선 공간이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1년 안에 동물병원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2021년 73.0%에서 지난해 95.1%까지 올라갔다. 사실상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대부분이 동물병원을 찾고 있는 셈이다.
기존 손보사 이어 디지털 보험사까지 가세
시장에 뛰어드는 보험사도 늘고 있다. 현재 약 14개 보험사가 펫보험을 판매 중이다. 메리츠화재가 시장점유율 약 60%로 선두를 지키고 있고, KB손해보험·DB손해보험·삼성화재·NH농협손해보험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최근에는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시장에 뛰어들었고, 반려동물 전문 보험사 마이브라운까지 등장했다. 기존 대형 손해보험사 중심이던 시장에 디지털 보험사와 전문 보험사까지 가세하면서 경쟁 구도도 한층 넓어지는 분위기다.
보험사들이 펫보험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와 동물의료 시장이 함께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동물 양육 가구 비율은 29.2%로 집계됐다. 과거 ‘4가구 중 1가구’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3가구 중 1가구’에 가까워졌다. 반면 펫보험 가입률은 아직 2%대에 머물고 있다. 업계가 성장 여력이 크다고 보는 이유다.
제도 변화도 시장 분위기를 바꿨다. 지난해 5월 금융당국이 펫보험 제도를 개편하면서 최대 보장 비율은 기존 90~100%에서 70%로 제한됐고, 모든 신규 상품은 1년 갱신형으로 바뀌었다. 사실상 매년 계약을 다시 갱신해야 하는 구조다. 치료 이력이 많으면 다음 해 보험료가 크게 오르거나 가입이 거절될 가능성도 생겼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손해율을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이 일부 마련된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작년 제도 개편 이후 손해율 관리가 어느 정도 가능해지면서 예전처럼 무조건 수익성이 낮다고만 보지는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펫보험 가입은 동물이 하지만 계약자는 결국 사람”이라며 “고객 확보 차원에서 중요하다. 다른 상품으로 이어지는 연계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보험료 아깝지 않아야 가입”…특약 경쟁 치열
문제는 소비자 체감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펫보험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려면 소비자들이 “보험료가 아깝지 않다”고 느낄 만한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펫보험료는 말티즈 기준 월 3만~4만원 수준이 일반적이다. 노령 반려동물은 월 10만원 안팎까지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반려동물 전문 보험사 마이브라운이 수도권 거주 30~49세 여성 보호자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펫보험 가입을 망설이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로 ‘월 보험료 부담’이 꼽혔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보험료를 “그냥 날릴 수도 있는 돈”으로 여기는 인식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보호자들은 자기 반려동물에게 어떤 보장이 실제로 필요한지, 해당 상품에 그 보장이 포함돼 있는지를 더 꼼꼼히 따지는 분위기다.
보험사들이 다양한 특약 경쟁에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화재는 치료 이력이 있는 반려동물도 가입 가능한 간편심사형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해상은 입·통원 횟수 제한 없이 이물질 제거 수술과 약물치료를 연간 6회까지 보장하고, 등록견에는 5%, 유기견 입양 시에는 3%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KB손해보험은 MRI·CT와 녹내장·백내장 보장을 확장특약 형태로 운영하고, 특정 재활치료를 연간 5회까지 보장한다. 반려동물 양육자금과 반려인 위탁비용 담보도 포함했다. NH농협손해보험은 40%·50%·70%형 저보장·저보험료 선택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연간 의료비 최대 4000만원 한도를 내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험사들이 더 낮은 보험료와 넓은 보장을 갖춘 상품을 내놓기 위해서는 ‘개체 식별’ 체계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려동물을 개체별로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어야 보험사도 손해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그래야 소비자에게 유리한 보험료와 보장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훈 삼육대 동물자원과학과 교수는 “펫보험에서 좋은 상품이 나오려면 우선 개체 식별이 제대로 돼야 한다”며 “개체 식별이 안 되면 옆집의 다른 푸들이 와서 치료를 받는 식으로 보험을 악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슷하게 생긴 강아지를 돌려가며 보험 혜택을 받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며 “보험사들은 이런 중복 혜택을 걸러내야 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 사실상 손을 놓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험사는 정확한 식별 시스템을 도입하고, 동물병원도 진료 체계를 더 정교하게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Copyright © 쿠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