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개념·횡재세 이어 국민배당금… ‘사회적 배분’ 기나긴 논쟁

김진욱 2026. 5. 14.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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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국민배당금, 성패 관건은 명분
생성형 AI로 만들어진 이미지 입니다. 제미나이


‘반도체 국민 배당금’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12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역대 최대 수준의 성과를 낸 것과 관련해 ‘초과 세수를 국민에게 배당금 형태로 돌려주자’는 구상을 꺼내면서다. 일각에서는 ‘초과 이윤을 국민 배당금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해석했으나 청와대는 이에 대해 ‘초과 세수에 대한 오독’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국민 배당금은 왜 논란이 되고 있을까.

부동산·금융·반도체 등 특정 산업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냈을 때 이 열매를 한국 사회가 누구와 어떻게 나누느냐에 대한 어젠다가 등장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런 의제가 사회에 던져졌을 때 논란으로 이어진 것도 반복된 일이다. 어떤 영역의 이득을 ‘국가적 성과’로 해석하려면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 자체가 간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논란은 거듭돼 왔다.

비슷한 맥락의 상황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1980년대에 이른다. 당시에는 ‘토지 공개념’이 핵심 어젠다였다. 토지 공개념에서 나온 제도는 두 가지다. 하나는 실패했고, 하나는 성공했다. 실패한 제도는 1989년 토지 공개념 3법 중 하나로 제정된 토지초과이득세법이다. 토지초과이득세가 도입될 당시 명분은 땅값 안정, 토지의 효율적 이용, 조세 형평 제고였다. 그러나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세금을 물려도 되느냐는 논란 끝에 헌법 불합치 판단을 받아 1998년 폐지됐다.


성공한 사례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다. 토지 공개념은 2006년 재초환으로 부활했다. 재건축 아파트에서 생긴 초과 이익은 조합원 개인의 노력만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는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도시 계획을 고려해 용적률·건폐율을 정해주는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 주변 인프라를 이용하는 데 따른 긍정적인 외부 효과, 주택 시장 호황이 결합한 결과라는 명분이 법제화를 이끌었다. 헌법재판소가 2019년 재초환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제도가 안착했다.

은행에 대한 횡재세 부과 논의도 비슷한 논리로 전개됐다. 은행권이 2021~2022년 고금리 국면에서 수십조원의 이자이익(총 이자 수입)을 거두자 정치권은 2023년 상생금융 기여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냈다. 은행은 금융 당국이 발급하는 라이선스 아래서 과점 형태로 운영되고, 정부가 설계한 예금 보호 및 금융 안전망 제도 위에서 영업한다는 점이 받아들여졌다. 다만 고금리로 이익이 늘어나는 업종이 은행뿐이 아닌데 법으로 특정할 경우 평등 원칙에 어긋난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법제화에 실패했다. 은행권이 내놓은 2조원 이상의 상생금융 기여금이 대체재 역할을 하면서 자율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반도체 국민 배당금 논의를 청와대 설명처럼 ‘초과 세수’로 본다면 논란은 복잡하게 펼쳐지지 않을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자신의 엑스(X)에 “김 실장이 한 말은 인공지능(AI) 부문의 초과 이윤으로 발생하는 국가의 초과 세수를 국민 배당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초과 세수를 어떤 방식으로 집행할 것인지는 정부가 해야 할 영역이다. 국민 배당이라는 방식을 논의해 볼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도체 산업은 공적 기반 위에서 발전했다는 분석이 적잖다. 반도체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공장에서 생산되지만 대규모 전력망과 공업용수, 산업단지 인허가, 세제 지원, 공급망 외교 등의 인프라 없이는 완성될 수 없다. 반도체 호황의 과실이 순수하게 기업 내부 노력 때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다만 초과 세수의 지속성은 담보하기 힘들다. 두 기업이 큰돈을 버는 원천인 메모리반도체 산업은 가격과 수요가 크게 출렁인다. 불황기에 발생하는 적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두 기업에서 예상보다 많이 걷힌 세수를 어디에 쓸지를 고르는 것은 정권의 몫”이라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돈을 많이 번다는 것만으로 초과 이익 환수 명분이 생기지는 않는다. 다만 세금 집행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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