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 위협하는데… 한·미 통화스와프 안 하나 못하나
원·달러 환율 한 달 만에 최고
美, 한국 외환사정 안정적 판단
“유동성 문제없다” 결정적 이유
안전판인 ‘달러 방파제’ 요구도

원·달러 환율이 다시 1500원대를 위협하고 있다. 고환율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통화스와프’다. 한국은행이 해외 중앙은행들과 맺은 통화스와프 규모는 1500억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정작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는 여전히 비어 있다. 외환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는데 ‘달러 마이너스 통장’으로 불리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은 아직이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안 하는 것일까, 못 하는 것일까.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7원 오른 1490.6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13일(1489.3원) 이후 한 달 만의 최고치다. 환율은 지난 7일 1454원까지 내려갔지만, 불과 6일 만에 36.6원 뛰며 다시 1490원대로 올라섰다.
환율이 치솟고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지면서 달러 유동성을 보강할 ‘안전판’으로 꼽히는 한·미 통화스와프의 공백도 부각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3월 말 기준 중국과 스위스, 일본, 호주, 아랍에미리트(UAE) 등과 양자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다. 아세안+3 역내 다자간 금융안전망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를 모두 합친 통화스와프 규모는 1506억 달러 상당이다. 그러나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는 현재 없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위기 때마다 한국 외환시장의 ‘심리적 방파제’ 역할을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국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3월엔 600억 달러 규모의 한시적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약 198억7000만달러를 조달했다.

통화스와프는 위기 발생 시 중앙은행이 즉시 달러를 끌어와 시장에 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외화자금이 실제로 필요해지면 한은이 약정 한도 안에서 상대 중앙은행에 인출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위기 때 중앙은행이 일종의 ‘달러 마이너스통장’을 꺼내 쓰는 구조다.
문제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논의가 뚜렷한 진전 없이 멈춰 있다는 점이다. 연준은 현재 캐나다, 영국, 일본, 유럽중앙은행(ECB), 스위스 등 5곳과 상설 달러 스와프라인을 운영 중이다. 한국처럼 위기 때 한시적으로 스와프를 열어준 사례는 있지만 이를 상설화하는 데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여기까지 보면 한·미 통화스와프 미체결은 미 연준의 신중함이 결정적인 이유로 보인다. 즉 ‘못한 것’이라는 결론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지난 3월 국회에서 “(한·미 통화스와프는) 우리가 안 한 게 아니라 못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 부총리 발언의 근거는 이렇다. 미국 측이 한국의 국민연금과 민간 해외자산 등을 근거로 ‘한국은 외환이 부족한 나라가 아니다’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안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정부와 한은은 지금 당장 외화 유동성에 문제가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3월 말 기준 4236억 달러다. 신현송 한은 총재도 지난달 “통화스와프를 활용할 만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환율 급등 자체가 경제 전반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한·미 상설 통화스와프 체결’의 필요성은 계속 제기된다. 원화 약세가 길어지면 수입물가가 오르고 기업의 외화조달 비용이 커진다. 달러 유동성에 대한 불안 심리를 사전에 눌러둘 장치가 필요하다. 현재 한국이 달러를 직접 조달할 수 있는 통로는 일본과의 100억 달러 규모 통화스와프, 384억 달러 규모 CMIM과의 계약 등으로 제한돼 있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오는 11월 종료된다.
외환업계에선 신 총재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신 총재는 국제결제은행(BIS)에서 활동한 국제금융 전문가다. 미국 학계와 국제금융당국 인사들과도 폭넓은 네트워크를 쌓아왔다. 미국 측과 협의 채널을 넓히는 데 강점을 보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장 한국이 외화 유동성 위기에 놓였다고 볼 상황은 아니지만 환율 변동성이 커질수록 달러 안전판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정부와 한은이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 필요성을 미국 측에 적극 설명하고, 협의를 꾸준히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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