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코 파업 하겠다는 삼전 노조…긴급조정권 힘 실린다

삼성전자 노사가 정부의 중재에도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오는 21일로 예고된 노조 총파업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노조는 사측이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결과와 관계 없이 파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파업은 절대 안된다”며 추가적인 대화를 촉구하고 나선 정부를 향해 ‘긴급조정권’ 발동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3일 삼성전자 노사는 전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중재로 열린 임금협약 체결 2차 사후조정 회의가 결렬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영업이익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상한선을 폐지하는 내용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사측은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은 “(사후조정 연장 참여나 사측과 자율협상은) 생각하지 않는다. 적법하게 파업(쟁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회사가 (요구안이 반영된) 제대로 된 안건을 가져오면 들어볼 생각은 있다”며 대화의 여지를 남겼다.
이날 수원지방법원에서는 회사가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2차 심문이 열렸다. 사측은 반도체 생산 라인이 최소한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안전유지 필수 인력(전체 인력의 약 5~10%)의 파업은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노조는 법원에서 가처분이 인용되더라도 나머지 인원으로 파업을 강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날 최승호 위원장은 “(파업 예상 인원을) 최소 5만 명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가처분이 기각될 경우 법적 정당성을 얻은 노조의 파업 동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산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노조가 오는 21일부터 내달 7일까지 18일간 파업에 돌입할 경우 생산차질로 인해 40조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고, 반도체 고객 이탈과 공급망 훼손 등의 중장기적인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도체 산업이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5%에 이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반도체 수출이 10% 감소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0.78%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삼성전자는 코스피 시장 시가총액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파업이 한국 자본시장 충격으로 확산할 수도 있다.
이런 중요도를 고려해 정부의 긴급조정권 필요성이 제기된다. 긴급조정권은 쟁의행위가 국민 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예외적 조정 절차다. 발동 시 30일간 쟁의행위가 금지되고, 중노위의 강제 조정 절차(중재)가 진행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삼성전자 파업은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 경제에 타격을 주는 문제”라며 “반도체 산업의 특성과 주식 시장 내 역할 등을 고려할 때 파업 시 며칠 내로 긴급조정을 숙고해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긴급조정권은 헌법상 노동3권과 충돌하기 때문에 정부는 가급적 대화로 사태를 해결하자는 입장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오전 엑스(옛 트위터)에 “삼성전자 파업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원칙 있는 협상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도록 끝까지 지원하겠다”고 말했고, 김민석 국무총리 역시 긴급 관계장관회의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파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사 간 대화가 이뤄지게 지원하라”고 당부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유튜브에서 긴급조정권 발동 질문에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 파업까지 이르지 않도록 분초를 쪼개 양쪽을 조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의 또 다른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노사 갈등도 더욱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사측이 박재성 지부장(노조위원장)을 대외비 유출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사측은 박 위원장이 내부망에 접근해 홍보 부서의 세금계산서 내역 등이 편집된 파일을 외부에 유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회사는 이달 초 쟁의 행위 금지 공정에 대한 파업을 강행하고 타부서 제조구역에 진입했다며, 노조 관계자 7명을 영업방해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노조도 사측 인사 일부를 부당한 노동행위 지배·개입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김경미·김수민·김연주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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